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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May 24. 2016

미국 대선과 新기후체제의 미래

트럼프, 힐러리

[파리기후협정과 미국의 기후리더십]


올해 ‘지구의 날(EarthDay)’인 4월 22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는 ‘파리기후협정 고위급 서명식’이 열렸다. 작년 12월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합의한 파리기후협정에 각 국가가 서명하는자리였다. 이날 하루에만 175개국이 파리협정에 서명하였다. [1] 파리기후협정은 세계 외교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협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파리협정이 성공적으로 합의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주도하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


아직 파리기후협정이 공식적으로 발효되기 전이지만, 앞으로 전세계는 저탄소경제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위기에 들떠있다. 파리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이 모두 자국 내 비준에 성공한다면 전세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90%를 넘는 범위에서 적용될 것이다. 현재 교토의정서 2차 기간에 참여한 국가들의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15%에 불과하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신기후체제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신기후체제가 순조롭게 전개될 것이라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사실상 파리기후협정 체결을 주도했던 미국의 정치적 입장이 올해 대선 결과로 완전히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우선적인 책임을 전제로 국제협상에 임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파리협정에 소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중국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구속성 조건이 없는 신기후체제 내에서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3] 파리기후협정이 국제기후협력 체제라는 명맥은 유지하겠지만 실효성은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수의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등 저탄소경제 관련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 역시 향후 저탄소경제의 성장을 예상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고 있다. 신기후체제의 성공적인 발효는 저탄소경제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신기후체제가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저탄소경제 전환 속도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미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신기후체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국가이기에, [3] 이번 미국의 현재 정치적 상황과 대선 결과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발목 잡힌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책]


미국이 기후변화협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기후변화 정책에 반대하는 미국 상공회의소나 미국입법교류협회(ALEC)와 같은 화석연료 기반 산업계의 강력한 로비의 영향 때문이다. 이러한 산업계의 로비자금은 미국 공화당 의원들에 집중되면서 [4], 공화당의 정치적 입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공화당은 지금도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민주당은 기후변화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2008년 대통령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제시하였으며, 지난 8년간 ‘자동차연비효율표준(CAFE)’ 도입, 풍력과 태양광 관련 세금공제 혜택 연장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5년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핵심 정책인 청정전력계획(CleanPower Plan) [5]을 발표하였다. 청정전력계획은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005년 배출량 대비 32% 줄이겠다는 목표와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28%[6]까지 늘리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청정전력계획에서 예상치 못했던 부분은 셰일가스에 대한 지원이 제외된 것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내 셰일 혁명을 넘어 재생에너지 혁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기후변화를 둘러싼 반발은 만만치 않다. 오바마 행정부가 청정전력계획을 발표하자 웨스트버지니아와 텍사스 등 공화당의 영향력이 높은 27개 주를 중심으로 청정전력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들은 청정전력계획 이행으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고, 주정부와 기업에 경제적 피해를 준다고 주장하였다. 게다가 미국연방 대법원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청정전력계획을 집행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사실상 오바마 행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청정전력계획은 좌초위기에 놓여 있다. (청정전력계획에 대한 판결은 2018년 정도나 되야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파리기후협정을 임기 내 비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의 지위를 차지한 상황[7]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파리기후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행정명령(the executive order) 권한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행정명령은 해당 대통령의 임기 내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파리협정 비준여부를 비롯한 기후변화 대응 전반에 걸친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2016년 5월 현재 남아 있는 미국 대통령 후보는 공화당의 트럼프, 민주당의 힐러리와 샌더스 세 명이다. (사실상 샌더스는 대통령 후보 지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세 후보 모두 오바마 대통령과 기후변화 관련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입장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각 후보의 인식과 공약을 살펴보면서, 향후 미국의 저탄소경제 전환과 파리기후협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해보고자 한다.



[도널드 트럼프 : 단기적 관점의 합리주의자]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처음 경선이 시작될 당시부터 공화당 후보 중 여론조사 1위에 오르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일 뿐,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였다. 미국 대선을 약 6개월 앞둔 현재 트럼프는 사실상 최종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었다. 막말과 기행을 일삼는 아웃사이더라고 조롱하던 언론들도 더 이상 트럼프의 대선 당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2016년 5월 2일에 발표된 美 여론조사기관 라무센 리포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4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9%를 얻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클린턴을 2%p 차이로 따돌렸다.[8] 트럼프는 현실적인 미국의 대선 후보로 부상하였다.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의 저탄소경제전환과 파리협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볼 차례다.


기후변화에 관한 트럼프의 입장은 공화당 주류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자신의 트위터, 인터뷰, 토론 등을 통해 밝힌 의견을 종합해 보면 기후변화와 관련 입장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후변화는 날조된 거짓(hoax)이라는 믿음이다. 트럼프는 우리가 기후변화라고 부르는 것들은 그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날씨의 변화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기후변화는 거짓말일 뿐이고, 우리가 그 거짓말 때문에 값비싼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기후변화가 일어난다고 해도 그건 인류의 행동으로 야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또한 지구는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인류의 활동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보다 더 시급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기후변화가 우리 인류 전체에 가장 큰 위협(the greatest threat)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9] 트럼프는 이에 대해 현재 인류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핵무기 확산이지, 기후변화는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다만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건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미국 국방부가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임무의 최우선순위로 설정[10]한 것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국방력을 이런 식으로 돈을 낭비하기 보다는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곳에 돈을 써야 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는 미국의 산업경쟁력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전통적인 미국 공화당의 입장이면서, 2001년 미국이 교토의정서 탈퇴를 결정한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특히 중국과의 제조경쟁력 격차를 의식하는 발언들을 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이유는 미국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기 위한 것이며, 중국은 2030년부터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에 반해 미국은 지금 당장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 번째는 현재 수준에서 경제성이 높은 화석연료 산업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제안한 청정전력계획에 대해 이는 석탄 산업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일자리는줄어들고, 전기요금 또한 오르게 되며, 제조경쟁력은 낮아지고,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중동 국가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청정석탄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또한 셰일가스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가져다 줄 것이며,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미국은 엄청난 이윤을 올릴수 있다며 지지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에는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경제성 확보가 미흡한 기술이며, 풍력 발전은 지역 사회와 미국의 해안가를 파괴하는 기술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런 기술에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는 주장이다. 특이한 점은 다른 공화당 후보들과는 달리 트럼프는 화석연료 기업들로부터 소위 슈퍼팩(Super PAC)이라고 불리는 정치자금을 거의 지원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화석연료를 지지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기 보다는 단기적 경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역할이 축소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보호청(EPA)의 예산을 150% 증액시킨 것에 대해 트럼프는 환경보호청은 그저 일자리 창출과 미국의 성장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는 공개석상에서 세금을 낭비하는 환경보호청을 해체시키고 이 기능을 각각 주정부로 돌려보내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환경보호청의 대부분의 기능은 이미 주정부 차원에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경계에 맞춰 다루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아직 에너지와 기후변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트럼프 후보에게 기후변화와 에너지 이슈는 우선순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직접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살펴보면 저탄소경제 관련 산업들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은 줄이고, 단기적으로 경제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화석연료 확대에 대한 투자는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재생에너지 시장인 미국의 지위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11]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저탄소경제 전환 관련 정책이 힘을 잃으면, 관련 기업들은 캘리포니아 같은 소수의 주정부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시장 규모 확대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기업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치적 이슈가 아닌 자국의 환경 문제 혹은 에너지수급 문제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이 이들 기업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 내 저탄소경제 전환뿐만 아니라 향후 파리기후협정에도 큰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에게 불리하게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을 최소한 재협상할 것이며, 만일의 경우 탈퇴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12]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정을 재협상에 나선다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중국이 적극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한 미국이 온실가스감축 노력을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전부터 선진국이고, 역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미국의 선제적 대응을 주장해 온 만큼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두 국가의 외교적 대립이 다시 불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 역시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추진해야 할 명분을 잃게 될 것이다. 파리기후협정은 명맥만 간신히 유지한 쿄토의정서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


다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 내 저탄소경제 전환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현재까지는 정치적 로비의 영향보다는 본인의 사업가적 판단으로 기후변화 이슈를 바라보고 있다고 보인다. 트럼프의 경쟁후보들이 화석연료 에너지업계로부터 상당한 정치후원금을 받은 반면, 트럼프는 이들 업계로부터 정치후원금을 거의 받지 않은 상황이다.[13] 정치후원금을 통해 산업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미국의 정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 후보는 이들 산업계의 정치적 로비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가 지금 상황에서 화석연료 사용 확대 및 파리기후협정 재협상을 주장하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기술혁신으로 미국 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 내 저탄소경제 전환은 탄력을 받게 될 수 있다. 다만,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및 개발도상국 지원 측면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를 완주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떨어져 외부 후원자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화석연료 산업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테크 크루즈를 지원했던 화석연료 산업 자금이 트럼프에게로 흘러들어가고, 트럼프가 당선이 된다면 미국의 저탄소경제 전환은 더욱 어려운 얘기가 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 도덕적 책임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다(생태적근대화 관점)]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영부인, 뉴욕 연방 상원의원, 국무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외교적 능력과 정치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점 때문에 클린턴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14] 민주당 내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와 경합 중이지만, 클린턴은 최종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를 거의 확보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를 위해 싸운다’(Fighting for us)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이 향후 미국 내 저탄소경제 전환과 파리기후협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클린턴은 오바마 행정부 1기의 국무부 장관으로서 외교 정책을 총괄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관련 리더십을 구축한 과정을 함께하였다. 클린턴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해온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인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정책들을 이어받을 것이며, 이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클린턴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미 구체적인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클린턴이 제시한 기후변화 대응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저탄소경제 관련 산업들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클린턴은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서 옳은 일이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도 매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이 21세기에 청정에너지 강국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수백만 개의 일자리와 셀수 없는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기후변화 대응하는 것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역설하고 있다.


두 번째는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목표로는 2020년까지 태양광 패널을 5,000만 대를 설치하여 석유소비 비중을 1/3로 낮추겠다고 제시하였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청정전력계획에서 더 나아가 목표 달성을 가속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시행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클린턴 후보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비전과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고 있지만, 화석연료 비중 축소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대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셰일가스 기업들이 클린턴에게 정치후원금을 제공하였고,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인 워렌 버핏 역시 네바다 주에 화석발전소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15] 석탄과 셰일가스를 적극적으로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두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셰일가스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파리기후협정에서 제시한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준수함으로써 국제사회의기후변화대응을 주도하겠다는 방향이다. 클린턴은 2009년부터 국무부 장관으로서 오바마 대통령과 기후변화협상에 참여하였다. 이때부터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고, 중국과의 양자협상에 더욱 초점을 맞춰왔다. 그 결과가 이번 파리기후협정 체결이며 클린턴은 미국이 주도한 파리기후협정 체결을 자신의 업적으로 인지하고 있다.[16] 따라서 미국이 주도하는 파리협정체제를 유지하고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 충분히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개인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서 도덕적 책임을 가지고 국제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토양 위에서 한 발 더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뿐만 아니라 국제 기후변화대응에서의 역할 또한 강화될 것이다. 신기후체제가 구속성 없는 느슨한 체제가 될 예정이지만,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면 우리나라에도 온실가스 감축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2차 전지를 제외한 태양광, 풍력,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등 주요 산업들의 육성이 미흡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전세계 저탄소경제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에 비해 클린턴은 비교적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모두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다음 해 상하원 선거 결과가 지금처럼 공화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 클린턴 대통령 역시 기후변화 대응 정책 입안과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는 데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버니 샌더스 : 도덕적 책임론에 입각한 기후변화 대응 필요]


버니 샌더스는 산업적 기회와는 별개로 기후변화 대응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화석연료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 탄소세와 같은 정책을 입안해야 하며, 셰일가스 역시 환경을 파괴하는 에너지자원으로 보고 있다. 버니 샌더스는 사실상 대통령 후보에서 멀어진 상황이지만, 7월까지 민주당 내 대선 경선 레이스는 완주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태이다. 클린턴과는 셰일가스 확대라는 측면에서 현재도 논쟁을 벌이고 있어, 향후 클린턴이 셰일가스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지는 살펴 봐야 한다.



[대세에는 지장 없어... 다만 저탄소경제 전환 속도의 문제]


아직도 저탄소경제 관련 산업들은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미래 기술이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국가들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방안들을 고심하고 있다. 여전히 국제사회의 제도와 정부 정책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해 파리협정 자체가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전세계의 저탄소경제 전환이라는 거대트렌드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기후변화협상과 주요 국가들이 일관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사이, 지방 정부, 기업 등 하위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저탄소경제 전환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구성하고, 정부와 국제사회에 하루빨리 기후변화 관련 제도가 구축되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이번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서 전세계에서 저탄소경제가 자생력을 확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결국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의 산업이 성장하고 확대되려면 전통 기술 대비 경제성과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 이미 저탄소경제 전환이 우리의 미래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어느 시점까지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한 준비를 마쳐야 할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은 민간 차원에서도 해야겠지만,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우리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탄소경제와 관련된 산업들, 예를 들어 태양광, 풍력,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등은 전력망 인프라와 연계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신뢰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적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시장에서 사업 실적을 꾸준히 쌓아나가면서 업계에서 신뢰를 쌓아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재생에너지 사업 개발업체인 SunEdison이 파산신청을 한 이유도 기술력 축적 없이 무리한 M&A로 사업 규모 확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저탄소경제 전환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따라가다가는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저탄소경제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다. 기술력 축적과 더불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 및 도시 등 다양한 주체들과 네트워킹을 확대하여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는 주요 기업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참고>

[1] 파리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포함됐다.

[2] The Guardian, ‘Paris climate change agreement: the world’s greatestdiplomatic success’ (2015.12.14)

[3] 미국은 경제 규모 1위이자, 온실가스 배출량 2위인 선진국으로 기후변화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와 여력을 갖춘 국가이다. 또한 중국은 개발도상국이지만 경제 규모 2위이자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교토의정서에서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빠지면서 실효성이 많이 떨어졌다.     

[4] 미국의 정치자금 공개 사이트인 Opensecrets에 따르면, 2016년 1월~5월까지 Oil & Gas 산업에서 제공한 로비자금 규모는 약 550억원($49mn) 규모로 약 80여개 산업 중에서 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공화당 의원에게 직접 들어간 자금은 약 250억원($23mn)으로 민주당 의원에 후원된 금액 약 25억원($2mn)보다 10배 가량 차이가 난다.  

[5] 청정전력계획에 따라 환경보호청(EPA)은 미국의 각 주에최종 탄소 배출량을 할당하였고, 각 주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계획을 2018년 9월까지 환경보호청에 제출해야 한다. 각 주는 2022년부터 2029년까지 감축계획을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청정전력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현 수준에 비해풍력발전량이 4배, 태양광발전량이 2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 美 에너지정보청(EIA, EnergyInformation Agency)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3%를 차지한다. 구체적으로는 석탄 33%, 천연가스 33%, 원자력 20%,재생에너지 13%(수력 6%, 풍력 4.7%, 바이오매스 1.6%, 태양광 0.6%, 지열 0.4%), 석유 1%로구성되어 있다.

[7] 현재 미국 공화당은 상원의석 100개 중 54개(54%)와 하원의석 435개중 246개(56.5%)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8] 뉴욕타임스는 5월 19일여론조사 결과 힐러리 클린턴(47%)과 트럼프(41%)의지지율 차이는 6%p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일부 다른 여론조사에선트럼프가 클린턴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트럼프의 지지율이 상승세에있다는 점이다.

[9] BBC, ‘Obama: Climate change is ‘greatest threat’, (2015.8.3)

[10] Washington Times, ‘Pentagon orders commanders to prioritize climatechange in all military actions‘, 2016.2.7

[11] Ernst & Young이 2015년 9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국가 매력 지수(Renewable energycountry attractiveness index)에서 미국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rnst & Young은 미국의 시장매력도를 높게 평가한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주요 요인으로 제시하였다.

[12] Reuters, ‘Exclusive: Skeptical Trump says would renegotiate global climatedeal’, 2016.5.18

[13] 미국의 정치자금 공개 사이트인 ‘오픈시크릿(opensecrets)’에 따르면 2016년 5월 22일 기준으로 Oil& Gas 산업계로부터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는 약 20억 원(173만 달러), 마르코 루비오는 약 6억 7천만원(57만 달러)의 정치후원금을 받았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역시 약 12억 원(102만 달러)의정치후원금을 받았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이익단체의 정치자금 후원을 거의 받지 않고, 개별 후원자 및 자신이 직접 자금을 대면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이익단체나 로비스트로부터 정치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미국 정치와 정치인을 부패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정치인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주장하고 있다.

[14] 미국의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가 운영하는 ‘무디스 애널리틱스(Moddy’s Analytics)’는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2016.5.21)

[15] Naomi Klein, 'We’re out of time on climate change. And Hillary Clinton helped get us here', <The guardian>, (2016.4.7)

[16] Washington Post, (20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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