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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Mar 24. 2018

알바로 변해가다.

어느 날 내가 하는 업무들이 당장 누가 와도 할 수 있는 비가치 업무로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율포장대 공박스 채우기, 주차장 고객 차량 안내, 계산대 지원, 리턴 상품과 쇼핑 바구니 회수 등이 주말 업무의 대부분이다. 내가 수행하는 가치 업무는 어떤 것들인가? 컴플레인 고객 응대, 불만족 voc 처리, 조직 내 갈등 해소를 위한 면담, 일상적인 지원 관리 활동, 대관업무(경영이 원활하게 되도록) 등이다. 


비가치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이유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AR 인력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것이다. 매출 대비 이익이 나지 않아 인력 비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시니어, 주니어 담당은 중심 직무 외 추가 업무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비가치 업무인 허드렛일을 누가 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이 허드렛일이 고객 입장에선 충분히 비용을 지불할만한 가치 업무일 수 있다. 대신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업무들이다.

나는 조직의 전략이 현장에서 잘 실행되도록 하는 관리자다. 조직은 사원들에게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돈 들이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범위가 제한적이다. 그리고 20년간 쌓인 경영 노하우와 업무 최적화로 매장은 시스템화되어 있다. 더 이상 효율화를 위한 아이디어 내기는 마른 수건에서 물 짜기이다.

나는 지원담당 업무가 예전에 비해 많이 축소되었음을 몸으로 느낀다. 회사 매출이 감소되어 영업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하고 스텝 업무는 축소하고 있다.  지원담당 인력과 기존에 수행하던 다양한 업무가 축소되어 현재는 최소한의 업무만 간신히 진행된다. 현재 회사 매출 감소는 인구구조의 변화, 유통채널의 다변화, 경제 저성장 기조 심화, 대형마트 시장의 포화상태라는 복합적인 원인이다. 물론 그 속에서 매출을 높이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업에 자원을 더욱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지원 업무를 15년간 수행하던 사람으로서 섭섭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앞으로 대형마트 소매시장의 파이는 더욱 줄어들고 비용 절감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비가치 업무를 수행하며 드는 자괴감은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갉아먹는다. 그 굴욕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속으로 수차례 다짐한다. 자신의 가치를 키우는 방법은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한 역량 강화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연을 들으며 미래사회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나간다. 자신에 대한 투자는 정직해서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괴감과 굴욕을 역량 강화를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자 부정적 에너지도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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