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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Oct 30. 2024

도쿄에서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13일차, 마지막)

5살 아들과 아빠, 둘만의 일본 여행

"도쿄, 안녕"


조금 전에 비행기가 이륙했어요. 

한울이와 2주간 머물렀던 도쿄 시내가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구름이 뒤덮었어요.

마치 연극에서 장면이 전환되듯

도쿄 여행도 끝이라는 게 실감이 되네요.


한울이에게 도쿄에서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있는지 물었어요.


아빠 : "도쿄에서 어떤 게 기억에 남아?"

한울 : "잘 생각이 안 나! 너무 많아서"

아빠 : "그러면 아빠가 먼저 얘기해 볼게"

한울 : (갑자기 손을 뻗어 아빠 입을 막음)

아빠 : "읍..읍..읍..."

한울 : "한울이가 얘기할게!!!!!"

아빠 : "알겠어 한울이가 먼저 얘기해 봐"

한울 : "음... 그림일기장 볼래!"

아빠 : "자~ 여기"

한울 : (일기장을 한 장씩 살펴봄)

한울 : "맞네! 우리 도쿄스카이트리 갔네!"

한울 : "그렇네! 닌자박물관에서 표창도 던졌네"

한울 : "디즈니랜드도 갔었지!"

한울 : "고기 먹다가 손도 데고... 흑..."

아빠 : "맞아 우리 많은 일을 함께 했네!"


매일 그림일기를 쓴 게 효과가 있더라고요.

제가 지쳐서 먼저 잠들었던 날에도

한울이는 그림일기 쓰고 자자며 절 깨웠었어요.

벌써부터 기록하고 기억하는 걸 즐거워하니

그 즐거움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더라고요.

일기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즐거운 일들도 가득 만들어 주고 싶고요!




당신이 공항으로 마중 나온다는 사실을

한울이에게 얘기하진 않았어요.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요! 

한울이도 엄마가 무척 보고 싶었을 텐데

그동안 참고 잘 버텨준 게 고마워요.

한울이가 당신 만나면 보고 싶었다며 

펑펑 우는 아닌지 모르겠네요.


당신에게도 깜짝 선물을 준비했어요.

지금 일본에서 구매한 예쁜 색종이로

당신에게 줄 '리스'를 만들고 있어요.

한울이가 어울리는 색깔을 하나씩 고르고

16개 조각을 손수 접고 

그 조각들을 끼워 맞추고 있어요.

생각보다 작업량이 좀 많은데

착륙 전에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울이가 준비한 이 선물을

당신도 마음에 들어 하면 좋겠네요.

이렇게 손수 만든 작품이나 편지 선물은

이 맘 때에만 받아볼 수 있는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이니까요.




오는 길에 한울이와 다음 여행도 얘기했어요.


아빠 : "한울아 아빠랑 여행 또 갈까?"

한울 : "응~ 가야지"

아빠 : "언제 갈까?"

한울 : "1주일 쉬고 갈까?"

아빠 : "헉... 1주일... 은 너무 짧고 좀 더 쉬자"

한울 : "알았어~ 그러면 11월에 또 가자"

아빠 : "응... 그래... 그러자..."


한울이가 여행을 즐거워하는 듯 하니

휴직한 동안 여행 많이 다녀야겠어요.

일단 11월에 갈 곳을 찾아보려고요.

이번에는 1주일만 다녀올게요.

한 번 갈 때마다 비용이 부담되긴 하지만

이런 시간을 언제 또 가져보겠어요.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잖아요.


이제 한국 땅이 보이네요.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논문 심사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그동안 혼자서 지치고 힘들었죠?

이제 곧 만나요 우리.

다시 내 품에 안겨요.

당신을 꼭 안아줄게요.


마지막 편지는 이만 줄일게요.


언제나 당신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싶은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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