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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Jul 16. 2024

인생을 쉽게 사는 방법

1750일째 육아 중


연초에 텃밭을 분양받았다.

1년을 사용할 수 있다는데

벌써 절반의 시간이 지났다.


주변 텃밭들에서는 작물들이

빽빽하게 심겨 있었고,

토마토와 오이가 탐스럽게 익어갔다.


그에 비해 우리 텃밭은

황무지 사막에 더 가까웠다.

듬성듬성 심긴 작물도 매가리가 없었다.


아내는 아쉬운 마음에 뒤늦게

모종을 20개나 주문했다.

철이 한참 지나 심을 작물이 제한적이었다.



한울이를 데리고 텃밭에 다녀왔다.

작물보다 더 많이 자란 잡초를 뽑느라

텃밭을 다시 갈아엎었다.


한울이가 모종을 골라 하나씩 건네주면

나는 받아다가 텃밭에 심었다.

척하면 척, 딱하면 딱 호흡이 제법 잘 맞았다.


때를 놓쳐 심긴 모종들이

여름의 장마와 햇빛을 견디고

잘 자라 열매를 맺어주길 바랐다.


제때 심긴 작물들처럼

튼튼하게 자라진 못하겠고

여러 번 열매 맺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때를 놓쳤다는 건 아쉬움이 남는 일이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건 똑같은데

더 힘들고 더 적게 얻는다는 의미이다.


그 아쉬움은 내가 자초한 일이다.

과거의 게으름에 대한 가이다.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농사도 인생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근면성실은 도덕적인 교훈이 아니라,

제때를 맞춰 더 편한 길로 가기 위한

실용적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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