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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Mar 24. 2018

관룡사 템플스테이

관룡사 지난 가을 가족여행기

가족사랑 휴가를 받아 창녕 관룡사로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하게 됐다. 여행 멤버는 장모님, 와이프, 애들과 나 이렇게 5명이다. 평소 장모님이 관룡사 주지스님과 각별한 인연이 있어 우리만 초청 받았다. 한적한 절에서 어떤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올까 기대 되었다. 그러나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부산에서 대동 톨게이트를 통해 밀양에서 창녕으로 빠지는 코스인데 한눈팔다 남해고속도로로 빠졌다. 와이프의 짜증섞인 잔소리가 시작된다. 고속도로 전광판엔 가는 길이 막힌다는 알림도 눈에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아들녀석 멀미도 시작한다. 난 더 이상 빠져나갈 곳 없는 코너에 몰려 공격당하고 있다. 



관룡사 단풍나무들


우여곡절 끝에 관룡사에 도착했다. 최고 절정은 아니지만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반긴다. 좋은 풍경에 기분이 좋아진다. 먼저 주지스님 인사로 템플스테이가 시작되기에 사택으로 이동했다. 스님과는 오랜만에 뵙는 만남이라 설렌다. 애들 태어나서 이름 지어주실 때 뵙곤 6년 만이다. 

관룡사 주지스님 사택


주지스님 사택은 관룡사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에 지어진 듯 하며 목재를 재료로 견고하게 지어진 게 튼튼해 보인다. 여기서 1박 하게 될 것 같다. 만약 펜션이었다면 독채로 빌린거니 꽤 비싸겠다는 속세의 셈법에 익숙한 내가 보인다. 부끄러워진다.역시 좋은 환경은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힘이 있다. 

관룡사 문화재 지킴이 백산이와 청산이


주지스님 곁에서 관룡사의 국보와 보물들을 지키는 삽살개 백산이와 청산이가 우리를 반긴다. 흰 개가 백산이면 검은 개가 흑산이지 않나 생각되지만 어쨌든 이름은 청산이다. 청산이가 백산이보다 성격이 좀 거칠다. 겁이 많아서 자신을 더 방어하는 듯하다.

정확한 목재명은 모르지만 통나무로 지붕을 서로 연결하여 지어졌다. 정확한 건축양식은 잘 모르겠지만 튼튼하게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나중에 나이 들어 여유되면 이렇게 지은 집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방안에서도 향긋한 나무냄새가 난다. 천연방향제다. 주지스님께 큰절 인사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단연 애들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하룻밤 지낼 집에 대해 화장실이며 황토방이며 스위치 등 상세한 설명을 해 주신다. 그리곤 장모님, 와이프와 차 한잔하며 대화 하시길래 애들이 방해될까봐 데리고 나왔다.

관룡사 뒤로 화왕산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관룡사는 화왕산을 병풍처럼 뒤로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터를 잡았다. 규모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아담한 사이즈다. 등산객들이 하산하며 부처님께 절을 하고 샘에 와서 약수로 목도 축인다. 사람없는 적막한 절이 아니어서 외롭지 않다. 그렇다고 잔칫집에 왁자지껄하는 소란스러움은 없다.

달고 시원한 관룡사 샘물


애들과 함께 샘으로 가서 물을 마셔본다. 집에서 잘 정수된 물과 끓인 보리차만 마시는 애들에게 자연의 샘물을 마시게 하고 싶었다. 딸이 한모금 마시더니 더 달란다. 물맛이 맘에 들었나 보다. 

관룡사 사랑방 앞에서 멋진 포즈


애들에게 포즈를 취하게 하고 사진을 찍는다. 딸은 예쁘게 아들은 씩씩하게 포즈를 취한다. 이곳은 스님이 외부에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사랑방처럼 모시는 곳인 것 같다. 나중에 보니 여기자 2명이 왔을 때 이곳에서 주지스님과 대화하는 걸 보고 유추해 본 사실이다.

공양간 글귀가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5시는 좀 이른 시간이지만 저녁공양을 하러 갔다. 우리 가족을 위해 따로 저녁을 준비하는 게 좀 미안했다. 반찬은 역시 고기 없이 상추쌈, 시래깃국, 무 조림, 김치, 톳 나물, 호두조림이 나온다. 상추는 직접 키우는 밭에서 방금 따와 싱싱하고 맛있다. 그래서 그런지 고기가 없어도 참 맛있다. 애들이 유치원에서 배웠는지 상추를 많이 먹으면 잠이 온다고 한다. 밭에서 방금 따온 상추라 잠 오는 성분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원래 밥 양이 많지 않은 편인데 두 그릇을 비웠다. 배식구 상단에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음식을 남기지 말라는 내용인데 읽은 사람들은 남길 수 없을 것 같다. 갑자기 회사에서 밥 먹을 때 항상 지저분하게 남겨서 나한테 혼나는 김 모 대리가 생각난다. 여기 한번 데리고 와서 깨끗하게 먹이고 싶다. 음식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신기하고 재미있는 관룡사 산책

주지스님이 직접 절을 안내해 주신다. 초상권 침해를 생각해서 뒷 모습만 올린다. 아들은 TV도 장난감도 없는데 마냥 신났다. 재미없으니 집에 가자고 때 안 써 다행스럽고 고맙다. 스님은 절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그리고는 요즘 무가 달다며 밭에서 한 개 뽑아 주신다. 장모님은 사택에 와서 맛 보라며 우리에게 깎아주셨다. 맵지 않고 아삭아삭한 게 식감이 달다. 애들도 한 개씩 먹는다. 이 곳에서 치킨이나 피자를 먹는다면 참 안 어울릴 것 같다. 이렇게 자연을 먹으니 참 좋다. 7시 어둑어둑해지며 가족은일찍 잠자리에 든다. 장모님은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새벽 예불에 참석하신다고 한다. 애들도 분위기 탓인지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난 너무 일찍인 것 같아 서재에서 책을 보기로 했다. 갑자기 재채기가 심해지더니 콧물이 막 나온다. 평소 안하던 행동을 하니 몸도 안 따라 준다. 나도 일찍 자야겠다.

용선대 해돋이


아침 일찍 일어나 7시에 아침 떡국 공양을 받고 장모님과 용선대에 올랐다. 2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정상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른다. 용선대에는 석조여래좌상이 있는데 창녕군청 문화재과에서 보수작업 중이다. 아쉽게도 부처님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매일 아침 보았을 떠오르는 해를 대신 보는 걸로 달래본다.

붓의 끝처럼 생겨서 붙인 이름 필봉


필봉이라는 봉우리다. 붓의 끝처럼 생겼다고 해서 필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이 봉우리를 보면 똑똑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 3 수험생 어머니들이 절을 하러 많이 온다 한다. 장모님 말씀에 의하면 여기서 홍준표 경남도지사, 박원순 시장이 태어났다고 한다. 세간에 말 많은 분들이지만 어쨌든 똑똑한 사람들은 맞는 것 같다. 나도 계속 보면 똑똑해지려나....

단풍이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느끼게 한다.


가을이 오는 모습은 단풍으로 알 수 있다. 산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아름답다. 멀리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정상까지 들려온다. 멋진 풍광을 힘들지 않은 노력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왠지 길에서 임자없는 돈 주은 것처럼 수지 맞은 듯 하다. 재수 좋은 날이다.

예쁜 단풍나무


 어릴 땐 단풍잎이 예쁘다는 걸 잘 못 느꼈다. 나이가 들면서 녹색 잎이 원색에 빨간색으로 물들어 가는 사실이 신기하고 예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든 건지 아니면 철든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주변에 단풍나무를 많이 못 보았던 것 같다. 애들이 단풍잎 주우며 좋아하는 걸 보니 나이 들어야만 단풍이 좋다고 느끼는 건 아닌 것 같다.

쌍둥이들의 마당쇠 체험


왠지 공짜로 밥 먹고 잠 재워주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집 뒤편에 싸리 빗자루가 있어 마당을 쓸었다. 애들도 신기해하며 서로 하겠다고 달라 한다. 자기 키보다 큰 빗자루 질이 힘들어 보이지만 재미있어한다. 평소에 접해보지 않는 체험이라 나중에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백산이 청산이와 한 컷-아들의 무서워하는 모습이 잘 찍혔다


집에 갈 때가 되어 백산이 청산이와 사진을 찍기로 했다. 아들은 어제 청산이가 짖어 두려움이 생긴 것 같다. 누나보다 가까이 가지 못하는 게 겁쟁이가 되었다. 공주는 아빠 보고  V자를 그려보며 포즈를 취한다. 아들 겁나하는 모습이 보여 겁쟁이라 두고두고 놀려야겠다. 

노란 국화꽃이 예뻐 사진을 찍어본다. 가을은 역시 국화가 대표 꽃인 것 같다. 이렇게 깊어가는 가을 관룡사에서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남긴다. 관룡사 템플스테이가 잊지 못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소문난 여행지, 비싼 펜션에서 자고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았지만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렇게 좋은 시간 보내게 해주신 관룡사 주지스님과 이번 여행을 기획한 장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다음에도 소박하지만 좋은 추억이 될 여행을 기획해 보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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