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토마토
나무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린 토마토가 농부의 손길을 기다린다. 김태윤 셰프와 강원도 춘천 토마토 농장을 찾았다.
건강한 땅에 뿌리내린 식물은 따사로운 햇살 아래 쑥쑥 기지개를 켠다. 여우비가 지나간 자리에서 식물은 수분을 머금고 또다시 성큼 자라난다. ‘태양의 맛’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토마토는 봄과 초여름에 내리쬐는 볕을 오롯이 흡수한 과실. 신선한 제철 채소와 과일을 찾아 얼마 전 방울토마토 농장에 다녀왔다는 김태윤 셰프와 함께 토마토를 만나러 춘천행 ITX-청춘 열차에 몸을 실었다.
초록 물결 넘실대는 토마토 농장
춘천역 광장에서 2019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가 한창이다. 광장 한편에 마련된 소양강 토마토 부스에서 춘천 토마토를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중이다. 그런데 근처 농장에서 바로 수확해 온 토마토는 낯선 초록색이다. ‘아직 안 익은 걸 가져왔을까?’ 궁금증을 안고 춘천 신북읍의 한 토마토 농장으로 향했다. 한적한 시골길을 울리는 차 소리에 비닐하우스 밖으로 고개를 내민 최상근 대표가 김태윤 셰프를 반갑게 맞았다. 최 대표를 따라 들어선 비닐하우스는 온통 초록색 토마토로 가득했다. 초록색과 빨간색이 반반 섞여 있을 거란 예상이 빗나갔다. “농장에서는 원래 다 초록색이에요.” 토마토는 수확 후 2~3일이 지나면 빨갛게 익는다. 후숙 과정을 거쳐 영양분이 더욱 풍부해지는 것이다.
“먹어 봐도 되나요?” 농장을 둘러보던 김태윤 셰프가 조심스레 묻자, “잡숴 봐요! 뭘 물어봐요!” 정겨운 대답이 돌아온다. 하나를 골라잡은 김태윤 셰프의 손길에서 설렘이 느껴진다. “농장에서 갓 딴 토마토는 시장에서 산 것보다 신맛이 강해요. 익으면서 단맛이 올라오거든요.” 김태윤 셰프가 조곤조곤 설명한다.
토마토 농사만 25년째 짓고 있는 최상근 대표는 도태랑, 630, 호용 등 여러 품종의 토마토를 거쳐 10년 전 지금의 라피도 품종으로 전환했다. “라피도는 열매도 많이 열리고, 과피가 두꺼워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요.” 과육이 단단해 칼로 썰어도 과즙이 흘러내리지 않아 요리에 주로 쓰인다.
비닐하우스와 노지 재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시중에는 노지에서 키운 토마토가 많지 않아요. 토마토는 병해에 약해 비를 막아 주는 비닐하우스가 있어야 안전하지요.” 현장에 동행한 춘천시농업기술센터 이상미 주무관이 설명을 덧붙인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토마토는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것이라고.
농부의 땀이 방울방울 담긴 토마토
이 토마토 하나를 기른다고 최상근 대표는 추운 겨울부터 쉴 틈 없이 일해 왔다. 1월 말 30센티미터 높이의 토마토 모종을 심고 나서 수확을 시작하는 4월 말까지 낮이건 밤이건 오매불망 토마토의 안위를 걱정했다. “토마토는 따뜻해야 쑥쑥 커요. 그래서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밤에는 비닐하우스 온도를 최대한 높여야 하지요.” 습기에 약한 토마토를 위해 낮에는 비닐하우스를 개방해 수시로 환기한다.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수확 철에는 이른 새벽부터 바삐 움직인다. 토마토는 손으로 하나하나 심고, 일일이 따야 해서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그 정성을 먹고 동글동글 토실토실 예쁘게 자랐을 것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작황이 좋은 편이에요.” 토마토 농사를 위해 올 상반기 열심히 달려온 최 대표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번진다.
전국 토마토 생산량의 약 12퍼센트를 차지하는 강원도 토마토의 절반가량이 춘천에서 자란다. 예부터 토마토 재배가 활발했던 이 지역은 최근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춘천 지역 3개 농협에서 운영하는 산지유통센터(APC) 덕분이다. 춘천 우수 농산물(GAP)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재배한 토마토는 산지유통센터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세척, 분류, 포장 등 일련의 작업을 거쳐 전국으로 뻗어 나간다. 농부는 오로지 생산에만 집중하면 된다. 최 대표 역시 농협에서 유통을 주도해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한다(문의 산지유통센터 신북농협 033-243-9700, 춘천농협 033-243-8310, 춘천원예농협033-243-6100).
4개월 넘게 가꾼 토마토를 떠나보낸 춘천의 농부들은 방울토마토로 이모작을 시작한다. 애정을 충분히 받은 한 생명은 그곳이 어디든 자기만의 뿌리를 내린다. 농부의 사랑을 먹고 자란 작물 역시 마찬가지다. 최상근 대표의 토마토는 전국 각지에서 소비자를 만나 토마토 인생 2막을 연다. 생과로, 주스로, 케첩으로, 샌드위치 속재료로 형태를 달리하며 우리 식탁에 오른다.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이 토마토를 맛볼 수 있다지만 갓 수확한 춘천 토마토는 지금이 제철이다. 한 입 베어 물면 과즙이 톡톡 터지는 토마토. 그 과즙에 춘천의 햇살과 농부의 마음이 한가득 들어 있다.
INFORMATION
토마토는 비타민, 아미노산, 철분, 칼슘 등 영양 성분을 고루 갖췄다. 덕분에 소화 기능 개선, 당뇨 및 고혈압 예방, 피로 해소, 피부 건강 증진 등 다양한 효능을 자랑한다. 특히 토마토의 붉은빛을 내는 라이코펜 성분은 암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익혀 먹으면 토마토 속 라이코펜을 더욱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