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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수 있지만, 신뢰는 지켜라

by 녹차라떼샷추가

실패를 인정함에 두려워 말라.


리더는 매일 다양한 결정을 내리며 조직을 이끌어요. 신제품 출시, 전략적 투자, 인재 배치 등 결정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기대대로 나오지는 않아요. 중요한 것은 결과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실패 이후 리더의 태도예요. 리더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구성원의 신뢰와 참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미국 켈로그대학 연구에 따르면, 리더가 자신의 실패를 자발적으로 공유할 때 구성원들은 오히려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1] 결점이 드러난 리더의 모습에 실망할 것 같지만 사람들은 이를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요. 반대로 실패를 부인하거나 변명하면 신뢰가 약화되고, 반복될수록 장기적으로 리더의 정직성과 진정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져요.


그렇다면 실패를 조직에 전달할 때는 어떤 방식이 효과적일까요? 일방적인 통보, 책임 회피, 혹은 공감 없는 메시지는 오히려 방어적 태도와 불신을 높일 우려가 커요. 다양한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작가 도리 클라크(Dorie Clark)는 이러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세 가지 커뮤니케이션 단계를 제안했어요. 인정 - 검토 - 조정이 바로 그것이죠. [2]




잘못을 풀어가는 소통 단계 1.

결정의 책임을 인정하라.


잘못된 결정을 내린 리더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를 숨기지 않는 것이에요. 잘못된 결정을 조직에 투명하게 공유하는 순간, 이미 신뢰 회복의 출발선에 서게 돼요. 실수를 공개한다는 건 단순히 “내가 틀렸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조직과 함께 해결책을 찾겠다는 책임의 선언과도 같아요.


리더는 가능한 한 빨리 핵심 이해관계자—직원, 파트너, 고객—에게 상황을 알리고,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해요. “이 결정은 이런 이유로 내렸고, 현재 이런 결과가 나타났습니다”라는 식의 간결하고 솔직한 표현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느낀 불안이나 안타까움 같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공감의 언어로 표현하면 좋아요. 사람들은 완벽한 리더보다 인간적인 리더에게 더 신뢰를 보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어요. 변명이나 책임 전가로 보이는 태도는 오히려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어요. “정보가 부족했다”거나 “다른 팀이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는 말은 변명처럼 들릴 수 있어요. 또한 인정이 늦어질수록 루머가 커지고 불안이 증폭되므로, 빠르고 명확한 인정이 중요해요.




잘못을 풀어가는 소통 단계 2.

잘못된 원인을 검토하라.


책임을 인정한 다음에는 객관적 근거 중심으로 문제를 분석해야 해요. 우선, 결정 당시의 가정을 목록화하고, 그 가정이 타당했는지 검토해요. 예를 들어 “판매가 20% 증가할 것이다” 혹은 “고객은 새로운 기능을 선호할 것이다” 같은 전제가 실제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다음으로 실제 지표—KPI, 재무자료, 고객 피드백, 시장 동향—을 모아 당시의 가정과 비교해 봐야 해요.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결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사고 흐름을 되짚는 거예요. 누가, 어떤 정보를, 언제,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거나 누락된 지점을 찾아야 해요.


또 하나 유용한 방법은 ‘만약 A 대신 B를 선택했다면?’이라는 대체 시나리오 분석이에요. 이를 통해 결정의 근본 원인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죠. 단, 분석에 너무 몰두해 ‘분석 마비’에 빠지는 것은 피해야 해요. 핵심 원인은 두세 가지를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이 단계에서 주의할 점은 확증편향이에요. 기존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반대 증거는 외면하게 돼요. 오히려 리더는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보는 편이 바람직해요. 그래야 잘못에서 배울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잘못을 풀어가는 소통 단계 3.

조정하고 나아가라.


마지막 단계는 결정을 어떻게 수정할지 정하고 실행하는 것이에요. 여기에는 네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 철회 : 손실이 커서 유지할 수 없을 때

- 수정 : 방향은 옳지만 일부 조정이 필요할 때

- 보완 : 추가 자원과 지원으로 문제를 상쇄할 때

- 유지 : 단기간 내 회복 가능성이 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든 빠르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해요. 누가, 언제, 무엇을 실행할지 명확히 하고, 핵심 지표와 점검 주기를 설정하면 좋아요. 예를 들어 향후 2주 동안 고객 불만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주간 단위로 공유하는 식이죠. 이렇게 투명하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은 신뢰 회복에 결정적이에요.


또한 조직 차원의 학습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별도 회고 시간을 통해 리더가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은…”이라고 말하면, 구성원들은 실수를 학습의 기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후에는 조직 차원에서 '사건 재구성 회의(after-action review)’를 여는 것도 효과적이에요. 이를 통해 교훈을 공유하고 의사결정 절차를 개선하면, 실수 재발을 줄이고 조직 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요.




리더의 의사결정은 계속된다.


리더의 의사결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리더십이 끝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 순간이 다시 시작할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잘못 자체가 아니라 잘못을 인식한 이후의 태도예요. 리더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이유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새로운 방향을 찾아 나간다면 구성원들은 오히려 그 리더를 더 신뢰하게 돼요. 구성원의 신뢰를 잃지 않는 한, 리더는 계속해서 조직을 이끌고 성장할 수 있어요.


[1] Kouchaki, M., Jiang, L., John, L., & Boghrati, R. (2023, March 2). Leaders: Don’t be afraid to admit your flaws. Ohio Society of Association Professionals. https://www.osae.org/aws/osap/pt/sd/news_article/495346/_PARENT/layout_details/false

[2] Clark, D. (2016, August 11). What to do when you’ve made a bad decision. Harvard Business Review. https://hbr.org/2016/08/what-to-do-when-youve-made-a-bad-dec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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