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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진언 Dec 11. 2021

비둘기를 좋아하시나요?

사실 디자이너는 가장 사치스러운 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종종 디자인은 세상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거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도, 가난을 극복해 줄 수도 없다.

오히려 가난을 실감하게 하고 ‘나’ 를 더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때문에 나는

디자이너들의 작업물은 그들의 논의 속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 속에서 의미가 찾아져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업들의 이야기 속에서 저마다의 감정이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그 과정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원동력이나 에너지가 되어야 한다고



내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작업한 것이 바로

비둘기 샘과 존 이다

사람들에 의해 도시에 들여졌지만,

이제는 갈 곳이 없어 묵묵히 도시를 배회하는 새들,

평화의 상징이라는 자랑스럽던 시절은 오간데 없고,

기어이 게으름과 나태의 상징이자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거리의 매연으로 온몸은 먼지로 뒤덮히고, 발은 잘려나갔다

비둘기는 더 이상 하늘을 날지 않는다


그런 비둘기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나는 더 이상 예쁘지 않고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무엇인가 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지만 언제나 확신은 없고 불안하기만 하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삶,

삶은 끊임없이 나를 세상에 내두르고 나는 그런 삶에 길들여졌다.

내가 원했던 나의 모습은 어땠는지 점점 희석되고 무기력하기만 하다

비둘기의 눈을 들여다보며 그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나는 이제 비둘기가

예전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비추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게으른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공감이 가고

시종일관 무표정한 모습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멍청해 보이지만 그런 덤덤한 모습에서 어딘가 모르게 고독감을 느끼고

그 이면을 통해 도시 생활의 외로움, 가끔은 너무도 무기력한 우리들에 대한 모습,

그런 공감과 어떤 위로를 전했으면 한다


그저 귀여운 캐릭터, 물건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캐릭터로

그들의 삶에 더 깊게 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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