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일기
눈이 내렸다.
로거를 매달아 바다로 보낸 펭귄들을 기다리는 중에 바람과 함께 많은 눈이 내렸다. 알과 새끼가 바람에 노출될까봐 펭귄들은 하나둘씩 바람을 등지고 몸을 돌렸다. 방수깃털을 가진 어른 펭귄과 다르게 솜털인 새끼들은 눈을 맞으면 쉽게 젖는다. 어미들은 깃털을 한껏 부풀리고 얇은 날개나마 우산처럼 새끼를 덮었다. 체온을 올리려 파르르 몸을 떨때마다 등뒤의 눈이 주변으로 우수수 날렸다. 얼추 새끼가 자란 둥지의 어미는 혹여라도 새끼를 누르지 않게 다리에 힘을 주고 아랫배로 새끼를 덮고 버티었다. 바다에 나간 짝은 언제돌아올지 모른다. 하루가 걸릴지, 몇일이 걸릴지.... 그때까지는 새끼를 지켜야한다. 눈이 빨리 그쳐주기를 바랄뿐이다. 막 교대를 마친 둥지의 펭귄은 주린배를 채우러 바다로 곧장 나가는 대신, 돌을 하나둘 주워다 둥지를 보수했다. 가능한 많은 돌을 주워다 둥지를 감싸면 눈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터였다. 더 많은 눈이 오면 둥지가 눈에 파뭍힐 수 있다. 피해가 적은 가운데 둥지를 차지하지 못한 가장자리 펭귄들은 그래서 더 자주 돌을 물어다 날랐다. 가장자리 펭귄들이 열심히 물어다 놓은 돌들을 가운데 펭귄들은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 훔쳐갔다. 모두 자기둥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지만 가장자리 펭귄들은 억울할만 했다. 간혹 돌을 훔치다 옆둥지와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둥지의 새끼가 모두 죽어있었다. 어미는 죽은 새끼라도 부리로 자꾸 아랫배로 밀어넣고 품어보지만 새끼는 이미 싸늘해졌다. 부화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끼는 먹이를 먹으러간 어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배가 고파 죽어갔다. 바다까지는 수십키로미터를 걸어가야 한다. 해빙에 눈이 쌓이면 걸어가기가 더 어려워진다. 바다에 부서진 유빙이라도 가득차 있으면 바다에 들어가는 일도 어려울 터였다. 둥지에서 기다리는 새끼들 걱정에 서둘러 보지만, 가장 빨리 돌아오는 녀석도 근 하루가 걸렸다. 어떤 둥지의 어미는 벌써 삼일째 돌아오지 않고있다. 둥지를 지키는 어미도 지쳐가고 배 곪는 새끼도 지쳐간다. 어미는 배설물로 더러워진 깃털을 연신 손질해가며 새끼를 지켰다. 눈이오자 바다에서 돌아오는 펭귄 숫자도 줄어들었다. 먼 해빙위의 큰 얼음뒤에 펭귄들이 삼삼오오 모여 눈을 피하고 있었다. 로거를 붙인 펭귄들도 해빙어딘가에서 쉬는 모양인지 돌아오는 녀석들이 없었다. 기다리는 일은 힘든일이다. 펭귄처럼 바람을 등지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