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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감자 Mar 01. 2020

금융: 언젠가 마주할 책임이다.

온실가스, 책임 그리고 금융

한국 사회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때문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구(International Monetary Fund)와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은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는 두 축으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런데 2019년 10월 국제통화기구(IMF)는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국의 이산화탄소 1톤당 탄소세를 약 75달러(한화 약 9만 원)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발표했으며 2020년 2월 국제결제은행(BIS)은 이에 한술 더 떠 탄소세만으로는 부족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인 그린 스완(green swan) 해결을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보이지 않는 가스 배출에 어떻게 세금과 가격을 메겨야 한다는 것이며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찾아오길래 두 기관이 동시에 기후변화 정책을 촉구했을까?


인류는 각자가 만드는 생산 가치를 효율적으로, 편리하게 교환하기 위해 ‘화폐’라는 것을 발명했고 이는 시장의 가격으로 나타난다. 모든 것을 금전적 가치로 메겨지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가격 메커니즘은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무엇보다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어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완전하게 매칭 되어 가격과 거래량을 형성한다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사회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효율적인 시장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거래자인 소비자와 공급자를 제외한 다른 제삼자의 피해는 정부 개입과 적절한 규제를 통해 외부효과를 상쇄시켜줘야 한다. 관련된 대표적인 이론은 영국 경제학자 피구가 제안한 피구세(Pigouvian tax)로 사회적 비용을 시장 가격에 내재화시키면 양과 가격이 사회적 효용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설정된다는 개념이다. 피구세는 특히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많은 정책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각국이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배출권거래제(Cap-and-Trade System)와 탄소세(Carbon tax)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둘 중 어떤 정책이 되었든지 결국 그 나라에는 얼마의 온실가스가 어느 가격에 측정되어 사회 피해비용을 사회에 내재화시키는지 확인하는 척도가 된다. 한국은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 이산화탄소 1톤 당 39,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상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기후변화 피해비용을 감소시켜야 하지만 몇 가지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첫째, 기후변화에 대한 피해비용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기후변화 문제는 전형적인 공공재 이슈이다. 모두가 책임을 질 유인책이 부족해 발생하는 공유지의 비극처럼 오염을 일으키는 국가와 그로 인한 피해를 받는 지역을 연결시킬 국제협력 방안이 부재하다. UNFCCC(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서 전 세계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파리 기후협약 체결 등의 다양한 노력하고 있지만 각국이 얼마큼 감축해야 하는지는 각국의 자발적 감축계획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IPCC에서 앞으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얼마큼의 탄소를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한 탄소 예산(carbon budget)을 상정했지만 어떤 구체적인 방식으로 나라에게 부담을 요구할지는 나와있지 않다. 둘째,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는 탄소 가격 정책은 해당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배출권거래제 규제 정도를 정할 때 탄소 노출(carbon exposure)과 무역집약도(trade intensity)를 기준으로 삼는데, 이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지나치게 규제로 인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조금 방지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의 피해비용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힘들고 이를 감축비용과 연계시키는 것 또한 현재로써 불가능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방법은 존재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책임 분배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런 장애요소는 자연스럽게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의 미흡한 기후변화 정책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금융권은 우리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그들은 언젠가 닥칠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이를 현재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임을 전가하고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국제 정치와 다르게 국제 금융의 핵심은 재무적 리스크 관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연금, ING, 알리안츠와 같은 대형 금융사들은 석탄 및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실제로 이행하고 있으며 블랙락(BlackRock)이라고 하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는 이미 2016년부터 기후변화, 환경을 기준으로 기업들을 분석해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금융기구에서 기후변화 리스크를 대비하라고 언급하고, 세계 다보스 포럼에서 미래 경제에 가장 큰 위험은 기후변화라고 발표하는 것은 국제 금융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큰 위기를 겪었던 한국에게 중요하다. 당장의 산업 경쟁력 혹은 전기세 부담을 아끼기 위해 빠른 전환에 실패할 경우 앞으로 미래 한국사회가 짊어져야 될 비용은 과거 금융위기를 돌이켜봤을 때 작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책임을 져야 하고 닥칠 위험이라면 미래 투자를 과감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리스크 관리이자 또다시 고통스러운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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