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차라떼샷추가 Jan 18. 2017

당신은 정치인을 신뢰하나요?

디지털 기술이 이끄는 민주주의 미래(1/3): 위기에 빠진 대의민주주의

디지털 기술이 이끄는 민주주의 미래

1. 위기에 빠진 대의민주주의, 당신은 정치인을 신뢰하나요?

2. 디지털 기술이 직접민주주의 시대를 연다

3. 직접민주주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당신은 정치인을 신뢰하나요?"


http://ppss.kr/archives/2953/전두환-정치인




급변하는 정치환경을 두고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다는 얘기를 합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고, 어떤 법안이 통과되는지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정치상황에 무대가 되는 정치체제 역시 엎치락 뒤치락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치 권력의 균형추가 소수 권력자와 다수 시민 사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례를 잠깐 살펴볼까요? 2010년에는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는 많이 기억하실 겁니다. 이 민주화 시위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으로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스리랑카에서는 2015년 민주적 절차를 거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습니다. 스리랑카에서 대통령은 권력이 집중된 탓에 제왕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새로이 선출된 대통령은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의회와 총리에 분산시키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민주주의가 후퇴한 경우도 있습니다. 태국에서는 2014년 들어선 군사정권이 상원의원 지명과 총리 임명에 관여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면서 권력을 강화하였습니다. 폴란드에서는 2015년 다수당인 '법과정의당'이 헌법재판소와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 통제를 강화한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조차 폴란드 정부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EU 의견서를 전달하였습니다.


정치체제란 곧 권력을 누가 소유할 것인지, 어디까지 행사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정치체제부터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권력을 소유하고 행사하는 정치체제부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중 후자에 가까운 정치체제를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독재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절대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치체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저는 민주주의가 어떤 경우라도 보장되어야 하는 정치체제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민들이 사회/문화적으로 동질적이고 서로 신뢰하는 상황에서는 현명한 한 사람에게 권력을 맡겨도 괜찮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질적이고,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누구 한 사람에게 권력을 맡기기는 위험해 보입니다. 이런 경우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The Economist에서 매년 발간하는 'Democracy Index 2015'에서 민주주의 순위를 나타냈습니다. 우리나라는 22위네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국가들에서도 모든 개인이 실제로 권력을 행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대리인을 선출하여 이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도록 위임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위 엘리트주의 영향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개인적으로 성공한 인물이나 똑똑한 인물이 일반 대중보다 정치를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두 번째는 대부분 사람들이 일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면서 모든 정치 이슈에 신경 쓴다는 건 상당히 어렵습니다. 뉴스를 꼬박 챙겨보는 것만도 버겁죠. 이런 경우 나를 대신해서 정치영역에 전문적으로 종사할 대리인이 필요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모든 구성원들이 정치에 참여하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단 둘만 있어도 서로 의견을 합의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10만명이 같은 이슈에 대해서 토론하고 합의하고 의사결정하려면 보통 시간과 비용이 걸리는 게 아닐 것입니다. 이런 현실적 한계와 인식때문에 대의민주주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종종 내가 해야할 일을 다른 사람을 시켜보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면 더더욱 내가 직접 해야 내 마음에 꼭 맞는 결과가 나옵니다. 국민들이 투표로 뽑아준 정치인이 유권자를 대변하기 위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모든 유권자가 원하는대로 활동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양보한다 치지만, 어떤 정치인을 보면 '내가 이러려고 저 사람에게 투표했나'라는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려고 대통령 했는지 자괴감 들고 괴롭다는 분이 계시죠.) 이런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정치인이 무능력하거나 사기꾼이거나. 열심히 유권자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유권자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지 못하면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한 정치인이 유권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보다는 위임받은 권력으로 개인 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형적으로 부패한 정치인이죠.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많지만 좀 더 사태를 지켜본 뒤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여기서는 조금 먼 나라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OECD에서 국가별 정부 신뢰도를 조사하였습니다. OECD 국가의 평균 정부 신뢰도는 42% 정도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빨간 동그라미 안에 포함된 국가들이 OECD 평균보다 정부 신뢰도가 낮은 국가들입니다. 이탈리아(31%), 포르투갈(23%), 스페인(21%), 그리스(19%) 등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특히 컸습니다. 우리나라도 정부 신뢰도로 보면 36%로 OECD 평균보다 낮은 상황이네요. 경제위기로 많은 시민들이 집과 일자리를 잃고 먹고 살기 어려워졌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인들이 뇌물을 주고 받으며 개인재산을 열심히 축적하고 있다면 어떤 국민이 정치인을 신뢰하겠습니까.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이 선출된 대리인임을 깨닫지 못한 채 권력에 취해있는 것이지요.  


OECD, Government at a glance 2015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극심해지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환경에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정치를 대리인에게 맡길 수 없으니, 국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스페인 신생 정당 '포데모스(Podemos)'와 이탈리아 신생 정당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이 각 국가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이들 신생 정당은 대리인을 통한 민주주의가 아닌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4년 창당한 '포데모스(Podemos)’는 2016년 스페인 총선에서 하원의원 350석 중 71석을 얻으며, 지난40년간 지속된 양당 체제를 깨뜨리고 제3당으로 자리잡았습니다.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 역시 2013년 이탈리아 총선에서하원 630석 중 109석을 차지했고, 상원 315석 중 54석을차지해 원내 제3당이 되었습니다. 


포데모스와 오성운동 로고


앞서 여러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추구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포데모스와 오성운동은 어떻게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걸까요? 과연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긴 할까요? 그 해답은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디지털 기술이 이끄는 민주주의 미래

1. 위기에 빠진 대의민주주의, 당신은 정치인을 신뢰하나요?

2. 디지털 기술이 직접민주주의 시대를 연다

3. 직접민주주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우는 권력 활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