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려야지, 하고 마음속으로만 접어두었던
지난여름 성곽길의 기억이 사진첩 속에 남아 있었다.
와, 이때는 정말 더웠는데.
지금은 이렇게 추운데.
사진속에서 그날의 공기가 다시 떠올랐다.
혜화동에서 동대문까지,
가족들과 성곽길을 한 번 걸어보자며
조금은 야심차게 시작했던 여름날의 산책.
혜화동에서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도시 위로 성곽길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막상 올라오니 바람이 불어 생각보다 괜찮았던 기억.
아이들과 함께 성곽을 따라 걷고,
길가에 핀 꽃을 구경하고,
성곽 아래로 이어진 아기자기한 마을을 내려다보며
‘걷는 여행’ 같은 시간을 보냈다.
걷다가 문득 멈춰 서서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사진을 남겼다.
그림이 될 순간을 수집하듯
그리고 겨울이 되어서야
그 사진을 꺼내 한 장, 한 장 다시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
요즘 들어 일상과 고민에 치여
부쩍 그림을 멀리했었다.
2026년에는 더 자주 그려보겠다고,
조금 더 부지런히 기록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작은 약속을 해본다.
여름의 성곽길은 그렇게
늦은 겨울의 그림으로 마무리되고,
다시 날이 풀려
야외 스케치를 나설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