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대표이사 경고장을 받았다. 휴일 무심코 모바일로 회사 메일을 보다 인재전략팀에서 보낸 경고장을 보았다. 보는 순간 느낌은 나도 받았구나 무덤덤했다. 사전에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말 한마디 없이 메일로 통보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한통해서 이러이러하니 경고장을 받게 됐다고 안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직원에 대한 기본 예의가 없는 것 같다.
회사는 甲이고 난 乙이다. 회사가 경고장 주면 그냥 받는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주면 받을 수 밖에 없기에 궁색한 변명은 하지 않는다. 보다 이성적인 행동으로 경고장이 나에게 어떤 대미지를 줄까 분석한다. 인사 웹에 한 줄 이력으로 남아 나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그리곤 승진이나 직책을 부여함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내년이 M1으로 승진하는 첫 차수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승진에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다 실망하는 것보단 생각 없이 지내다 결과를 맞닥뜨리는 게 덜 상처받을 것 같다. 여우와 신 포도 우화가 생각난다. "승진해봤자 책임만 커져 골치 아플꺼야 지금 이대로 있는 게 더 나을 거야" 하며 자신을 방어한다.
회사에서 승진 사다리를 타고 계속 오르는 것이 과연 삶에 목표가 될 수 있을까? 살면서 밥은 중요하다. 더 많은 밥을 얻기 위해선 계속 올라가야 한다. 가족들을 부양하고 자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승진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의미 있는 목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회사 內 위치는 그 안에 있을 때 의미 있지만 회사를 나오면 의미 없어진다. 그런 분들을 매년 정기인사 시기에 보게 된다. 인생은 길고 정년은 짧다. 그래서 회사에서 가졌던 의미 있는 일이 회사를 나와도 연결되야 한다. 그래야 계속 생존할 수 있고 인생 전체가 의미 있어진다.
그렇다면 승진 자체가 아닌 지금 하는 일에 의미를 찾아야 한다. 직(職)이 아닌 업(業)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회사를 나와서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인가? 이 질문이 유효하다. 내가 하던 일이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계속 밥을 벌게 해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전문화하여 돈과 연결할 수 있는지 계속 연구해야 한다. 내 강점을 활용하여 회사에서 필살기를 수련해야 한다. 이것이 서로가 win-win 하는 방법이다. 회사는 내 필살기로 성과를 내 이익을 받을 것이고 나도 필살기 훈련의 장을 제공받는다. 그래야 나이 들어 회사와 아름다운 결별을 할 수 있다.
첫째 필살기는 글쓰기다. 지금은 모바일 시대다. 어디서든지 글을 쓰고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자신이 글을 안 쓴다지만 카톡으로 쓰고 회사에선 메일을 쓴다. 이젠 무엇을 하든 글을 써야 하는 시대다. 개인 마케팅 시대에 글을 통해 표현하고 홍보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왔다. 그 강력한 도구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글쓰기는 순간 찰나의 사고를 글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사고는 글쓰기를 통해 보다 깊어진다. 또한 사고를 통해 글쓰기 기술도 향상된다. 서로 도움을 주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자신이 하고 있는 업을 글쓰기를 통해 더욱 전문화하고 외부에 강력하게 홍보할 수 있다.
둘째 필살기는 지금 하고 있는 지원담당 업무다. 15년을 하면서 나름의 업무 패턴과 통찰력을 얻었다. 하지만 15년의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년을 하더라도 깊이가 중요하다. 지원 업무 전문가가 될지 그냥 쓸만한 행정가가 될지는 업무의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지원담당 업무가 모두 필살기가 될 수는 없다. 그중 몇 가지 전문적인 업무로 개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연구해야 할 숙제이다.
그러고 보니 경고장이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해준 회초리 였다. 삶에 있어 모든 일들이 나쁜 면만 있는 게 아니다. 그 내면에 숨겨진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의 문제들과 부닥치면서 의기소침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절대 현실에 무너지지 말자 상황의 내면에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 도움이 되게 하자 이것이 인생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