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돈을 원한다. 돈이 좋다는 것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살을 에는 추위에도 일을 나가고 원치 않는 억지웃음을 짓는다. 돈이 많다면 지긋지긋한 이 일을 당장 집어치울 수 있다. 부모님께 물려받을 재산이 많은 금수저나 운이 좋아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다면 인생은 자유롭고 풍요로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살기 위해선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로또를 사지만 어김없이 일요일에는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안정된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풍요로운 삶을 위해 돈 모으는 것에 집중했다. 많은 은행들이 투자를 위한 종잣돈 마련을 위해 적금을 부추긴다. 또한 복리란 인류가 만든 가장 멋진 발명품이라며 꾸준히 저축할 것을 강요한다. 이렇게 모아진 돈은 24시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를 위해 이자에 이자를 붙이며 몸집을 키워간다. 또는 주식으로 어떤 날은 상승곡선에 구름 위를 걷고 하락곡선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요즘은 가상화폐 투자로 주식보다 더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경험할 수 있다. 이 모든 활동의 공통점은 돈이 나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주게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 계좌의 현금처럼 나를 위해 밤낮없이 일해 주는 것은 또 없을까? 현금처럼 모을수록 힘을 발휘하고 나에게 가치를 주는 것 말이다. 세상에 유일한 물질은 없다. 석유가 있으면 석탄이 있고, 금이 있으면 은이 있다. 성분은 다르지만 비슷하게 가치를 주는 대체재는 항상 존재한다. 돈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돈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 어차피 돈 버는 것이 어렵다면 다른 대체재를 찾는 것이 빠른 방법이다. 여기서 핵심은 내가 쉽게 생산하거나 가질 수 있는 대체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식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지식 정보화시대에 중심은 지적자본이다. 지적자본의 사전적 정의는 특허권ㆍ상표권ㆍ영업권ㆍ기술 등 무형의 자산과 이러한 자산을 운용하는 연구개발ㆍ창의력ㆍ노하우ㆍ경영진의 관리능력ㆍ기업의 이미지 등을 의미한다로 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지식 정보화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무형자산 곧 지적자본이 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지적자본은 어떤 게 있을까? 나는 생각을 정리하여 쓰기로 표현한 글이다. 나에겐 글이 지적자본이지만 다른 사람은 특허나 그림이 될 수 있으며 차별화된 레시피가 될 수 있다. 그중에서 내가 잘하고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은 글이다.
내가 썼던 글이 나를 위해 일해 주어 회사에서 관리자로 발탁됐던 사례가 있다. 나는 롯데마트 진해점 총무담당으로 근무할 때 업무 보고서를 자주 썼다. 6년 근무 후 다른 점으로 발령이 났지만 내가 썼던 보고서들은 전산에 남아 있었다. 이후 진해점에 새로운 매니저가 발령이 났고 업무에 참조하기 위해 보고서들을 검색하던 중 내가 썼던 보고서를 보게 되었다. 다른 직원들이 썼던 보고서들은 참조할 게 없었지만 내가 쓴 글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업무를 진행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후 진해점에서 근무했던 매니저가 이직을 하면서 나를 차기 매니저로 추천하여 내가 관리자로 발탁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쓴 글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때를 만나 나를 위해 일해준 값진 경험이다.
글이 아니어도 좋다. 그림에 소질이 있다면 매일 그림을 그려 작품을 쌓아가면 된다. 또는 운동도 좋다. 매일같이 특정 운동을 연습하여 몸에 암묵 지식을 쌓는다면 미래에 선수가 되거나 코치가 될 수 있다. 또는 그 노하우를 글로 쓸 수 있다. 내가 가진 재능을 활용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적자본을 쌓는 활동 역시 돈이 쌓여 발휘하는 능력과 같다. 김병만은 신인시절 개그 콘테스트에서 이런 개그 아이템이 몇 개가 있냐는 담당 PD의 질문을 받았다. 150개가 넘는다고 답변하자 거짓말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자리에서 빽빽이 적힌 개그 노트를 담당 PD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자신의 개그 아이디어를 충실히 쌓은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글이 돈이 된다는 말은 누구나 아는 당연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세상이 식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식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모든 것이 새롭다. 어른이 된 우리가 세상을 평범한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세상이 평범하게 보이는 것이다. 보는 관점을 달리하면 이면에 숨겨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직접적인 돈을 좇기보다 무한한 가치를 지닌 지적자본을 생산하는 것이 돈을 더 쉽게 벌 수 있는 지름길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자신을 알아가는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시간 낭비일지 모른다.
지금 내가 쓴 글들이 또는 그림들이 당장 돈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내가 노력하고 공들인 지적자본들은 나를 도와주기 위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나를 도와줄 많은 지적자본이 쌓일수록 그 힘은 더욱 강해진다. 물론 지적자본을 생산하는 활동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직접적인 돈을 좇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확실한 투자는 없다고 본다. 지금도 내가 쓴 글들은 나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더 많은 글을 써 힘을 키우고 있다. 나는 믿는다. 내가 쓴 글들이 언젠가 나를 구원해 줄 거라는 믿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