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들과 아빠, 둘만의 일본 여행
"도쿄, 안녕"
조금 전에 비행기가 이륙했어요.
한울이와 2주간 머물렀던 도쿄 시내가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구름이 뒤덮었어요.
마치 연극에서 장면이 전환되듯
도쿄 여행도 끝이라는 게 실감이 되네요.
한울이에게 도쿄에서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게 있는지 물었어요.
아빠 : "도쿄에서 어떤 게 기억에 남아?"
한울 : "잘 생각이 안 나! 너무 많아서"
아빠 : "그러면 아빠가 먼저 얘기해 볼게"
한울 : (갑자기 손을 뻗어 아빠 입을 막음)
아빠 : "읍..읍..읍..."
한울 : "한울이가 얘기할게!!!!!"
아빠 : "알겠어 한울이가 먼저 얘기해 봐"
한울 : "음... 그림일기장 볼래!"
아빠 : "자~ 여기"
한울 : (일기장을 한 장씩 살펴봄)
한울 : "맞네! 우리 도쿄스카이트리 갔네!"
한울 : "그렇네! 닌자박물관에서 표창도 던졌네"
한울 : "디즈니랜드도 갔었지!"
한울 : "고기 먹다가 손도 데고... 흑..."
아빠 : "맞아 우리 많은 일을 함께 했네!"
매일 그림일기를 쓴 게 효과가 있더라고요.
제가 지쳐서 먼저 잠들었던 날에도
한울이는 그림일기 쓰고 자자며 절 깨웠었어요.
벌써부터 기록하고 기억하는 걸 즐거워하니
그 즐거움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더라고요.
일기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즐거운 일들도 가득 만들어 주고 싶고요!
당신이 공항으로 마중 나온다는 사실을
한울이에게 얘기하진 않았어요.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요!
한울이도 엄마가 무척 보고 싶었을 텐데
그동안 참고 잘 버텨준 게 고마워요.
한울이가 당신 만나면 보고 싶었다며
펑펑 우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당신에게도 깜짝 선물을 준비했어요.
지금 일본에서 구매한 예쁜 색종이로
당신에게 줄 '리스'를 만들고 있어요.
한울이가 어울리는 색깔을 하나씩 고르고
16개 조각을 손수 접고
그 조각들을 끼워 맞추고 있어요.
생각보다 작업량이 좀 많은데
착륙 전에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울이가 준비한 이 선물을
당신도 마음에 들어 하면 좋겠네요.
이렇게 손수 만든 작품이나 편지 선물은
이 맘 때에만 받아볼 수 있는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이니까요.
오는 길에 한울이와 다음 여행도 얘기했어요.
아빠 : "한울아 아빠랑 여행 또 갈까?"
한울 : "응~ 가야지"
아빠 : "언제 갈까?"
한울 : "1주일 쉬고 갈까?"
아빠 : "헉... 1주일... 은 너무 짧고 좀 더 쉬자"
한울 : "알았어~ 그러면 11월에 또 가자"
아빠 : "응... 그래... 그러자..."
한울이가 여행을 즐거워하는 듯 하니
휴직한 동안 여행 많이 다녀야겠어요.
일단 11월에 갈 곳을 찾아보려고요.
이번에는 1주일만 다녀올게요.
한 번 갈 때마다 비용이 부담되긴 하지만
이런 시간을 언제 또 가져보겠어요.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잖아요.
이제 한국 땅이 보이네요.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논문 심사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그동안 혼자서 지치고 힘들었죠?
이제 곧 만나요 우리.
다시 내 품에 안겨요.
당신을 꼭 안아줄게요.
마지막 편지는 이만 줄일게요.
언제나 당신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싶은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