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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욱 Feb 20. 2022

<머리카락 우주>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기

5화



애니메이션의 흐름에 대해


애니메이션에서 3D 제작 기법이 최초로 사용된 것은 픽사의 1995년작 <토이 스토리>이다 (물론 그 전에도 디즈니 <미녀와 야수>의 춤추는 장면이나 <라이온 킹>의 누떼들이 달려오는 장면 등 2D 애니메이션에서 보조적으로 사용된 적은 있다). 이후 제작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사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고 간단해졌고, 애니메이션은 점점 더 "진짜" 같아졌다. 내가 처음 3D 애니메이션을 배웠던 때에도 '어떻게 하면 더 사실적으로 보일까?'와 같은 고민을 많이 했고, 누가 더 사실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지가 그 사람의 능력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객들은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의 사실적인 표현에 지루해졌다. 코믹북 스타일을 가미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고 2D 텍스쳐를 사용하여 회화적인 느낌이 드는 <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가 흥행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수작업 느낌이 강한 스톱모션 기법의 애니메이션이 많아지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추세를 보고 있자면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애니메이션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이를 대변하듯 이번 해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스타일이 독특한 3D 애니메이션 1편과 스톱모션 2편이 후보에 올랐다.  

Alberto Mielgo 감독의 <  The Windshield Wiper 
Hugo Covarrubias 감독의 < Bestia >
Daniel Ojari, Michael Please 감독의 < Robin Robin >


3D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전문 인력, 긴 작업 기간,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혼자 작품을 만들면서 이 문제를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픽사나 디즈니처럼 막대한 인프라/지원이 없는 한국에서 픽사와 디즈니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를 꿈꾸는 나로선 다른 부문에서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개성 있는 독특한 스토리, 아트웍, 효율성을 높인 3D 제작방식 등등 말이다. 이러한 노력은 효율과 효과를 생각하는 실질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한다.



<머리카락 우주>의 아트웍과 제작기법에 대해


지금 만들고 있는 <머리카락 우주>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야기로 따뜻한 분위기의 스타일이 필요한 동시에 거대한 머리카락 우주 세계의 공간감을 표현할 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공간 표현에 있어 자유로운 3D 애니메이션 작업 방식을 사용하되 2D 애니메이션과 같은 표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렌더링을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시도한 것이 마야의 플레이 블라스트를 통해 렌더링 하는 것인데, 이 방법으로 하면 3D 애니메이션임에도 렌더링을 하는 시간을 대폭적으로 줄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또한 이 방법은 뷰포트를 통해 렌더링 된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주로 프리비즈 작업 등에서 애니메이팅 작업을 하고 퀄리티는 낮지만 영상을 빠르게 보고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미리 보기 기능의 퀄리티가 높아졌고, 최근에 이 방법을 사용해서 Gints Zilbalodis 감독의 <Away>라는 장편 애니메이션과 여러 단편 애니메이션들이 만들어졌다. 이 방법의 단 한 가지 문제점은 텍스쳐에서 오는 깊이감이 없는 것이었다. 이에 방법을 찾다 수채화 느낌을 내는 MNPRX 소프트웨어를 알게 되었고 많은 실험 끝에 습자지 같은 느낌의 독특한 질감 표현을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가면서 배워야 할 것도 고민할 부분도 많지만 개성을 가진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감을 가지고 꾸준히 작업해보려 한다.


 캐릭터 테스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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