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차라떼샷추가 Dec 20. 2020

모드 쥘리앵 소설 「완벽한 아이」 후기

내 아이를 완벽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위험한 속마음



1. 내용 요약 (※줄거리 포함)


프랑스 작가 모드 쥘리앵의 소설 「완벽한 아이」 이 책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의 아버지는 딸이 타락한 세상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존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소설 제목처럼 딸아이를 완벽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친 계획을 실행한다.

아버지의 첫 번째 계획은 아내를 딸아이의 가정교사로 키우는 일이었다. 부유했던 아버지는 나이 서른 살이 넘어서 가난한 광부의 여섯 살 된 막내딸을 키워주겠다며 데리고 온다. 아버지는 데려온 여자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준다. 그리고 공부를 마친 여자 아이에게 이제 자기 딸을 낳아줘야겠다고 요구를 한다. 그렇게 낳은 딸이 주인공이다.

아버지는 딸아이가 4살이 되자 넓은 주택으로 이사를 간다. 그때부터 아버지의 모든 인생은 딸아이의 교육에 맞춰진다. 아버지는 딸아이를 집 안에 가두고 365일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쉴 틈 없이 교육을 시킨다.

아버지는 나약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혹독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무표정 훈련'.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무표정하게 있는 것이다. '죽음의 명상'도 있다. 아버지는 죽은 자들과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딸아이를 암흑 같은 지하실에 가두고 불을 꺼버린다. 그 외에도 정신력을 키운다며 식사 때마다 술을 어른만큼 마시도록 하고, 전기가 통하는 철책을 잡고 10분간 버티는 훈련도 시킨다. 교육이라고 보기보다는 학대에 가까운 일들이다.

주인공은 이 같은 학대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지만, 한편 부모를 벗어나는 두려움이 상존한다. 그 상황에서 정신은 피폐해져 간다. 밤이면 자기 팔이 피가 날 때까지 물고 자학을 한다. 주인공은 자학을 하며 자유를 느낀다. 자학할 때 느낀 고통만은 주인공이 스스로 원할 때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공은 자신이 몽유병에 걸려 부모를 죽이는 꿈을 반복해서 꾼다. 꿈에서 주인공은 부모를 죽였다는 죄책감보다는 이 지긋지긋한 상황이 끝났다는 강렬한 안도감을 느낀다.

이런 불안한 주인공을 붙잡아 준 건 집 안에 동물들에게 받은 사랑, 책과 음악이 가져다준 상상력과 용기, 우연히 마주치게 된 사람들로부터의 도움과 우정이다. 이들 덕분에 주인공은 부모의 오랜 학대를 버티고 탈출한다.



2. 소설 속 아버지는 나와 다르지 않다.


세상에는 자유를 억압하려는 자와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으려는 자가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항상 후자였다. 세상은 온통 나를 억압하는 것 투성이고, 부조리함의 온상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완벽한 아이」를 읽었다면 나는 딸아이의 자유를 억압하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보니 소설 속 부모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내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빠가 되니 나도 자유를 억압하려는 자가 되어 간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불편한 건 아버지가 딸아이를 완벽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 했던 방법들이지, 아버지가 딸에게 가진 바람 그 자체는 아니다. 소설 속 아버지처럼 나도 내 아이가 완벽한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 혼란한 세상을 구원할 만큼 멋진 영웅으로 말이다. 내 아이를 탁월한 어떤 존재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 나는 언제든 내 아이의 자유를 억압하는 소설 속 아버지가 될 수 있다.

만약 소설의 저자가 결과적으로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이 소설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그렇다면 저자가 겪은 고통은 학대가 아니라 탁월한 교육 방식이었다고 평가받지는 않을까. 이제는 다시 억압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자유를 찾도록 도와준 음악 선생님이 나온다. 주인공이 17살에 만난 음악 선생님은 주인공이 있는 그대로 음악을 즐기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노련한 기지를 발휘해 주인공을 아버지에게서 탈출시킨다. 나중에는 주인공과 재즈밴드에서 같이 공연도 한다. 저자는 아무런 억압이 없는 자유로운 연주를 통해서 진정한 즐거움을 처음으로 경험했다고 한다.

소설 속 음악 선생님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내 아이를 억압하며 만들어 낸 결과적 성취를 즐거워하기보다는, 내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 낸 즐거움을 함께 즐거워하는 아빠 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