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6일은 참, 묘한 날이었다.
근무를 하며 후임들과 웃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주변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실없는 이야기였지만, 네 이름을 떠올리자 너와 함께한 시간들도 떠올라서 좋았다. 근무가 끝나고 생활관으로 복귀해 갑갑한 근무복을 생활복으로 갈아입고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화면 우측 상단의 말풍선과 지구본에 뜬 빨간색 숫자들을 보며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네게 연락이 오진 않았었다. 원래 너는 연락을 잘 안 하는 타입이었다.
오랜만에 온 연락이라 그런지 여러모로 뜻밖이었다. 직접 연락한 것도 아니고, 유쾌한 소식도 아니었으니까. 믿을 수가 없어서 네 소식을 전해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난인 줄 알고 평소와 같이, 웃으면서. 수화기 너머로 평소와 같은 음성 대신 평소와 다른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쯤 되면 믿을 만 한데, 믿어야 하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규정상 불가능했지만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다고 생각해왔던 지휘관은 온몸을 떨고 있는 대원이 가엾었는지 1박 2일의 청원휴가를 허락했다. 수화기 너머로 울던 친구의 자취방에 도착했을 때, 마침 휴가 나와있던 친구들이 있었다. 모두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최대한 밝게 서로를 반기려고 애썼다. 한바탕 웃으며 함께 저녁을 먹고, 다음 날 함께 너를 보러 가야 했기에 웃음기를 걷어내고 슬픔과 두려움을 마주하며 잠을 청했다. 잠이 들지 않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볼 때, 다른 친구는 소리 내며 울기 시작했다.
너와 친해진 지 올해로 6년이 됐다. 붕어빵과 호떡을 결합한 말도 안 되는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 구상할 때에도, 3.1m 깊이의 도랑물에 몸을 던질 때에도 우린 함께했었다.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여행이라고 갔던 겨울의 제주도는 눈부시게 따뜻했다. 무엇보다도 민족 대명절이든 뭐가 됐든, 빨간 날이면 'PC방 가자'라는 짤막한 메시지 하나로 슬리퍼를 질질 끌며 초췌한 몰골로 만나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우리 뒷모습은 가끔 꿈에 나올 정도로 그립다. 그땐 몰랐는데, 아무 때나 불러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던 너는 내게 너무 큰 존재였던 것 같다. 1년이 지난 지금 내겐 아무 때나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엊그제 네게 다녀왔는데, 여전히 변한 건 없었다. 우린 대답 없는 네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아무리 우리가 떠들어대도 너는 이어폰을 꽂고 게임을 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묘하게, 우리가 가는 날마다 내리는 비는 네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목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너를 부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지금 묘하게 비가 내렸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