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저우 망산
중국 후난성 천저우(郴州)에서 쉼 없이 역동하는 자연을 만났다.
한국 면적의 약 96배에 달하는 중국은 그 면적만큼이나 거대한 규모의 자연을 자랑한다. 그중 중국 남부에 자리한 후난성 천저우엔 ‘산세가 망망대해처럼 광활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망산국가삼림공원이 자리한다. 망망대해의 ‘아득할 망(茫)’과 망산의 ‘우거질 망(莽)’은 분명 다른 한자지만 중국어 발음이 같아 이처럼 비유한다. 산세가 한없이 너른 바다 같다니, 도대체 어떤 풍경일지 궁금해 천저우로 향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광저우 국제공항까지 비행기로 3시간 30분, 공항에서 광저우 고속열차 역까지 차로 1시간, 다시 천저우 역까지 고속열차로 2시간 이동했다. 오전 11시경 인천에서 출발해 천저우에 도착하니 어느새 어둑한 밤이다. 값진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중국 고속열차 역에선 여권과 승차권은 물론 수화물도 철저히 확인한다. 역에서 빠져나와 숨을 깊이 들이마시니 푸른 공기가 몸속에 스민다. 이곳은 전체 면적의 60퍼센트가량이 산림지대인 숲의 도시다.
너그러운 산에 기댄 일상
이튿날 아침 일찍 숲의 도시에서 손꼽히는 숲, 망산국가삼림공원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이곳을 탐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해발 1905미터 톈타이산 정상에 오르는 등산 코스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우즈펑 방면으로 올라 잔도를 걷는 트레킹 코스. 시간을 아끼려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산 중턱에 위치한 탑승장까지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진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는 쉴 새 없이 흔들린다. 하릴없이 차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시선은 차창 밖으로 던진다. 한 노인이 느릿하게 걷는 모습이 보인다. 경사진 땅을 일구는 농부 곁도 지났다. 이런 깊은 산속에 누가 살까 싶은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가옥이 연달아 나타난다. 스치는 풍경 속에 아이와 어른이 여럿 보인다. 요족 마을이다. 중국 사람들은 “한족은 시내에, 장족은 물 위에, 묘족은 산에, 요족은 황량한 곳에 산다”라고 말한단다. 중국 내 50여 소수민족은 저마다의 문화와 언어를 간직한 채 지금껏 살아왔다. 다만 중국 역사의 흐름에 따라 민족의 역사도 달라졌을 뿐이다. 요족은 해발 1000미터 고지대에 주로 거주하는 민족으로, 망산국가삼림공원도 그들의 터전 중 하나다. 이곳에서 묵묵히 일상을 꾸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조심스레 들여다본다. 오래도록 한자리에 뿌리내린 산을 닮아 표정이 평온하다.
구름 위 신선놀음
2019년 10월 운행을 시작한 케이블카를 타고 20분이면 해발 1400미터에 도달한다. 이른 오전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계속해서 안개를 끌어 모았다. 1000미터 높이의 봉우리가 150여 개나 있다는데 짙은 안개에 가려 모든 것이 희미했다.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 날은 흔치 않다고 하니 우선은 이 순간을 즐기기로 한다. 어쩌면 더 특별할지도 모르겠다. 안개를 구름 삼아 신선이 된 기분으로 느릿하게 걸었다. 30분쯤 지났을까. 뿌연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안개가 걷히고, 망망대해처럼 끝없는 산세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저 멀리 지평선까지 온통 초록색이다. 그야말로 울창한 숲이다. 막힌 속이 뻥 뚫린다. 잠시 멈춰서 움푹 파인 협곡과 우뚝 솟은 봉우리의 향연을 눈에 담는다. 뒤이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길이 바빠진다. 이곳의 진면모와 조우한 기쁨도 잠시, 사방이 금세 안개로 뒤덮인다. 여행자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발길 닿는 곳마다 나비가 날아와 반긴다. 안개 속 나비를 따라 신비로운 풍경을 즐기며 느긋이 발걸음을 옮겼다.
망산국가삼림공원
후난성 장가계국가삼림공원에 버금가는 절경을 뽐낸다. 사람이 만든 케이블카와 잔도를 따라 운해로 뒤덮인 기암 앞에 서면 몸가짐이 단정해진다. 존재 자체로 경이로운 자연 앞에 그저 감탄만 나온다. 각기 다른 기암 중에서도 중국 고대 신화에 나오는 신 반고가 이곳에 떨어뜨렸다는 남두칠성, 일명 칠성대가 눈에 들어온다. 밤하늘을 밝히는 북두칠성만큼이나 반짝인다. 눈 내리는 겨울엔 얼음꽃이 장관이다.
페이톈산관광구
자연이 붉은색 퇴적암을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지금의 모습으로 빚어냈다. 평지와 언덕, 골짜기와 낭떠러지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푸른 수목이 경사진 땅을 디디고 꼿꼿하게 서 있다. 마치 붉은 용이 기다란 몸을 휘감아 잠든 듯하다. 중국 남부에 특히 발달한 단샤 지형인데, 중국어로 ‘붉은 노을’이란 뜻이다. 이곳을 가로지르는 취강에선 유람선을 타고 절벽 사이를 유람한다.
둥장호풍경구
이른 아침 둥장호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일출 전후 수면으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기 위해서다. 호수를 둘러싼 산세와 물안개가 어우러진 풍경 속으로 호롱불을 단 작은 배 한 척이 나타난다. 배 안의 노인이 힘차게 투망을 던진다. 과거 둥장호에서 조업하던 노인은 이곳을 찾은 관광객에게 진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물안개는 4월에서 10월까지 일출과 일몰 전후 2시간 사이가 절정이다.
완화옌
3억 5000만 년 역사를 지닌 자연 동굴엔 천연 샘물이 흐른다. 수량이 넉넉한 5월부터 10월까지 보트 탐험이 가능하다. 보트를 타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종유석은 물론 노인, 닭, 나무 등 다채로운 모양의 석순을 살핀다. 서울 한 놀이공원에 있는 놀이기구 ‘신밧드의 모험’ 실사판이다. 1987년 개방한 동굴은 여전히 박쥐가 서식할 만큼 자연을 그대로 유지했다. 2킬로미터 길이의 도보 코스는 평탄해 걷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