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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Jul 18. 2020

해발 1896미터 고랭지 캠핑

샌버나디노 포레스트

스밸리에선 올여름 수은주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 (화씨 129도 섭씨 54도)이 들린다. 캘리포니아도 본격적인 여름. 그래서 이번엔 사막 지형 팜스프링에 인접한 한 곳이지만 나름 시원하다는 아이들 와일드(IDYLLWILD)를 둘러본다.

2시간여를 달려온 후 본격적으로 산허리를 깎아 만든 바위산 도로를 오르니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달리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차를 세우고 소박한 근경과 장대한 원경의 오묘한 조화를 느껴본다. 평소에 달리던 고속도로가 저만치 보이고 유명 브랜드 할인 쇼핑몰 카바존이 사진 오른쪽.

전망대가 있어 차를 세우고 보니 많이도 올라왔다. 벌써 해발 5천 피트 (약 1500미터). 미국 서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끝자락이 아련하다. 

오른편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곳이 리버사이드 카운티 테미큘라 마을. 걸어오진 않았겠지만 왠지 휴식을 취하는 듯 바위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인디언 소녀 (? 확인된 사실이 아니므로 따지지는 마시라. 그냥 분위기가 그랬다. ^^)

결론은 이렇게 생긴 딱정벌레가 소나무에 치명상을 입힌다는 이야기인데...

글귀를 보고 돌아서는데 바위에 이런 놈이 붙어 있다. 이 놈이 그 놈이여? 꼼짝도 하지 않고 붙어 있어 살아 있는 놈인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할 길이 없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숲 속 나무 그늘 아래 명당이 따로 없다.

지리산 천왕봉이 1917미터니까 대략 그 언저리는 되지 싶다.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불어오는 바람엔 피톤치드가 한가득. 하지만 다음날 소나무 아래에서 맞이하는 바람은 알레르기 대량 유발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혹시라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고도가 올라가고 기압이 올라가니 끓는점이 낮아져서 끓어도 면이 익지 않는다. 역시 라면은 바닷가가 최고. 

몽고 유목민들의 원형 텐트 게르(GER)가 떠올라서 구글을 찾아보니 6면 가제보 천막이라고 알려준다. 가제보라는 말 자체가 중국식 정자 같은 건물을 지칭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용어라고 하니 어쨌거나 동양적인 분위기.

기운 좋은 나무 아래서 자리 잡고 제대로 힐링 중이시다. 막상 여기저기 둘러보니 그중에서도 명당이 따로 있다. 하루 이틀 묶어가는 나그네에겐 그림의 떡.

트레일러를 트럭에 달고 내리막으로 후진해서 나무 옆에 자리 잡고 차량 밸런스 맞추는 일은 1~2년 경력 갖고는 어림도 없다. 캠핑 고수의 내공이 느껴진다. 

캠핑 초보에겐 평지가 아닌 곳은 모두 난공불락. 계단식 캠핑장은 보기엔 좋지만 주차하기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한여름 7월에 눈 덮인 산 정상에는 빅베어 호수가 있고 겨울철엔 스키장이 열린다. 멀리서 보니 납작해 보여도 높이가 3506미터로 백두산보다 800미터 정도 높다.

능선 위 아담한 플라토(plateau)에 사이프러스 나무가 보이는 걸 보니 누군가의 주말 주택이지 싶다. 앞마당과 뒷동산의 스케일이 쩐다. 

겨울 내내 쌓여있던 눈이 녹아서 수분이 넉넉하다. 그래서 사막답지 않게 말라비틀어진 나무는 거의 없고 사막 지형 덤불이라고 하기엔 때깔 곱게 푸르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확 트인 낭떠러지에 아찔함 넘치는 드라이브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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