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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ylvia Nov 23. 2024

왜 지도를 안 하세요?

권위와 교육을 모르는 아이들

'선생님~~ 오늘 너~~~~~무 이쁘세요!'


출근길에 1층 중앙 현관에서 만난 민경샘 반 지수가 큰소리로 외치며 다가옵니다.

아침부터 무슨 일로 기분이 좋은지 아이돌 댄스 같은 춤을 추며 민경샘 주의를 돕니다.


'어~~ 지수야~ 안녕!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네~ 좋아요~ 오호호호호~'


한껏 업된 지수는 민경샘 앞에서 폴짝폴짝 뛰더니 갑자기 코 앞까지 주먹을 휘두릅니다.

깜짝 놀라 굳어버린 채 서 있는 민경샘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더니

'쌤~ 쫄?' 하고 계단으로 올라가 버립니다.


아침부터 이 황당한 상황에 헛웃음만 나옵니다.

순식간에 지나간 일에 아이를 불러 지도해야 하는지 그냥 지나가야 하는지

매일 매 순간 하는 고민이 또 시작되었습니다.




지수는 처음 만난 날부터 굉장히 밝았습니다.

처음엔 인사도 잘하고 이야기도 잘해서 임원을 시키면 잘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정말 임원이 됐다면 어땠을까... 아찔해집니다.


지각을 해도 조회시간 중에 하면 앞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고

조회가 길어지만 빨리 끝내달라고 소리칩니다.

전달 사항이 많아 빨리 끝낼 수가 없다고 하면 큰소리로 '아이씨...!' 하고 얼굴을 구깁니다.

복도에서 만날 때마다 뭐 그리 억울한 일이 많은지 다른 학생들을 이릅니다.

누가 자기 앞에서 문을 쾅 닫아서 손을 다칠뻔했다.

누가 공으로 자기를 일부러 맞췄다.

누가 자기를 째려보고 갔다.

누가 화장한다.


한 학생만으로 하루가 무척 바쁩니다.




5월의 어느 날

같은 교무실 국어 선생님이 한껏 화가 나서 민경샘에게 왔습니다.

'선생님... 4반 안지수...'


지수는 예술체육 시간에 국어 선생님의 '명화 스티커 반' 수업을 선택했습니다.

평소 수업시간에도 친구들과 떠들고 수업에 열중하지 않았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가져오라는 말이 없었던 휴대폰을 가져와 틈틈이 보길래 주의를 줬습니다.

그러자 바로 "저만 가져온 거 아닌데 왜 저한테만 뭐라고 하세요!"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국어 선생님은 "다른 친구도 휴대폰 가져왔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네가 한 행동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하자 "에이씨~ 나한테만 그래!" 하고 큰소리로 화를 냈습니다.

당황한 국어 선생님은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고 지수와 복도로 나왔습니다.

어떤 말과 행동이 잘못된 건지 설명하는 내내 지수는 짝다리를 하고 삐딱하게 서서 뭐 씹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다 복도를 지나가는 한 학생과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손을 흔들며 웃습니다.

"지수야! 선생님이 설명하고 있는데 뭐 하는 거니?"

"뭐가요? 이거 언제 끝나요? 왜 다른 얘들은 안 혼내세요?"

어이가 없어진 국어샘은 방과 후에 교무실로 오라고 하고 지수를 교실에 들여보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민경샘은 이따 같이 지도하자고 말하고 잠시 화장실을 갔습니다.

화장실 안에 있을 때 화장실로 몇몇 학생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목소리만으로 지수와 친구들임은 알 수 있습니다.

"아이씨... 그 국어년이 지랄하잖아. 왜 나한테만 난리야. 엄마한테 다 얘기할꺼야."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방과 후 교무실

국어 선생님은 지수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민경샘은 일단 자신의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며 상황을 지켜봅니다. 국어샘은 차분하게 무엇이 잘못된 행동이었는지 설명합니다. 듣는 내내 중학교 교사를 오래 하면 저렇게 내공이 쌓이는구나... 존경심이 생깁니다.

지도 내내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지수가 지도 끝에 말합니다.

"쌤도 저한테 사과하세요. 얘들 보는 앞에서 혼나서 창피했어요. 사과하세요."

지수의 황당한 태도에 할 말을 잃은 국어샘에게 계속 말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제 표정에 대해 지적하셨는데, 쌤도 혼낼 때 표정 별로였거든요. 왜 제 표정만 뭐라고 하세요? 쌤도 예의 바르게 말하세요."

결국 지도는 마무리가 되지 못한채 끝나버렸습니다.





일주일 후 교실 청소시간

지수를 포함해 지각을 한 학생 4명이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4반에서 제일 키가 작고 몸집이 작은 남학생인 현태가 화장실을 갔다가 늦게 청소에 합류했습니다. 교실을 쓸고 있었던 지수는 현태를 보고 청소하라고 소리칩니다. 그리곤 민경샘에게 '쌤~ 현태 청소 안 해요!"라고 이릅니다.

"어~ 지금 왔나 보네. 현태 얼른 청소하세요!"

현태는 빗자루를 가져와 청소를 하다가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하느라 청소를 멈췄습니다.

그러자 바로 지수는 "쌤~~~~~ 현태 청소 안하잖아요~ 혼내주세요!"

사물함 뒤를 정리하느라 분주한 민경샘은 "현태~ 청소하세요."라고 말하고 계속 정리를 이어갑니다.

그때 갑자기 지수가 빗자루를 바닥에 던지더니 "아이씨~ 지도를 안해!" 하며 교실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황당한 민경샘은 바로 지수를 따라 나갔습니다. 복도에서 지수를 잡고 지수의 예의없는 행동을 지적합니다.

그러자 "쌤이 할 일은 안하잖아요~ 청소 안한건 현태인데~ 왜 저한테만 뭐라고 하세요" 라며 악을 쓰며 소리칩니다. 평정심을 유지하던 민경샘도 선을 넘는 태도에 화를 참을 수 없습니다.

"안지수! 너 이런 버릇없는 태도는 참을 수 없어. 지도의 방식을 교사의 권한이야. 너 선 넘었어!"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할때마다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15년차 교사인 나민경 선생님도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며칠뒤

지수 어머니는 교장실에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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