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름의 유래
1577년 8월 20일.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명을 받아 남반구를 항해중인 배 골든힌드(Golden Hind) 호는 남아프리카 부근을 항해중이었다. 새로운 땅을 찾아나선 이 배에는 웰시(Welsh) 출신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던 이 선원은 한마리의 새를 관찰했다. 북반구에서 흔하게 보이는 새와 비슷하게 생긴 이 새를 선원은 펭귄이라고 기록했다.
펭귄은 북반구에 살던 큰바다쇠오리(Great Auk)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큰바다쇠오리는 펭귄과 마찬가지로 날지못하는 새이다. 검은등, 하얀 배, 물갈퀴까지 펭귄과 꼭 닮은 외양을 가진 큰바다쇠오리는 그러나 펭귄과 유전적인 연관성은 전혀 없다. 다만, 남반구에서 펭귄이 나는 것을 포기하고 진화했듯이 북반구에서는 큰바다쇠오리가 날지못하게 진화한 것이다. 잠자리의 날개와 새의 날개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지만, 결국 비슷한 기능을 하게 된 것처럼 펭귄과 큰바다쇠오리 또한 서로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형태로 수렴진화(Parallel or Convergent evolution) 한 것이다.
펭귄(penguin)의 어원은 두가지로 알려져있다. 영국 웰시(Welsh) 지방에서 Pengwyn 은 흰머리를 뜻하는 단어이다. 큰바다쇠오리는 머리에 흰색의 반점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 새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큰바다쇠오리가 살고 있던 섬의 이름인 White Head Island는 당시 웰시지방에서 Pen Gwin 섬이라고 불리웠다. 웰시 출신의 선원이 현재의 펭귄을 Pengwin 이라고 기록한 이유이다. 큰바다쇠오리의 학명은 Pinguinus impennis (브런치에서는 이탤릭체로 변경이 안된다...) 이다. 펭귄이라는 이름이 큰바다쇠오리에서 유래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설명도 있다. 스페인어로 Penguigo와 라틴어 Pinguis는 "뚱뚱한" 이라는 뜻이다. 펭귄과 멸종한 큰바다쇠오리는 모두 지방이 많고 뚱뚱한 형태이다. 이 단어로부터 북반구의 큰바다쇠오리의 이름과 학명이 붙여지고, 현재의 펭귄이름이 유래한 것일지 모른다.
남반구에서 살아남은 펭귄과 달리 큰바다쇠오리는 19세기 중반에 북반구에서 멸종했다. 큰바다쇠오리의 번식지에 사람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포획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큰바다쇠오리의 깃털은 배게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개체수가 줄면서 1700년 후반에 뒤늦은 보호조치를 실시했지만, 개체수의 감소를 막을 수 없었고, 결국 1840년에 마지막 개체가 잡혀 죽음으로써 멸종하고 말았다.
현재 우리가 펭귄이라 부르는 새들은 결국 큰바다쇠오리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이다. 북반구의 펭귄은 멸종했지만, 남반구의 펭귄은 살아남았다. 도도새는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서 번성하던 날지못하던 새였다. 바다를 이용한 무역이 증가하면서, 무역로의 중간에 위치한 이 섬에 사람들이 왕래하게 되고, 고기를 얻기위한 목적으로 많은 수가 죽임을 당했다. 사람의 출입은 포식자의 출입을 의미하며, 결국 도도새는 멸종되고 말았다. 남반구에 서식하는 펭귄들 또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아프리카펭귄은 서식지의 감소 및 둥지를 지을 수 있는 단단한 땅이 줄어들어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사람과 가까이 사는 펭귄들은 보호조치가 없다면 언제 멸종될 지 모를 일이다. 남극의 펭귄들은 사람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줄어들면 먹이원의 감소로 언제 개체수가 급감할 지 알 수 없다. 수명이 긴 펭귄이지만, 번식에 성공해 성장한 어린 펭귄이 이듬해 번식지로 돌아오는 회귀율은 매우 낮다. 한번 개체수가 급감할 경우 회복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2010년 남극해의 한 아델리펭귄 번식지 앞에 거대한 빙산이 가로막은 사건이 있었다. 빙산 때문에 먹이터인 바다까지 편도 거리가 60km이상 증가했다. 과거 20만쌍의 아델리펭귄이 번식하던 이 번식지는 그 해 6000쌍 이하로 감소하고 말았다. 이후 아직까지 개체군에 대한 조사는 되어있지 않지만, 그곳의 번식지는 당분간 개체군수가 확보되기 어려울 것이다. 기후온난화의 여파로 남극에서는 더 많은 빙하들이 떨어져나오고 있고, 이러한 사건이 또 언제 발생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남극에 방문하는 연구자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펭귄 번식지에 갈 때마다 펭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지 않았다면 조금이라도 사람의 방해를 덜 받지 않고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펭귄 생태와 개체군 유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있을지 모를 위협에서 조금이나마 이새들을 지킬 수 있는 정보가 되지 않을까..하는 자기위안을 하며, 펭귄들을 바라보았다. 펭귄(Penguin)들의 삶터에서 멸종한 펭귄(Pengwin)을 생각한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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