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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했으면 일관성을 유지하라.

결정 이후 찾아오는 불안함을 관리하는 방법

by 녹차라떼샷추가

결정 이후 찾아오는 불안감


결정의 순간, 리더는 확신과 불안을 동시에 느껴요. 여러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동시에 다른 가능성들을 포기하는 선택이기도 해요. 대부분의 경우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결정을 내려야 해요. 그렇기에 마음 한편에서는 "혹시 틀리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생겨나죠.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문제는 이 불안이 지속되면 실행의 일관성이 흔들린다는 점이에요. 불안한 상태의 리더는 '지금 당장 무언가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요. 작은 변수에도 마음이 흔들리기도 쉽죠. 그 결과는 즉흥적이면서 과감한 결정 번복으로 나타나곤 해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행동 편향'이라고 불러요. 실제로는 성과 개선과 관련이 없더라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행동 자체로 안도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충동적 대응은 전략적 일관성을 무너뜨리고, 오히려 조직 성과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많은 조직에서 결정이 실패하는 이유는 초기 판단이 틀려서가 아니라 실행 과정에서 방향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에요. [1] 제가 일했던 한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개발팀이 다섯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는데, 1년 동안 우선순위가 6번이나 변경되었어요. 경영진은 표면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자원을 유연하게 투입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실패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결정을 번복했던 것이었죠. 결과적으로 반복되는 우선순위 변경에 실행의 일관성은 무너졌고 1년 후에도 성과는 제자리였죠.


리더는 결정을 내린 이상 일관되게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해요. 그러나 마음속 깊은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워요. 이를 혼자만의 의지로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는,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관리하는 편이 효과적이에요. 이를 위해 실무 리더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할게요.




불안감을 줄이는 방법 1.

외부 자문을 가까이


결정 후 불안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부 자문을 구하는 것이에요. "내가 놓친 게 있을까?"라는 열린 질문으로 자문을 구하면,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새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어요. 반대로 처음 가정했던 상황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될 수도 있죠. 이를 통해 리더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이 실제 위험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감정적 반응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돼요. 즉, 타인의 시선을 통해 불안을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죠.


자문 그룹은 3~5명 정도로 구성하는 것이 좋아요. 의사결정의 맥락을 이해하고 관련 경험이 있는 인물로 구성하면 효과가 더 높아요. 외부 전문가뿐만 아니라 실행을 맡고 있는 내부 실무 리더를 포함하면 현실감 있는 조언을 들을 수 있어요. 자문 방식은 꼭 공식 회의일 필요는 없어요. 점심 식사나 짧은 비공식 미팅도 충분히 효과적이에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 판단을 나누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에요.




불안을 줄이는 방법 2.

기간을 두고 중간 점검 시행


두 번째 방법은 중간 점검 시점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에요. 일정이 정해져 있으면, 리더는 그때까지는 실행에 집중할 심리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어요. 설령 리더가 결정을 번복하고 싶어도 예정된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독단적으로 결정하려면 그만큼 부담을 느끼게 되죠. 그 결과 리더로 하여금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계획에 따라 위험을 진단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요.


중간 점검의 경우 적정 주기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실행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보장해야 하는 동시에 판단을 조정하기에 너무 늦지 않도록 서둘러야 하죠. 점검 주기는 의사결정의 성격에 따라 달라야 해요. 신제품 마케팅처럼 반응이 빠른 단기 과제는 주간 단위가 적절하고, 기술 개발이나 조직 문화 혁신 같은 중장기 과제는 분기 단위가 적절할 수 있어요.




불안을 줄이는 방법 3.

작은 조정으로 완성도 제고


세 번째 방법은 작은 조정을 통해 결정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것이에요. 현실에서 완벽한 의사결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예요. 시간이 흐르면서 의사결정의 전제 조건이 바뀌기도 하고,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정 후에도 실행하면서 세밀하게 다듬어 가야 해요. '결정의 완성도' 만큼이나 '수정의 민첩함' 역시 성과를 만드는 리더십의 핵심 역량이에요. [2] 끊임없이 학습하고 조정하는 태도가 성과를 만드는 것이죠.


그렇지만 '큰 틀의 방향성'은 놓치지 말아야 해요. 작은 조정은 방향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방향성 자체를 대체해서는 안 돼요. 제가 경험한 스타트업 한 곳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어요. 이 회사는 AI 기술을 활용해 일반인도 간편하게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그렇지만 론칭 이후 높은 가격에 대한 챌린지를 받으면서,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전문 기능들을 하나씩 붙이기 시작했어요. 결국 처음에 결정했던 '간편함'은 사라지고,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복잡하고 전문가가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상태의 기술이 되어버렸죠. 작은 조정에 매몰되면 오히려 방향을 잃고 헤매기 쉬워요.




불안을 넘어 일관성을 유지


결정 이후 생겨나는 리더의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적절한 조치를 통해 관리할 수는 있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외부 자문은 불안을 객관화하게 하고, 중간 점검은 즉흥적 반응을 늦추며, 작은 조정은 학습과 개선으로 불안을 해소시켜 줘요. 이 세 가지 장치를 통해 리더는 불안한 감정에 끌려가는 대신, 안정적으로 실행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실행 과정에서도 리더의 역할은 결정적이에요. 스스로의 불안을 인식하고 통제하며, 일관된 방향으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야말로 단순히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를 만들어내는 주체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1] Lin, C.-S., & Dang, V. T. (2017). Untangling the relationship between strategic consistency and organizational performance: An empirical analysis of moderator variables. Journal of Management & Organization, 23(4), 483-503. https://doi.org/10.1017/jmo.2016.50

[2] Drucker, P. F. (1967). The effective decision. Harvard Business Review, 45(1), 92–108. https://hbr.org/1967/01/the-effective-decision


20240322050767_0.jpg 에드바르 뭉크(1863-1944),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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