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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Jun 09. 2016

지속가능경영의 시작은 ESG정보 관리로부터

투자자들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정보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소수에 불과하다. RobecoSAM, Arabesque 는 자체적으로 ESG 정보를 고려한 사업평가 툴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고, BlackRock은 지속가능성 이슈를 분석하는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Bloomberg나 Thomson Reuters 같은 기업정보를 다루는 기업들도 지속가능성 이슈들을 수집하고 있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le Investment)가 성장했었지만, 이들 민간 투자자들이 갑작스럽게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투자자들은 철저히 일정한 기간 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위험수준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얻고자 할 것이다. RobecoSAM에서 지속가능성 분석을 담당하는 Rashila Kerai는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재무분석에 포함시키는 이유는 더 나은 투자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출처: Materialitytracker, 2016.3.)


이런 성격의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에 ESG 정보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 정보들이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겠다. 그러나 아직은 '가설(Hypothesis)' 수준이다. 이 가설이 이론으로 검증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ESG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하며, 투자자들은 ESG 데이터를 계량화하고, 이 정보들이 재무성과에 미치는 인과관계까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투자자의 목적에 맞는 핵심 변수를 선정해 모델을 만들고, 다년간의 수익률을 모니터링하면서 모델을 수정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제서야 ESG데이터가 기업의 재무성과와 수익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론으로 정립되고,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앞으로 더 많은 투자자들이 ESG데이터를 의사결정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목적을 위해서 ESG데이터를 참고하는 투자기관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투자기관들은 ESG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Risk를 안고 있는지 사전 발견 요소의 성격으로 ESG데이터를 바라보고 있다.


기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투자자들이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ESG와 같은 비재무성과를 고려한 투자결정을 한다면, 기업 역시 이를 반영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까지도 단기적 수익을 강조하는 투자자들의 영향때문에 기업들은 분기별로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여주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리고 있다. 기업들은 앞으로 경주마처럼 빨리 달리면서도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달리고 있다는 것도 동시에 보여줘야 될 판이다.


BCG에서 2015년에 3,000명의 투자자,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MIT Sloan Review('16.5)에 "Investing For a Sustainable Future"라는 글을 통해 발표하였다.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1) 투자자 중 75%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운영효율성 향상과 매출 확대에 기여한다고 생각

2) 지속가능성 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에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투자자들도 60%에 육박

3) 기업의 경영자들 중 90%가 지속가능전략이 기업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생각

4) 그러나 25%의 기업만이 지속가능전략을 바탕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

투자자도 경영진들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답한다. 하지만  실상은 투자자도 그렇고 기업들도 그렇고 아직 ESG정보를 활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일부 Phillips, GE, Unilever, Coca-cola 등 선진 기업들의 사례는 너무나도 훌륭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을 수립하는 곳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전략은 커녕 기본적인 ESG정보를 과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을까 의심이 든다.


기업들이 ESG정보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지금 당장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들은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해도 사업하고 돈 버는 데에 별로 영향이 없으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혹자들은 다가올 미래를 위해 기업들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순간순간 먹고 사는 기업들에게는 그 미래가 상당히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보고서만 보면 너무나도 훌륭하고 아름답게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지속가능경영 Vision이나, 목, ESG정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지 맥락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보고, 그 안에 포함된 ESG정보를 어떤 의미로 바라보는지 알아야 한다.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이 공개/관리하는 ESG정보가 왜 그 기업에게 중요한지, 그 정보가 사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해당 이슈에 대응하는 전략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의 지속가능보고서를 보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살펴보니까 이런이런 ESG정보가 중요하더라. 그런데 우리 기업은 이 이슈들에 대해서 이미 잘 하고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라는 식의 포장이 대부분이다. 정작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일부로 숨기고 있다고 봐야겠다.


선진 기업들을 보면 우리 기업들의 상황과는 반대로 너무 많은 ESG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느끼는 사례도 있다. GE는 2014년에 여러 기관으로부터 650여 개에 달하는 ESG정보 제공요청을 받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75명 이상의 인력과 수 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ESG정보를 만들어서 기관들에 제공을 했는데, 기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한다. 기업으로서는 어떤 의사결정이라도 비용대비효과를 고려해야 하는데, GE의 경우는 필요 이상으로 ESG정보를 관리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든 선진 기업이든 다양한 사회/환경 이슈 중 해당 기업에 중요한(material) 영향을 미치는 ESG정보가 무엇인지 관리 범위와 대외적 공개 수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이다. 우리 기업은 필요한 ESG정보를 관리하지 못해 관련 Risk가 발생하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브랜드가치 훼손 혹은 수 손실까지 발생한다. 선진 기업들은 필요 이상으로 ESG정보 관리에 비용을 낭비할 수 있다. 주주들이나 투자자 역시 모든 수준의 ESG정보를 고려하기 보다는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ESG정보만 고려하여 의사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Atlas Copco는 2016년부터 DJSI에 대응하지 않고, 자사에 핵심적인 ESG정보를 추려 투자자들에게 직접 공개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에게 핵심적인 ESG정보를 식별하고 관리해 나가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핵심적인 ESG정보들은 각 기업이 처한 상황과 필요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선진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크게 의미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해당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만의 이슈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구축한 핵심적인 ESG정보들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들은 사회/환경 이슈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적은 기업들에 프리미엄을 부과할 것이고, 그만큼이 투자자가 느끼는 ESG정보의 가치가 될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ESG정보를 기업에 요구하게 될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유럽이나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처럼 법적으로 ESG 정보를 공시하는 것도 대비해야할 지도 모른다. 앞으로 기업들이 ESG정보를 관리해야 하는 압박을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생겨날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첫 단계로 자사에 핵심적인 ESG정보들이 과연 자사에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지 그리고 관리할 필요가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지속가능경영으로 뭘 하겠다는 Vision과 Action Plan을 세우는 건 그 다음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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