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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Nov 11. 2024

더 나은 여행을 위한 준비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고


육아휴직을 즐기는 나만의 방법,

아들과 둘이서 매달 여행하기



벌써 육아휴직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이제 남은 기간은 10개월 남짓.

해가 저물 때마다 마음이 급해진다.

모래시계 안에 모래알이 쉼 없이 떨어지듯

내 자유 시간도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다.


휴직 기간 동안 아들과의 둘만의 여행을

몇 번 더 시도해 볼 생각이다.

지금 계획으로는 '1-1-1'로 생각 중이다.

1달1번 1주일 이상 다녀오기.



벌써 그리운 일본 여행의 추억





관찰과 사색이 부재했던

지난 일본 여행의 아쉬움



지난달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아쉬웠던 점은

관찰과 사색의 부재함이었다.

아내에게 논문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해

갑작스럽게 떠나야 했던 여행이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의도나 계획도 구체적이지 못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준비되지 않은 여행의 위험을 지적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바라보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알랭 드 보통의 지적에 공감한다.


여행 준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와 같은

물질적인 준비가 아니라,

여행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해 낼지에 대한

여행자로서 마음가짐에 대한 준비 말이다.


관찰과 사색은 부족했지만 신나게 뛰어는 놀았다.





알랭 드 보통에게서 배운

여행의 기술 3가지



다음 여행을 준비하면서 책을 몇 권 읽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도 하나였다.

책에는 주옥같은 내용들이 많지만

나와 같이 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여행자들이 참고할 만한 꿀팁을 추려봤다. 


알랭 드 보통과 그의 책 《여행의 기술》 표지



1. 나만의 질문 가져가기


알랭 드 보통은 마드리드 여행 중

할 일을 잃고 방황했던 경험을 설명했다.

호텔에 머물다가 청소 시간이 되어서

계획 없이 급작스럽게 나오게 되었는데,

그때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

'무슨 생각을 해야 하나?'와 같은

의문에 사로 잡혔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알랭 드 보통은

19세기 독일의 탐험가이자 지리학자인

'훔볼트Humboldt'를 떠올렸다.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

훔볼트는 오랜 기간 세계를 탐험하면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와 같은 의문은

번도 품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여행 중 그의 임무는 항상 분명했던 것 같다.

훔볼트는 남미 대륙에 도착하자마자

고도에 따른 기후 환경과

그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을 기록했다.

심지어 여기에는 고도 몇 미터에서 

파리를 마지막으로 발견했는 지와 같이 

사소해 보이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훔볼트는 남미 대륙 탐험에서 돌아온 후에

이렇게 기록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식물 지리론》을 집필할 수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같은 훔볼트의 흥분은

그가 가졌던 질문 덕분이었다"라고 설명한다.

훔볼트는 7살 때 친척이 살고 있는

독일의 다른 지역을 방문하고서는

'왜 어디에나 똑같은 식물이 자라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훔볼트가 남미 대륙에서 기후와 식물을

주의 깊게 살폈던 이유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만의 질문을 품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알랭 드 보통은 질문을 가진 여행자와

그렇지 않은 여행자를 비교하면서

여행자들에게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질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파리를 보았을 때 약이 올라

파리채를 휘두를 수도 있고

훔볼트처럼 산을 달려 내려가

《식물 지리론》을 쓸 수도 있다."라면서.


알렉산더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와 그의 작업의 일부 (고도에 따른 자연 생태 분포를 기록해 놓은 내용)


2. 과감하게 생략하고 과장하기


알랭 드 보통은 프로방스 여행 중

기대와 다른 실망감을 경험했다.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동부 지역으로

풍경이 아름다운 지역으로 유명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프로방스에서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알랭 드 보통은

프로방스의 한 도시인 '아를'을 사랑한 미술가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렸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프로방스 지역의 

상징적인 풍경으로 사이프러스 나무를 떠올린다.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된 이유는 

반 고흐 작품의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 고흐가 사이프러스를 그리기 전에는

프로방스에서 사이프러스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반 고흐가 평범한 대상인 사이프러스를

한 지역의 상징을 만들 수 있던 이유는

과감한 생략과 과장적인 표현 덕분이었다. 

그는 특히 '사이프러스가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에 매료되었는데,

이 대상의 특성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왜곡, 생략, 대체 등과 같은

자의적인 해석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반 고흐는 위대한 작가라면 독자들에게

세상의 어떤 측면들을 좀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여행도 예술이 될 수 있다.

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아름다움에 

눈 뜨게 해 줄 수 있다면 말이다. 

여기저기 유명하다는 곳들을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여행 방식으로는

어떤 대상에 대한 특별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한 대상을 마주하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온전히 바라볼 때

비로소 특별한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반 고흐가 묘사한 사이프러스(왼쪽)와 실제 사이프러스(오른쪽)


3. 아름다움을 내 것으로 만들기


여행지에서 가보면 많은 여행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텨를 누른다.

또한 여행지와 관련된 기념품을 사기도 하고

남몰래 건물에 자기 이름을 새기기도 한다.

이 같은 행동들은 대부분 각자가 마주한

여행지에서의 특별한 순간 혹은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알랭 드 보통 역시 여행을 다니면서

이와 같은 충동을 느꼈음을 고백한다.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라며.

알랭 드 보통은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그 순간에도 19세기 영국 작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을 떠올렸다.

(어떤 순간마다 영감을 주는 인물을 떠올리는

알랭 드 보통은 정말 보통이 아니다.)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

존 러스킨은 '어떤 장소의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평생의 과제로 삼았던 인물이다.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에 대해

존 러스킨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의식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름다움의 요소들에 대해 글을 쓰거나

그림으로써 묘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아름다움을 의도적으로 파악할수록

우리 기억 속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스케치나 글로 대상을 묘사를 하려면 

그 대상을 세세하게 바라보면서

은연중에 생김새에 대한 질문을 하고

또 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일례로 아름다운 나무를 묘사하려면

'줄기는 뿌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줄기에 매달린 잎의 모양은 어떤지?'

'줄기는 어떻게 뻗어 나가는지?' 

와 같은 질문들이 떠오르게 되고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 대상을 더 상세하게 바라보게 된다. 


러스킨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놀랐던 점은

'아름다움에도 이유가 있다'라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아~ 좋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왜 좋았는지?'라는 질문 앞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역시 그렇다.


러스킨은 그림 실력이 형편없거나

글 솜씨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스케치와 말 그림을 통한 묘사를 권장했다. 

그 이유는 그림이나 글 실력보다는

아름다움을 의식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작업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존 러스킨John Ruskin(왼쪽)과 그의 드로잉 작품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다음 여행 준비



다음 여행지는 '전주'로 정했다.

이번 여행도 아들과 둘이서 다녀올 예정이다.

일정은 1주일 정도로 계획 중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알랭 드 보통에게서 배운

여행의 기술 세 가지를 반영해 보고자 한다.

1. 나만의 질문을 가져가기

2. 과감하게 생략하고 과장하기

3. 아름다움을 내 것으로 만들기

당연히 이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점이 더해진

여행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된다.


먼저, 나만의 질문 떠올리기

이번 전주 여행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두 가지 질문을 정했다.

(질문 1) 전주는 학교 외 영역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으로 끌어들이는가? 

(질문 2) 전주는 자연환경과 역사 유적 같은

공유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는가?

두 가지 질문을 모두 은연중에 

주의 깊게 살펴보는 부분이었다.

첫 질문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지역의 교육 인프라에 대한 관심 때문이고,

두 번째 질문은 내 석사 논문 주제였다.


그리고 과감하게 생략하고 과장하기

위 질문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방문 장소와 활동 테마도 선별하고 있다.

아래 5곳은 가급적 방문해 볼 예정이다. 

- 국립무형유산원

- 전주자연생태관

- 전북어린이창의체험관

- 전주동물원&드림랜드

- 기타 지역별 작은 도서관  


전주 여행하면 '한옥'과 '음식'이 먼저 떠오른다.

그렇지만 널리 알려진 상투적인 관광지보다는

아이와 전주를 여행했을 때에 발견할 수 있는

전주의 숨어 있는 매력 찾기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반 고흐가 프로방스의 사이프러스를

발견해 낸 것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하게 흉내라도 한 번 내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움을 내 것으로 만들기

이번 여행에서는 러스킨의 제안대로

내가 마주한 감동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스케치와 그림*을 활용해 보고자 한다.

(*그림을 그리듯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을 의미)

내게는 생소한 방식이라 잘 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도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의 글이 나의 경험이 더 풍성해질 것만 같아서.



마음의 준비도 어느 정도 된 것 같으니

이제 다시 또 떠나보자! 

육아휴직의 자유를 즐기러!!

아들과 새로운 추억을 쌓으러!!!

더 나은 여행의 기술을 실천하러!!!!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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