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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ylvia Oct 26. 2024

익숙하지만 낯선 곳

중학교는 처음이라

2월 19일



며칠뒤면 달력상 봄이지만

숫자 외엔 곧 3월이라는 걸 체감을 할 수 없는 쌀쌀한 2월의 오전 10시

겨울 방학 동안 누렸던 뜨뜻한 방안의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손으로 핸들과 오른발을 열심히 놀리며 학교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방학 잘 보내셨죠?"

"아~ 쌤~ 다낭은 어땠어요? 맛있는 거 많이 드셨어요?"

"아이고~ 살 빠지신 거 같은데요~"


교감 선생님 자리 주변에 모여든 선생님들이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자~ 선생님들~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뒤에 강당으로 이동해 주시고요~

지금 나눠드리는 건 임시반 학생명단이니 아이들 출석 확인 해주세요.

그리고 통지서도 같이 확인해주셔야 합니다.

이상 있으면 제게 알려주세요!'


안부를 묻느라 정신없는 선생님들 틈에서 공지사항을 외치는 교무부장님

지난달 처음 만났을 때처럼 오늘도 바쁘시다.

선생님들이 각자 안부를 물으며 동시에 학생 명단을 챙기는 동안

한켠에 서 있는 나선생님을 발견하시고 다가오신다.


"나민경 선생님~

추운데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오늘은 어려운 건 없고 요기 명단에 아이들이 다 왔는지만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가정통신문도 나눠주세요.

모르는 게 있으시면 선생님들에게 물어보시면 잘 알려주실 거예요.

저기~ 정선생님! 여기 새로 오신 나민경 선생님이랑 같이 강당으로 가주시겠어요?"




"선생님 복직하셨다고 들었는데... 오랜만에 학교에 오시니 어떠세요?"

"걱정이 많이 되네요. 중학교는 제가 처음이라... 고등학교하고는 완전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요."

"그쵸... 고등학생만 돼도 철이 좀 드는데...  특히 올해 입학할 아이들이 만만치 않다고 들어서 저도 벌써부터 걱정돼요. 한 해 한 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하며 강당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에서 상기된 얼굴로 걸어오는 학생들이 보인다.

아직 어린이 티가 나는 애띈 얼굴에 찬바람에 얼어붙은 빨간 볼이 귀엽다.

그 뒤로 삼촌같이 덩치가 큰 학생도 보인다.






오늘은 인근 3개의 초등학교에서 배정받은 학생들의 출석과 입학 통지서를 확인하는 예비소집일이다.

나선생은 부장님에게 받은 출석부를 들고 7반 맨 앞으로 나가 학생들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섰다.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반을 확인하고 자리를 알려준다.

처음 본 나선생님에게 배시시 웃으며 '감사합니다'하는 아이부터

아침부터 뭐가 그리 짜증이 났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씩씩거리며 아이들도 있다.



자리가 어느 정도 찰 무렵

이번 학년도 1학년 부장선생님이 단상으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나눠준 가정통신문을 읽으며 출석, 복장 등 기본적인 학교 규칙을 설명한다.

몸을 배배 꼬는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 다들 눈을 반짝인다.

부장선생님은 설명 끝에 한 가지 당부를 한다.


"앞으로 초등학교 별로 단톡방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어떤 목적이든 간에 3명 이상 단톡방을 만들지 마세요."


궁금증을 남긴 마지막 당부를 끝으로 짧은 예비소집일이 끝났다.

아이들은 이제서야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어 괴성과 수다를 터트린다.


나선생님은 체크된 출석부를 교무부장님 책상 위에 두고 주변 선생님에게 간단히 인사한 후  교무실을 나섰다.

복도에는 늦게 도착해 오리엔테이션에 참가 못했다는 누가 봐도 초등학생 외모의 남학생이 서있다.


그 학생을 뒤로하고 건물밖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고새 얼음장같이 차가워진 핸들을 옷소매를 길게 늘여 잡고 천천히 학교를 빠져나간다.

학교 바로 앞 정류장에 옹기종기 서있는 예비 중학생들 얼굴이 눈에 띈다.



익숙하지만 낯선 곳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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