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다음 챕터를 고민하는 나와 당신
밤 열한 시.
휴대폰 속 한 영상에 눈길이 갔다. 80년대 거리에서의 일반인들의 인터뷰 숏츠 영상이었다.
26세 회사원, 30세 신입 과장.
자막 속 나이와 화면 속 얼굴이 자꾸 어긋나 웃음이 나왔다.
지금의 26세를 떠올리면 아직 학생 같고, 30세도 한참 젊은데.
왜 저렇게 너무나 어른 같았을까.
영상에 40대 중반의 남자를 비췄다.
인생의 후반부가 얼굴에 드러난 그야말로 중년 아저씨다.
영상을 다 보고
씻으러 욕실에 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엄청난 동안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 시절의 40대가 서 있지는 않았다.
내 주변 사람들도 거의 다 그렇다.
다들 아이 학원 라이딩하고, 대출 상환을 계산하고, 부모 병원을 챙기는 중년이지만
외모는 그렇게 늙지 않았다.
특히나 스타일은 예전과 완전 다르다. 40대라도 뽀글뽀글 파마에 꽃무늬 상의, 등산복을 입지는 않는다.
왜 안 늙는 걸까?
조선시대였다면 이미 손주를 거닐 나이.
이제 곧 삶의 끝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시작해도 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게 나만의 착각일까?
작년 인구 통계에서 대한민국 중위나이를 발표했다.
모든 국민의 나이를 세워 반으로 갈랐을 때, 딱 가운데에 서 있는 나이.
2025년 대한민국의 중위나이가 46.7세이다.
90년대 중위나이는 29세였다고 하니
30여 년 만에 전국민이 거의 스무 살이 늙었다.
그 숫자를 보고 나서야
80년대 영상 속 40대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90년대의 29세와
2025년의 46세는
숫자로는 17살 차이지만 사회적으로 동갑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사회적 나이로는 20대 후반이라는 거네...
20대 후반
그 나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숨이 트인다.
아직 늦지 않았고, 실패해도 복구가 가능하고,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시절.
그런데 이미 직업이 있고, 남편이 있고, 어느 정도의 재산도 있다.
책임도 있고, 경력도 있고, 체력은 조금 줄었지만 경험은 쌓였다.
20대 후반의 얼굴로
40대의 자원을 들고 있는 셈
무엇을 하지 못할까.
잠시 더 생각해 보니
이 중위나이는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거고
내가 나이를 먹어도, 가운데 값도 함께 늙을 테니
저출산과 노령화가 준 선물일까.
아니면 천천히 진행되는 재앙일까.
시간은 분명히 똑같이 흐르는데
우리는 예전 세대의 속도로는 늙지 않는다.
어쩌면
늙는다는 건 개인의 얼굴이 아니라
시대의 평균 속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완전히 젊지도, 완전히 늙지도 않은 채로
영원히 언제나 시작할 수 있는 상태로
진짜... 정말... 언제든 시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