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세 번째 템플스테이-북한산 중흥사

by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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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템플스테이는 2013년 12월 전남 구례군 지리산 화엄사.

내린 눈이 채 다 녹지 않은 겨울이었다. 벌써 9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절 한편에 매달린 곶감, 법고의식을 행하는 스님의 뒷모습, 숙소 밖에 자리한 화장실 같은 사소한 일들이 드문드문 떠오른다. 그런데 그때 쓴 엽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잊히지 않는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 자신에게 엽서를 쓰는 시간이 있었고, 스님께서 "이 엽서를 잊었을 때쯤 보내주겠다" 하셨더랬다. 아직 내가 기억하고 있어서 엽서가 오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평생 받지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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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템플스테이는 2019년 10월 충남 공주시 갑사.

취재차 방문해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보다는 참관자에 가깝게 지내다 왔지만, 새벽 예불 전 하늘을 수놓은 별을 바라봤던 기억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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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템플스테이는 2022년 8월 경기도 고양시 중흥사.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절이지만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 역에서 셔틀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서울과 가까운 데다 30분 산행해야 한다는 점이 매우 끌렸다. 적당히 등산 기분도 내면서 템플스테이까지 1석 2조 아닌가. 그런데 막상 가보니 1석 3조, 그 이상이었다. 일단 산행하는 내내 북한산 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얼마든지 쉬어가도 된다. 중흥사까지 300여 미터 남은 지점, 넓다란 돌이 인상적인 계곡에 멈춰 숨을 골랐다. '절에 일찍 도착해야 전망 좋은 방에 묵지 않을까?' 같은 욕심이 불쑥 튀어올랐지만, 자연이 주는 위안에 기대보기로 했다. 계곡 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햇살 같은 것을 여유롭게 즐겨도 되는 시간이었다.


천년고찰 중흥사는 북한산 한 가운데 위치한 작은 절이다. 1910년대 홍수로 형태를 잃은 이곳은 2010년대 복원 작업을 시작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고려시대 호국 사찰로 승군이 머물던 자리에 복원한 건물을 템플스테이 숙소로 사용 중이다. 현재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첫날 저녁 공양과 예불, 이튿날 새벽 예불과 아침 공양이 프로그램의 전부. 특히 새벽 예불은 원하는 사람만 참여하면 된다. 저녁 예불에서는 절 하는 법, 새벽 예불에서는 명상 법을 배웠다. 그 덕에 스님이나 다른 사람을 따라 절하려고 눈치보지 않아도 된다.


템플스테이, 절, 불교가 지닌 힘은 뭘까? 중흥사를 향해 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각자 자기 마음을 돌아 봤다. 시간 관리, 편견 등 부족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또 다독였다. 절에 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몸과 마음을 크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저녁 공양과 예불을 마친 오후 8시, 깊은 잠에 빠졌다. 무엇이 그리 고단했는지 쿨쿨. 덕분에 새벽 예불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새벽 예불은 오전 4시 30분. 북한산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가득하던 절에 스님의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갑사 새벽 예불에서 빛나는 별을 만끽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새벽 예불 전 하늘을 올려다 봤다. 별이 정말 많았다. 별 보러 멀리 갈 것 없이 이곳에 오면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유난히 밝은 빛을 뽐내는 별도 여럿이었다. 스님의 기도 소리에 맞춰 내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꼿꼿하게 편 허리와 반가부좌 튼 다리가 아파 꿈틀꿈틀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오전 6시. 30분 후 아침 공양을 마치고 다시 잠에 빠졌다. 도대체 왜 이렇게 졸린건가요?


오전 10시 하산할 때는 셔틀이 없어서 1시간가량 걸어 내려와야 한다. 생각보다 험한 길에 삐끗하지 않도록 집중해서 걸었다. 잠깐 계곡에 들러 살포시 발도 담구었다. 이런 경험 자체가 오랜만이라 잔뜩 신이 났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디맑은 계곡물에 감탄사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산행, 템플스테이, 계곡 물에 발 담그기에 이어 마지막 코스가 남았다. 템플스테이를 떠나기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맛집 투어. 북한산성 입구에 밀집한 음식점 중 한 곳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리라! 저녁/아침 공양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이미 익숙한 속세 맛을 저버릴 순 없는 법. 감자전, 비빔밀면, 왕만두, 편육, 콩국수에 맥주 여러 잔을 곁들이며 속세에 무사히 복귀했다. 1박 2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기에 충분한 맛이었다.


중흥사 템플스테이? 가벼운 산행, 템플스테이, 계곡 물에 발 담그기, 별 보기, 숙면 취하기, 맛집 투어, 자기 반성까지 최소 1석 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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