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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우 Nov 01. 2022

소소하지 않은 일상들

아르바이트

  나는 참 작은 세상에 살고 있었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남들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의 풀이 굉장히 협소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꺼려하는 내 모습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도전을 미루고 미루다가, 다양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돈도 벌고 새로운 환경에 내던져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내 작은 도전들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최근 2주일 동안의 내 소소하면서도 소소하지 않은 일상에 대한 것이다.


  첫 아르바이트는 호텔 겸 야외 결혼식장 주차 요원 일이었다. 교통 의경 경험을 살린다면, 웬만한 큰 행사는 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 주차 요원이었지, 근무 시간 10시간 중 1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온갖 허드렛일을 했다. 세미나 방송 장비 체크부터 취사장 청소, 식기 도구 정리까지.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언제 주차 관리를 하며 전공(?)을 뽐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1시간 동안의 주차 관리를 하며 결혼식은 넓은 주차장이 구비된 장소에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느꼈고, 결혼식이 한창인데 도착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그리 어렵지 않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두 번째 아르바이트는 축구 경기장 경호 스태프 일이었다. 경기장 입구 중 하나에 서서 입장하는 관중들의 소지품 검사를 하는 일이었다. 500mL를 초과하는 용량의 페트병이나 모든 캔 음료는 뚜껑을 따서 반입해야 하는 규칙을 처음 알았다. 아무튼 그냥 서 있다가 끝나서 기억에 남는 게 딱히 없다. 같은 근무지에 배치된 분들 성격이 좋았다는 것 빼고는.


  세 번째 아르바이트는 장수에서 진행된 '한우랑 사과랑 축제' 스태프 아르바이트였다. 이력서의 관련 경력 사항에 쓸 게 없어서 '2016.4.14. ~ 2018.1.13. 상기 기간 동안 의무경찰로 복무하며 다양한 축제 지원'만 써서 떨어질 줄 알았는데, 10월 27일부터 4일 동안 스태프로 일하게 됐다. 주된 일은 무대 진행 보조였다.

  신기했던 건 함께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분들의 나이가 나와 거의 비슷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이야기는 다양했다. 공무원 연수를 받기 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도 있었고, 아직 4학년인 분들, 그리고 졸업 유예를 하고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년 가까이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7000만 원을 버신 분도 있었다. 그분께서는 마지막 날 근무가 끝나고 바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셨다. 아르바이트생을 담당하는 조연출 분께서는 나이가 나보다 어리다고 했다. 하지만 매사에 신중했고, 올바른 리더십과 책임감을 보여주어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다. 우리는 힘을 바짝 쓰고 나서 그만큼 앉아서 쉴 수 있는 편이었는데, 조연출 분은 하루 종일 서 있거나 뛰어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꼭 '고생했다.', '자꾸 시켜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 날에 미처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그동안 감사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무엇이든지 내가 해 보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는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마 방송국 일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보지 못했더라면, 현장 분위기가 생각보다 날카롭다는 사실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벌써 11월이다. 금목서 향을 많이 맡아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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