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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서 사랑을 외치다.

아내와 아들의 애틋한 이별의 순간

by 녹차라떼샷추가 Nov 25. 2024

아내와 아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나의 것과는 다르다.


그 둘의 관계는

애틋하고 끈끈하다.

어떨 때에는 질척이고

늘어지기까지 한다.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헤어져야 했던 연인이

다시 만났다면

이런 모습일까.


둘 사이에서 나는

소외된 느낌도 받지만

그런 둘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평일 아침에 아들 데리고

어린이집에 갈 때면

아내는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마중을 나온다.


멀리서 버스가 보이면

아내와 아들은 정류장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지만

거기서 끝은 아니다.


아들은 버스에 타서

가장 앞 좌석에 앉는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어

엄마에게 못다 한 인사를 전한다.


"엄마! 오늘은 몇 시에 와?"

"8시까지 와! 한울이 자기 전에!!!"

"어~ 안녕! 사랑해!!!"

"사랑한다고!!!!!!!!!"

엄마 모습이 멀어질수록

아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진다.


아들의 인사는 엄마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된다.

아들은 멀어지는 엄마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창문에 뺨을 딱 붙이고서는

떠나온 자리를 돌아본다.


이렇게 요란스러운 행동이

버스 안 다른 승객들에게는

실례가 될 테지만,

감사하게도 승객들은

그런 아들의 모습을

늘 흐뭇하게 지켜봐 준다.


아내도 아들과 비슷하다.

아내는 버스가 안 보일 때까지

정류장에 서서 손을 흔들고

같이 소리치며 배웅해 준다.


"오늘은 밤 11시에 올게!"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

"엄마도 사랑해!"

"어! 엄마도 많이 사랑해!"




아내와 아들 덕분에

우리 동네에는 아침부터

짹짹- 깍깍- 새소리와 함께

"사랑해!"라는 말이 울려 퍼진다.


목청 놓아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외쳐본 일이

내게는 있었나?

아마 없었던 것 같지만

저 둘에게는 일상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목소리를 아꼈던 건

나 혼자였나 보다.



* 제목은 일본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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