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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우 Oct 10. 2022

뮤지컬 <빨래>

"빨래처럼 흔들리다 떨어진 우리의 일상이지만"

  2년 전, 누군가가 <놀면 뭐하니?>에 방영된 <빨래> 유튜브 클립을 보내준 적이 있다. 그때는 뮤지컬과 연극의 차이도 잘 몰랐고, 당시 심적인 여유도 없었기에 보지도 않고 '진짜 멋있다.'라고 건조하게 답장했었다. 시간이 흘러, 문득 그게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나에게 추천해 준 것인지 궁금해졌다. 7분 남짓 되는 영상을 다 보고 나니,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본 것을 매우 후회했다. 클립을 보내준 이에게 미안해서 '생각나서 다시 봤는데, 다시 봐도 참 감동적이다.'라고 짤막한 반성문을 보냈다. 그리고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대학로에서 다시 공연을 한다면 꼭 보러 가겠노라 다짐을 했다.


<빨래> 포스터


  <빨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짤막한 소개 문구로 설명할 수 있다. 정신없이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다 보면, 옆에 앉은 관객들이 극 중 인물이 되고, 극 중 인물이 관객이 된다. 그만큼 우리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빨래> 커튼콜


  9월 14일, 약 한 달 전에 예매를 해 놨었다. 그런데 중간에 캐스팅이 변경되었다는 문자를 두 번 받았다. 사실 <놀면 뭐하니?>에서 보았던 배우 분들이 많이 캐스팅된 날을 선택해서 예매를 했었던 터라,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극이 끝나고,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영' 역을 맡으신 '장혜민' 배우님의 대사, 표정, 몸짓 하나하나에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불안한 청춘,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다시 보러 갈 때에도 캐스팅 리스트에 있으셨으면 좋겠다.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 가벼운 마음으로 듣고 싶은 교양 수업을 수강 중이다. 그중에 매주 연사를 초청해 다양한 주제로 특강을 하는 수업이 있는데, 저번 주에 마침 '놀땅' 극단의 단장님께서 해 주시는 연극에 관한 특강이 있었다. 연극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을 보며 연기하는가?'라고 하셨다. 연극은 '사람'이 '사람의 눈'을 보며 연기하지만, 영화는 '사람'이 '카메라'를 보며 연기한다는 것이다. <빨래>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그들은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연기를 함과 동시에, 관객들의 눈을 바라보며 연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크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강 마지막에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단장님께서 말씀하신 '연극적 약속'에 대해 반기 아닌 반기를 들었다. 연극적 약속이 없으면 연극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셨는데, 관객들이 '여긴 극장이고, 안전한 곳이다.' 등에 대한 인식을 함으로써 오히려 몰입에 방해되는 경우는 없냐는 것이었다. 단장님께서는 '명제화하지 않은 기호를 통한 상상력'을 통해 극복되는 문제라고 하셨는데, 사실 답변을 들으며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어요.'라는 표시를 하면서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조만간 다시 보러 갈 뮤지컬이고, 앞으로 수백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이다. 아마 우리들의 삶이 지속되는 한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는 뮤지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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