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ding chase
1월말부터 아델리펭귄의 번식지에서는 여기저기서 추격전이 벌어진다. 바다에서 먹이를 먹고온 어미가 도망가고 한 마리 또는 두 마리의 새끼가 어미를 뒤쫒는다. 쫒아가던 두 마리 새끼 중 한 마리가 포기하거나, 일정시간 이상 도망을 다닌 후 어미는 한마리의 새끼에게 먹이를 토해준다. 그리고 또 다시 추격전이 시작된다. 다 자란 펭귄 새끼는 솜털 때문에 어미보다 커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새끼가 어미를 쫒아가는 모습은 마치 어미를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먹이주기 도망행동(Feeding chase)은 일부 다른 해양조류에서도 기록된 바 있지만, 펭귄에서 가장 잘 발달된 행동으로 알려져있다. 펭귄 어미는 왜 새끼에게서 도망갈까? 이러한 특이한 행동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먹이주기 도망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했고 몇가지 가설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가설 1. 다른 어미, 새끼 또는 포식자로부터 떨어뜨리기 위한 전략.
새끼에게 먹이를 주다보면 다른 새끼 또는 알지못하는 새끼로부터 방해를 받을 수 있다. 펭귄은 먹이를 뱉어주다 흘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다시 주워먹지 않는다. 먹이를 먹이다가 방해를 받으면 먹이를 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펭귄 번식지에는 수많은 펭귄 새끼들이 있고, 그 자리에서 먹이를 먹이면 다른 새끼들의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방해를 받지 않는 지역까지 새끼를 데리고 나간다는 가설이다. 부가적으로 도망다니다보면 포식자로부터 멀어질 수 있거나, 방해를 줄 수 있는 다른 어미들 또는 모르는 새끼가 접근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가설 2.어미의 새끼인식을 위한 방법
번식지에는 수많은 펭귄 새끼가 있고, 그 중에서 자신의 새끼를 확인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펭귄은 음성으로 암수 또는 새끼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많은 펭귄 새끼들이 몰려있는 경우 어미 입장에서 다른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일단 음성으로 자기 새끼인지 아닌지 확인 한 다음 도망을 가면서 새끼가 따라오면 한적한 곳에서 다시 자기 새끼인지 확인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가설이 맞다면, 간혹 모르는 새끼가 다른 어미를 따라간다거나, 또는 모르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도 있어야야 한다. 이러한 실수가 있어야 자기 새끼를 확인하는 방법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펭귄은 새끼를 음성을 통해 쉽게 확인가능하고, 다른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경우는 논문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미와 새끼의 추격전을 완벽히 설명하는 가설은 아닌셈이다.
가설 3. 두 마리 새끼에게 동일하게 먹이를 나누어 주는 방법
어미가 가져오는 먹이량은 한정되어 있고 두마리의 새끼를 기르고 있는 경우 더 강하게 먹이를 보채는 새끼에게 먹이를 많이 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도망을 통해 먼저 쫒아 온 새끼에게 먹이를 준 다음 다시 도망갈때 다른 새끼에게 먹이를 준다는 가설이다. 더 배고픈 새끼가 어미를 더 강하게 쫒아 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가설이지만, 일부 새끼는 한번 먹이를 먹고 나서도 계속해서 어미를 따라다니며 먹이를 보채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약해진 한 마리가 죽는 경우가 생긴다. 동일하게 나누어 주는 방법일 수 있으나, 역으로 한정된 먹이자원이 있을 때 두 마리 중 한 마리(약한 개체)를 배제하는 방법이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 가설도 완벽히 추격전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럼 새끼를 한마리만 키우는 부모의 경우 추격전은 필요가 없지만, 한마리를 키우는 부모도 매번 추격전을 마치고 먹이를 주기 때문이다.
가설 4. 새끼를 보육원으로부터 독립시키거나, 근육을 단력시키려는 행동
새끼들은 부화후 2주정도가 되면 새끼들끼리 모여서 지내는데, 이를 펭귄 보육원이라 부른다. 새끼들끼리 모여있으면 포식자가 다가올때 함께 방어가 가능하며 소수의 성체만 있어도 방어가 가능하다. 보육원은 보통 태어난 둥지 근처에 형성되고 이소할때까지 크게 위치가 바뀌지 않는다. 새끼들의 활동이 많지 않은 것이다. 어미들은 이러한 도망행동을 통해서 새끼를 보육원으로부터 점차 독립시키거나, 근육을 단련시킨다는 것이다. 추후 털갈이를 마치고 나면 바로 바다로 나가야한다. 그전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바다로 나가는 방향을 알려주고, 다른 개체들과의 사회관계를 늘려나갈수도 있다.
기타. 새끼의 먹이조르기를 피하기 위한 전략 등이 있다. 바다에서 먹이를 먹고온 어미도 힘들다. 새끼들이 자꾸 보채면 쉴 시간이 없다. 때문에 새끼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좀 무리가 있는 설명인것 같다.
어떤 가설이 정확히 이 행동을 설명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더 배고픈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려는 펭귄의 적응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부수적인 효과로서 위의 가설에 언급된 효과들이 나오는 것이다. 새끼인식을 더 정확히 하게되고, 두마리새끼에게 공평하게 분배를 할 수 있으며, 보육원으로부터 독립도 시키고, 근육 단련도 되고, 방해요인으로부터 떨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약한 새끼를 배제하는 방법도 될 수 있다. 새끼 펭귄들은 털갈이를 마치고 바다로 나가면 바로 실전이다. 바다로 나간 새끼들은 망망대해를 헤엄쳐 나가 남극의 겨울동안 얼지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여름이 올 때까지 버텨야한다. 떠나는 시기에 절반이상의 새끼펭귄들은 번식지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포식자의 먹이원이 되거나, 바다에 수장되어 남극바다의 영양분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미들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으며, 먹이를 줄때부터 새끼들을 훈련시키는게 아닐까. 자연은 약한 새끼들이라고 배려하지 않는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거나, 약하거나, 운이 없다면 돌아올 겨울을 버텨낼 수 없다.
1월말부터 펭귄번식지 여기저기서는 추격전이 끊이지 않는다. 일면 재밌게도 보이는 이 행동이 어쩌면 이후의 펭귄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일 수 있다. 펭귄어미들을 응원하며, 새끼펭귄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곧 모든 새끼들이 바다로 나가 생존을 위한 모험을 시작할 것이다. 많은 새끼들이 살아남아 다음해에도 자신이 태어난 번식지로 돌아오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