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진우 May 01. 2023

고맙습니다. 당신의 말도 안 되는 트집과 질책이

오늘 하루도 회사에 나가 열심히 일한다. 내가 받는 월급의 대가이며, 회사일을 잘해야 나가서도 일 잘할 수 있다는 글을 읽어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처럼 반대로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밖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이 말이 나를 설득시켰기에 회사에서 가치 있는 일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대형마트 21년 차로 일을 하며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고 업무 효율성을 기준으로 잡는다. 이것이 내가 일하는 의사결정 기준이다. 어느 날 새로 입점한 브랜드 매장 점주가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부점장님 리뉴얼로 매장이 확 바뀌니깐 지나가는 고객들 문의가 너무 많습니다. 고객만족센터가 어디냐, 세탁소가 어디로 옮겼냐, 화장실은 어디냐.. 일일이 응대는 하는데 다른 고객 응대 중에 질문하면 안내할 수가 없습니다. 안내 사인물 하나 세워주시면 고객 문의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점주의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매장을 잘 알고 있지만 고객들은 잘 모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객이 불편해하고 직원이 집중해야 할 본연의 업무에 집중을 못 한다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었다.

"점주님 고충이 많겠네요 우선 고객님 잘 보이는 곳에 많이 물어보는 편의시설 위치를 안내하는 사인물을 게시하겠습니다. 그럼 평소보다 문의가 많이 줄어들 겁니다."


팀원에게 게시물 설치를 지시하고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내 신속하게 안내물을 설치하고 점주는 내게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근데 저녁쯤 점장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ㅇㅇ매장 앞에 안내물은 누가 설치했나요? 이런 식으로 일 하는 게 맞는 건가요?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 내가 휴무날에도 쉬지 못하고 모두 챙겨야 하는 겁니다!"


순간 점장이 왜 화를 낼까? 찰나의 순간 내 머리는 문제가 뭐였는지 CPU를 풀가동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기본 상식처럼 문제가 되지 않는 일 처리였기 때문이었다. 급히 해당 매장으로 이동하니 점장이 서있었다. 점장과 대화를 하며 화를 낸 이유를 찾아봤는데 딱히 두드러진 원인을 찾을 수 없었으나 몇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었다.


자체 제작 사인물이 아닌 업체에서 제작된 제대로 된 사인물 게시
편의시설 안내 사인물이 브랜드 매장 앞에 있어야 하는지


"저 점주가 고객이 물어보는 게  귀찮아서 얘기한 것일 수도 있으니 30분간 서서 고객이 얼마나 물어보는지 확인해 보세요" 점장의 이 말을 듣고는 직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도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당장 고객과 직원이 불편해하면 즉시 조치하고 자체 게시물 디자인이 맘에 안 들었다면 추후 제대로 된 사인물을 제작하고 설치하자고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 굳이 크게 화를 내며 버럭 할 일은 아니었다. 점장이란 직책이 있다고 이렇게 부점장의 일처리를 무시해도 되는 건지 이해 되지 않았다.


매장 점주가 게시물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점장에게 피를 토하듯이 설명했지만 본인의 고집을 쉽게 꺽지는 않았다. 나 역시 직책이 깡패라고 점장의 의견이 맞는다는 식으로 보좌하듯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중간관리자의 비애와 한숨이 가장 깊어진다.


한편으로는 이런 에피소드가 너무 고맙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내가 목표한 삶을 열심히 준비하라고. 일상 속에서 불현듯 해이해지지 말라며 채찍을 때려주니 고맙다.


무거운 마음으로 퇴근 후 고객 의견이 등록되었다는 앱 알림음이 울렸다. 속으로 "또 무슨 컴플레인이 접수되었나" 하는 걱정으로 앱을 켰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오늘 그 매장 점주를 칭찬하는 글이 올라왔다. 내용을 읽어보니 고객의 자녀가 매장에서 거울을 깼는데 아이가 안 다쳤는지 걱정해 주며 상품 보상도 괜찮다고 응대해 너무 감동적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점주의 하소연에 대해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이렇게 열심히 응대하는 데 너무 많은 질문에 다 안내하지 못해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다음날 점주를 만나 고객친절 접수 내용을 읽어주니 그동안 오픈 준비에 대한 고생과 자신의 친절한 응대가 증명되어 폭풍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앞으로도 더욱 고객님 친절한 응대 부탁드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런 에피소드는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해온 정상적인 일이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점장은 사인물 후속조치에 대해 결정을 내지 않고 보류했다.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윗사람에게 본인 생각이 틀렸다고 의견을 들을 수 없다. 만약 그런 사과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위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삶으로부터 내꿈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라고 한대 맞았다. 조직생활과 1인 기업가는 서로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가는 시스템이 조직 시스템보다 더 나은 성과와 보람을 준다면 장점이 단점을 상쇄할 것이다. 이를 게을러지지 말고 더욱 만들어가는 삶의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나는 긍정적인 사람인가? 아님 상처받기 싫어서 만들어낸 자기 방어일까? 앞으로도 나는 모든 비지니스의 기준을 고객과 업무 효율화를 우선으로 할 것 같다. 이런 일이 더욱 확고하게 내 철학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여러분들도 부정적인 일들을 긍정적으로 전환시켜 자신을 더욱 굳건히 세우기를 바란다. 이것이 지금 삶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