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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감자 May 25. 2022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왜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다시 봐야 하는가? 

사실 나는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전문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재생에너지에 대해서 글을 쓰는 이유는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분야가 에너지 발전이기도 하고 RE100이란 이슈와 연계되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공급하는지는 우리의 냉난방, 산업 구조에 많은 영향을 주며 앞으로 어떤 에너지원을 쓰냐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원자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원자력 발전은 발전량 기준으로 전체 발전량 중 약 30% 이하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사람들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은 원자력 발전을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를 대체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원자력은 나름의 장점을 몇 가지 가지고 있다. 우선 가변성 없이 꾸준히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석탄이나 LNG에 비해 연료 수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사실 우라늄을 수입해야 하지만 석탄과 천연가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양상이 달라졌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원자력이 모든 에너지원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지금 발전설비에서 2~3배를 설치해야 하는데 면적 당 원자력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더 이상 부지를 찾고 10년, 20년 안에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태양광 혹은 풍력 밖에 없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보급에 불리한 조건들이 있다. 우선 지형적으로 수력이 풍부하지 않다. 물론 우리는 평소에 많은 댐과 하천을 일상 속에서 접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력 발전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 않다. 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오스트리아,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수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50~60%나 된다. 내가 직접 경험한 나라는 오스트리아인데 워낙 좋은 수력발전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보급은 상대적으로 수력발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태양광과 풍력 설치 과정에서 많은 저항을 마주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점은 국토 면적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확실히 석탄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더 많은 물리적 토지 면적을 요구한다. 국토 대부분이 산지로 이뤄진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운 데로 임야와 농업지대에 병행해서 설치해야 한다. 또 일부 산림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산림이 변형될 수 있다. 

한국은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다. 

한국은 산업 구조 상 다른 경쟁 국가에 비해 전력 사용량이 많다.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약 530 TWh를 사용하는데 이는 전 세계 8위에 해당하며 독일 (489 TWh), 프랑스 (424 TWh), 영국 (286 TWh) 보다 많은 수치이다. 특히 최근 IT 산업의 성장과 제조업의 로봇화 발전은 한국경제의 전력 사용량을 더욱 늘리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변성이다. 태양광은 주로 낮에 전력을 생산하며 풍력 또한 바람에 따라 전력 발전량이 수시로 변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석탄과 원자력 발전은 터빈을 돌려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이런 재생에너지의 가변성을 국경을 넘어서는 그리드 (전력망)을 통해 해결했다. 많이 생산되는 전력은 부족한 국가에게 보내고 수시로 부족한 전력을 다른 국가에서 가져오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전력망이 넓게 다른 시간대로 퍼져 있으면 재생에너지의 가변성 문제는 줄어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민 수용성 문제가 있다. 나는 2018년,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전국에 있는 재생에너지 현장(에너지 내일로 - 기후변화 청년모임 빅 웨이브)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고 보상을 받는 마을 주민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무조건적인 반대부터 시작하는 지역주민들까지 직접 만났다. 잘못 알려진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정보는 주민들로 하여금 막연한 두려움과 반대를 심어주고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한국 재생에너지 설치 단가를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었다. 


이처럼  불리한 조건을 가진 한국이 왜 재생에너지를 해야 할까? 왜 우리는 그럼에도 재생에너지를 설치되는 미래를 그려야 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가장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가 단기적으로 환경을 일부 훼손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자 가장 안전한 에너지 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일부 소음, 환경오염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그 이외에 운영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제로(0)이다. 또한 원료 수입에 대한 우려도 없으며 한국은 상당히 높은 재생에너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풍력 기업들이 글로벌적인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풍력 터빈, 본체, 태양광 패널에 대해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존재한다. 또, 고질적인 문제였던 토지 면적 문제도 사실 바다로 나가면 다소 해결될 수 있다. 한국의 국토면적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어도 해양 면적은 작지 않다. 해상 풍력과 부유식 풍력을 통해 우리는 충분히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또 재생에너지의 가변성이 문제이지만 한국은 이런 가변성 문제를 해결해줄 배터리 산업의 강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배터리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지속적으로 배터리 산업에 대한 국내 수요도 어느 정도 창출해줘야 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한국 미래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마지막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RE100이다. RE100은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 100%를 통해 공급받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단순한 캠페인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한국 산업에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독일 자동차 회사, 반도체 발주 기업인 애플, MS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들이 만약 공급사의 온실가스 마저 제로로 만들고자 선언한다면 전력 사용에서 어쩔 수 없이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한국 기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재생에너지는 분명 문제점이 많은 에너지원이다. 높은 변동성 (가변성)과 환경파괴, 주민 수용성 등 수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그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해야지 원자력이냐 재생에너지가 가능하냐를 두고 논쟁할 필요가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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