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대형마트에서 근무한지 21년 차이다. 한 직장에서 21년을 근무하기는 공무원이 아니면 쉽지 않다. 유통학과를 졸업하고 유통 업체에 근무하는 일반적인 경로를 거쳤지만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내가 이 직장에 적성이 맞았거나 아니면 무딘 사람 둘 중에 하나일 것 같다.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유통업 특성상 사람으로 돌아가는 업이기에 사람과의 갈등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그러고 보면 그 속에서 부딪히며 21년을 견디며 지금까지 잘 버틴 것 같다. 하지만 5년 전부터 이 직장을 그만두면 뭘 먹고살지? 하는 질문을 나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참 다양한 일을 도전하며 이뤄낸 것도 많았지만 나는 아직 대형마트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나는 다양한 일들을 쉽게 도전했지만 오랫동안 지속하지는 못했다. 항상 용두사미로 그 일의 임계치를 넘기지 못하고 3개월이 지나면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아마도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거나 그 일의 흥미가 떨어지면 쉽게 방치하고 또 다른 일을 찾아 시작한 것 같다. 아니면 이 일이 안돼도 다시 돌아갈 익숙한 직장이 있다는 생각에 포기했는지 모른다. 나중에 내가 도전했던 여러 일들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로 이곳을 떠나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 마음을 먹게 된 이유는 현 직장에서의 불만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사람들은 불편하고 힘들지 않으면 굳이 현재의 삶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불만족으로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으니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나이 50을 바라보며 인생 후반전 내가 평소 막연하게 꿈꿔왔던 직업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는 얼마 남지 않은 직장 생활을 떠나 남은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준비해야 하는 당면한 숙제인 것 같다. 회사에서 나와 비슷한 연배의 동료들 또는 이 시대 40, 50대 가장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삶에게 받은 숙제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꿈꾸는 직업은 무엇인가?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MBTI 검사 결과 성격유형은 INFJ이다. 한마디로 선의의 옹호자인데 이타 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대형마트에서 사람들의 갈등이 폭발하는 곳에서 일했으니 얼마나 가슴 앓이가 심했겠나 싶다. 나는 조직에서 일하기 보다 혼자 일하며 내 성격과 재능에 맞는 역량으로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
내 직업명을 재능 연결 디자이너라고 붙였는데 대략적인 개념은 이렇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강점을 파악하고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매칭하여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며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직업상담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단순히 다양한 직업을 제안하기 보다 찾을 수 있는 과정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
나는 아직 재능 연결 디자이너의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 하지만 모든 걸 갖추고 시작하기에는 우리 인생이 짧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강점을 자산으로 내가 바라는 직업상을 키워가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내 직업상이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거나 추진하는 열정이 식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성공해야만 비로소 재능 연결 디자이너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재능 연결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필요한 책을 읽고 chatgpt에게 자문을 구하고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매일 그 과정을 글로 남겨 스토리가 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끊임없이 찾을 것이다. 오늘 이 글이 그 과정의 첫 발걸음이며 많은 분들께 하겠다고 선언하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