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공정성을 설명하라.
리더의 결정이 아무리 탁월해도 실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조직 성과는 결정 이후 실행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되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리더가 깊이 고민해 내린 결정조차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흔히 조직의 실행력 부족을 문제로 지적하지만, 실제 원인은 구성원들이 그 결정에 공감하지 못한 데 있는 경우가 많아요.
'리더는 결정하고 구성원은 따른다'라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요. 과거에는 지위를 활용한 강압적 리더십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특히 이제는 조직의 중심이 된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는 리더의 일방적 지시에 반발심을 표현해요. 이런 반감은 결국 실행력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요.
저 역시 이런 이유로 실패를 겪은 적이 있어요.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조직 개편을 추진했는데, 구성원의 반발로 무산된 일이 있었죠. 두 사업부를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불필요한 소문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진행했어요. 덕분에 검토와 결정 과정은 순조로웠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죠. 개편안을 공개한 후 구성원의 반발이 예상보다 컸어요. 경영진이 아무리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해도, 구성원들은 불안해하며 반대 의견을 쏟아냈어요. 여러 차례 간담회를 열었지만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개편은 철회됐어요. 그렇게 기대했던 효율화 성과는 시행도 못해 보고 끝나버렸죠.
반대로 리더의 결정에 구성원이 공감하면 실행력은 눈에 띄게 높아져요. 사람은 강요받은 일보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낀 일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요. 미국의 조직변화 전문가 올슨(Olson)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사를 통해 "논리적 정당성보다 감정적 수용이 실행력을 결정한다"라고 말했어요. [1] 앞서 소개한 실패 사례는 이 감정적 수용, 즉 공감의 부재가 만든 결과였죠.
요즘 많은 회사들이 이런 점을 깨닫고 구성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어요. 특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CEO가 직접 타운홀 미팅을 열고, 주요 결정을 설명하며 구성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이 흔해졌어요.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풍경이에요.
하지만 소통이 많다고 해서 자동으로 공감이 생기진 않아요. 대화를 많이 하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는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서로의 입장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나기도 해요. 결국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통은 단순히 '많이 말하는 것'보다 '어떻게 말하는가'의 문제인 셈이죠.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이 불만을 가지는 이유를 먼저 이해해야 해요.
구성원이 리더의 결정에 불만을 가지는 가장 큰 경우는 그 결정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손해가 예상되면 반발심이 생겨요. 구성원의 경우 회사의 성공보다 개인의 이익을 더 우선하기 쉬워요. 반면 리더는 회사의 성과가 곧 자신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직 중심의 판단을 하게 돼요. 즉, 리더의 결정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은 조직 중심의 판단에 대한 개인적인 손해의 문제로 해석돼요. 이런 입장 차이 때문에, 이미 내려진 결정에 대해서는 아무리 설명을 잘해도 구성원의 불만을 해소하기는 어려워요. 쉬운 방법은 그러한 피해에 대해 보상해 주는 것뿐이죠.
리더의 결정을 구성원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결정의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성에 집중해야 해요. "왜 그렇게 결정했는가?"보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춰져야 하죠. 미국 콜롬비아대 조엘 브로크너(Joel Brockner) 교수는 "사람들은 절차가 공정하면 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조직 목표를 위해 헌신한다"라고 말했어요. [2] 그 효과는 조직 개편, 평가 보상, 승진, 사업 전략, 조직 변화 등 다양한 사례에서 명확히 입증되었죠.
그렇다면 구성원이 절차를 공정하도록 느끼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 핵심은 세 가지예요. 의견 수렴, 절차 준수, 감정적 공감이 중요해요.
먼저, 구성원이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느끼게 해야 해요. 구성원들은 자신이 의견을 낼 기회를 충분히 가졌다고 느낄 때 절차를 공정하다고 평가해요. 그렇다고 모든 의견을 수용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그 의견이 '진지하게 다뤄졌다'는 인식이 중요해요. 이를 위해 의사결정 초기 단계부터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반대 의견도 기록해 공유하는 등 조치를 통해 신뢰를 줄 수 있어요.
다음으로, 정해진 절차와 기준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필요해요. 구성원들은 의사결정이 합리적 기준에 따라 진행된다고 느낄 때 공정하다고 인식해요. 반면 즉흥적이거나 특정 인물에 치우친 결정에 대해서는 신뢰를 무너뜨려요. 따라서 리더가 의사결정의 원칙과 평가 기준을 미리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단계별 진행 과정과 참여자, 검토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도움이 돼요.
마지막으로, 리더가 구성원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해요. 절차적 공정성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인간적 공감이에요. 리더가 구성원의 감정과 어려움에 공감할수록 구성원은 존중받고 있다고 느껴요. 그리고 이는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인식으로 전환되죠. [3]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구성원과 소통 기회가 있을 때 가능하다면 최고 의사결정자가 직접 소통하고, 불이익이 예상되는 구성원에게는 후속 지원책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요. 이런 세심한 배려와 존중이 공정한 절차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여줘요.
의사결정은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요. 그 결정이 구성원의 공감 속에서 실행될 때 비로소 완성돼요. 아무리 논리적으로 완벽한 결정이라도 구성원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면 실행은 멈춰요. 반대로, 구성원이 절차가 공정했다고 믿는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조차 받아들이고 실행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아져요.
리더의 역할은 단순히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정한 과정을 설계하고 공감을 이끄는 사람’이에요. 결과를 설득하는 리더보다 절차의 공정함을 보여주는 리더가 결국 실행력을 끌어올리고 성과를 만들 수 있어요.
[1] Olson, A. B. (2023, February 6). Getting employee buy-in for organizational change. Harvard Business Review. https://hbr.org/2023/02/getting-employee-buy-in-for-organizational-change
[2] Brockner, J. (2006, March). Why it’s so hard to be fair. Harvard Business Review, 84(3), 122-129.
[3] Bies, R. J., & Shapiro, D. L. (1987). Interactional fairness judgments: The influence of causal accounts. Social Justice Research, 1(3), 199-218. https://doi.org/10.1007/BF01048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