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리더의 필수 소통 역량 '경청'
리더십이란 자신의 판단을 다른 사람들에게 관철시키는 역량이에요. 하지만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아요.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회사에서는 리더와 팀원으로 역할을 구분하지만, 모두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라는 점은 같아요. 리더의 지시에도 직원들은 얼마든지 "아니요"라고 말할 자유가 있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아니요"를 "네"로 바꾸는 힘, 그게 바로 리더십이고요.
리더 입장에서 직원과의 소통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강압, 설득, 경청. 이 방식에 따라 리더십의 작동 원리도 달라지게 돼요. 하나씩 살펴볼게요.
1. 강압: 복종을 전제로 한 일방향 소통
강압적인 소통은 리더가 직원의 의견을 억누르고 자신의 판단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방식이에요. 군대와 같이 명령과 복종이 기본인 조직에서는 일반적인 형태예요. 기업에서도 효율성을 이유로 이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 경우 직원들은 리더의 판단을 실행하는 수단으로 여겨져요. 그에 따라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에 제한을 받게 되고요. 직원들 입장에서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강압적 리더에게 순응하는 이유는, 제한받는 자유보다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리더가 지나치게 강압적이라면 선택지가 많은 유능한 직원들부터 떠나기 마련이에요. 직원들 이탈이 많아지면 조직은 불안해지게 되고요. 강압적 리더십 아래에서도 조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예요. 조직이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거나, 직원들에게 대안이 없는 경우죠.
2. 설득: 대등한 관계에서 쌍방향 소통
설득은 리더가 직원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신의 판단을 관철하려는 방식이에요. 대등한 관계 속에서 함께 일하는 조직일수록 권장되는 소통 방식이기도 하죠. 이 방식은 강압보다는 직원의 자유를 보다 존중하기 때문에 저항이 적고 조직 내 긴장감도 덜해요. 물론 현실에서는 토론을 가장해 이미 정해진 결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요.
이 방식에서 직원들은 리더와의 상성에 따라 업무 환경을 상반되게 인식할 수 있어요. 리더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직원들은 큰 갈등 없이 업무를 진행한다고 느낄 거예요. 반면, 관점이 다른 직원들은 리더와 사사건건 의견이 부딪치게 되면서 소통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이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직원들은 조직을 떠나기도 해요. 결과적으로 리더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로 조직이 점점 고착화될 가능성은 높아져요.
3. 경청: 직원의 경험을 존중하는 방식
경청은 리더가 자신의 의견보다 직원의 생각을 깊이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식이에요. 선출직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기업에서는 리더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다양한 지식과 관점을 융합해야 할 때 이 방식을 활용하게 돼요.
경청은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이에요. 의견을 존중받는다는 인식은 직원들의 자율성과 만족감을 높여줄 수 있어요. 하지만 리더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소수 의견을 전체 의견으로 오인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특히 보신주의적 성향의 리더일 경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쉬운 방식이에요.
앞으로는 '경청'이 리더에게 더욱 중요해질 거예요. 기술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기업이 마주한 문제는 복잡해지고 있어요. 리더 혼자만의 판단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졌어요. 게다가 조직 문화 역시 자율과 존중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강압적이나 설득 위주의 소통 방식에 대한 직원들의 저항은 점점 더 커지게 될 거예요.
하지만 경청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먼저 리더는 자신보다 직원이 더 현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해요. 또한 자신의 의견이 아니었더라도 결정한 이상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고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고, 실패의 책임은 피하고 싶어 해요. 이런 인간의 본성을 넘어설 수 있을 때 비로소 경청을 시작할 수 있어요.
경청은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이에요. 덕분에 리더는 미처 보지 못했던 시야를 확보하거나, 막연했던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어요. 반면, 지나치게 다양한 의견에 휘둘리다 보면 판단의 중심을 잃거나, 사소한 내용에 매몰되어 편협한 판단을 내리게 될 수도 있어요.
경청하는 리더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직원들의 의견을 선심 쓰듯 수용하는 것이에요. 경청할 때에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이 있어요. 직원은 조직보다 자기 입장을 우선시한다는 점이에요. 일부 직원들은 마치 조직 전체를 위한 것처럼 의견을 말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개인의 기대가 본질인 경우가 많아요. 직원들을 폄하하는 건 아니에요. 인간이라면 대부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물론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리더 자신도 직원들에게 신뢰를 받는다고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낭비와 비효율이 커질 수도 있어요. 마치 죄수의 딜레마처럼, 리더와 직원은 모두 만족하는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조직 경쟁력은 약화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예요.
회사의 리더는 경청의 목적을 '직원 만족'이 아니라 '조직 성과 향상'에 둬야 해요. 정치인이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려고 경청하는 것과는 목적이 달라야 해요. 전체 직원의 80-90%가 원하는 의견이라도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아야 해요. 반대로 단 1명의 의견이더라도 조직에 도움이 된다면 실행해야 하고요.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직원들이 제안하는 내용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바람일 가능성이 커요. 그중에서 조직에 유익한 의견을 발견하고 판단하는 것은 리더의 책임이자, 고유한 역할이에요.
경청하는 리더로서 성공하려면 '합리적 의사결정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다양한 관점을 듣는다는 건 그만큼 낯선 정보에 노출된다는 뜻이고, 리더는 낯선 정보를 포함해서도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만 낯선 정보의 비중이 많아질수록 리더는 결정에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어요. 판단의 확신이 부족해지면서 결정 자체를 주저하거나, 지나치게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해요.
앞으로 연재에서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려고 해요.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을 비롯한 학자들은 수십 년에 걸쳐 인간이 심리와 감정에 따라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지를 밝혀냈어요. 물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최대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들도 제안해 왔고요.
현장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분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볼게요. 앞으로 다룰 내용도 기대해 주세요.
※ 연재 휴식
당분간 연재를 중단하고 6월 중순에 다시 시작하려 해요. 중요한 외부 발표를 맡게 되어서 연재에 충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흑흑. 혹시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 커피챗 해볼까요?
리더로서 의사결정이 외롭고 어렵게 느껴지나요? 같이 한번 얘기 나눠봐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다른 분들의 상황을 듣고 또 배우고 싶어요. 기업 대표님이나 이제 갓 팀장을 맡게 된 분들 모두 환영해요. 훌륭한 리더로 같이 성장해 나갈 분들과의 만남이 기대되네요. ☞ 연락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