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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만나기

by Jinsylvia


정해진 루틴대로 흘러가는 일상



그날 그날

그때 그때

해내야하는 일들을 처리하다보니 어느새 일년이 지나고

새해가 되었습니다.


'아이구... 벌써 일년이 지난거야? 한살 더 먹었네' 하고 인지하게 되는 1월

감사하게도 일년중 가장 마음이 여유로운 달입니다.

시간에 밀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뛰어왔던 발걸음을 멈추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봅니다.



세수만 얼른하고 각자의 세계로 가야하는 가족들을 챙기고 나니 어느새 고요한 집안에 홀로 있습니다.

거울을 보니 머리는 마구 엉껴져있고 얼굴은 부어있습니다. 식탁에는 급하게 끝난 아침식사의 흔적이 남아있고 욕실 바닥에는 딸들의 머리카락이 흩어져 있습니다.


대충 정리를 하고 요가 매트를 펼칩니다.

많은 움직임이 없는 요가 영상을 틀어 놓고 매트위에 앉아 그제야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습니다.

눈부신 아침을 담담한 몸동작으로 시작해봅니다. 긴장과 욕심으로 움츠려 들었던 몸이 스르륵 풀려갑니다.





개운하게 샤워하고 아침에 돌린 빨래를 널고 나니

벌써 11시가 다되어 갑니다. 이제 나에게 맛있는 걸 줄 시간입니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맛있고 건강한 재료들로 식탁을 차립니다.


엄청나게 썰어낸 양배추는 소금과 설탕간에 먹을만치 줄어들었습니다. 김치와 대패삼겹살과 함께 볶은 밥을 접시 중앙에 올리고 제일 좋아하는 굴소스로 간을 한 표고버섯 볶음을 곁들입니다. 홀 그래인 머스타드와 올리브 오일로 맛을 낸 프랑스식 양배추 샐러드로 접시의 절반을 채웁니다. 여기에 반숙 계란 후라이를 하나 올리면!

나만을 위한 만찬이 완성됩니다.


시간의 구애없이 모든 재료의 식감을 느낄 수 있게 꼭꼭 씹으며 목으로 넘기니 이 모든 맛의 향연이 온몸으로 건강하게 퍼집니다.


새로운 에너지가 차오릅니다.






한겨울 그나마 제일 해가 비추는 낮 2시

운동화에 내복까지 따뜻하게 껴입고

다이어리와 아이패드가 들어있는 가방을 둘러매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운전해서 가도 되고 지하철도 편하지만

나와의 데이트는 때로는 눈을 감고 바깥 공기를 마시며 버스로 하는게 가장 행복합니다.


언젠가 가봐야지... 생각만했던 망원동 북카페

라떼와 함께 2층 한 구석에 자리를 잡습니다.

공부나 작업으로 바쁜 어린 친구들 틈에서

커피향을 은은하게 느끼며 한동안 멍하게 앉아있습니다.

이렇게 멍하게 앉아있는 동안 나는 나를 돌봅니다.

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들은 이야기를 담담히 다이어리에 적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구나...'


일상의 평온함과 작은 움직임 속에서

나를 만납니다.

나에게 귀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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