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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Aug 27. 2018

도둑갈매기로 태어난 아이에게

남극동화_3. 도둑갈매기의 변명

도둑갈매기의 새끼로 태어난 아이야. 오늘은 우리의 억울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란다. 살다보면 겪게될 많은 일들이지. 음..무슨이야기부터 해야할까? 우리의 여행이야기부터 해줘야겠군. 우리는 계절별로 여행을 하면서 사는 새란다. 사람들은 철새라고 부른다지? 여름이 끝나는 3월이되면 우리는 이곳을 떠나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북쪽으로 가야한단다. 겨울에 이곳은 눈에 덮히고 추워져 우리가 먹을게 별로 없기 때문이지. 언제부터 우리가 여행을 떠났는지는 아무도 몰라. 다만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다른 새들이 먼 다른 나라에도 사는걸보면 우리의 조상 중 일부가 이곳에서 번식을 하기로 결정한 이후로 여행을 하게 되었을거 같구나. 우리가 지나가는 곳에는 나무도 많고 따뜻한 바다도 있단다. 많은 새들,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도 만나게 되지. 우리는 주로 바다에서 먹이를 구한단다. 사람들이 우리를 펭귄만 먹고산다고 오해하는데 그건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은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지. 번식기 이후 그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우린 여름이 끝나기전에 더 많은 먹이를 먹고 에너지를 비축해야한단다. 그래야 살아남을수 있지. 
먹이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우리를 가장 오해하는 부분이기도하니까. 우리가 펭귄 번식지 주변에 주로 둥지를 트는것은 사실 펭귄때문은 맞다. 그러나 펭귄만 잡아먹고 사는 것은 아니란 걸 말해주고 싶구나. 이 많은 펭귄이 번식하다보면 어떤 이유에서건 죽는 펭귄들이 많고 그런 사체들은 우리가 쉽게 아용할수 있는 먹이이지. 어찌보면 이곳의 청소부라고나 할까. 어차피 사체들은 이곳에서 잘 썩지도 않고 말라있을텐데 우리가 먹이로 먹는게 훨씬 낫지않니? 남극에는 먹을것이 많지 않단다. 죽어있는 동물의 사체는 매우 좋은 먹이원이기 때문에 우리 뿐 만 아니라 노리는 새들이 많아. 일찍 발견하지 않으면 다른 새들에게 기회를 넘기기 때문에 어디에 이런 먹이들이 있는지 항상 주시해야 한단다. 

남극에서는 펭귄만 번식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을텐데..우리도 이곳에서 새끼를 기르고 있고 새끼를 위해서는 위험을 무릎쓰고 펭귄 사이에서 먹이를 구해와야하니까 말이야. 참고로 우리도 펭귄 어미들을 어찌하진 못해. 다 자란 펭귄들은 우리보다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단단한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지고 있어서 혹여 먹이를 구하다 펭귄에게 공격받으면 무사하지 못하단다. 
펭귄과 가까운 곳에 번식하면 장점이 많지. 사체도 많고 펭귄이 먹이를 먹이다 남긴 크릴이나 물고기도 종종 얻을수 있거든. 그 뿐만 아니라 펭귄이 사는곳 근처의 바다는 먹이가 많을 확률이 높은 곳이란다. 간혹 우리가 펭귄알과 새끼를 물어가기도 하지만 그건 이 많은 펭귄개체중에선 극히일부이지. 대신 우리가 펭귄에게 도움을 주는일도 있지. 우리가 이곳에 둥지를 틀고 다른 도둑갈매기나 포식자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주고 있으니 펭귄 입장에서는 일부가 없어지더라도 전체 무리에는 이득이 되는 것이란다. 생각해보렴. 이근처에 사는 모든 도둑갈매기가 다 이곳에서 펭귄을 잡아 먹는다면 이곳 펭귄새끼들이 무사할까? 어찌보면 서로 함께 살아가는 공생 관계라 불러도 괜찮을것 같구나. 사실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는 도둑갈매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을텐데..
그치만 이곳에 도둑갈매기들이 모여살게되면서 불리한 점도 많단다. 보거라. 옆둥지의 도둑갈매기도 호시탐탐 너를 노리고 있지않니? 먹이가 부족한 남극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적응이겠지만 동족에게도 먹힐 수 있다는 것은 참 힘든일이지. 먹이를 먹으러 가면서도 매번 둥지를 다른 동족으로부터 지켜야하니까 말이다. 올해도 벌써 많은 둥지의 새끼들이 옆둥지에 당한 모양이구나. 나도 옆둥지의 방어가 허술하면 물론 너를 위해 사냥을 나서겠지만...어찌보면 펭귄보다 우리가 훨씬 더 가혹한 환경에서 사는거 같지 않니? 펭귄들은 새끼의 절반이상이 살아남아 바다에 나가지만,우리의 경우 올해 이곳에서 태어난 새끼중 절반이상이 벌써 죽임을 당했구나. 앗! 옆둥지 녀석이 오는구나. 아빠를 불러야겠다. 가악깍깍깍.가악깍깍깍. 아빠가오면 저녀석을 쫒아주겠지. 
내가 이런 소리를 내면 너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위험이 지나갈때까지 숨죽이고 있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가 쉽게 발견된단다. 위험이 지나가고 나면 움직여 돌틈에 숨어있거나 엄마에게 오렴. 내가 지켜줄테니..너의 깃털이 자라 하늘을 날 수있을때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고 펭귄이 떠나버린 뒤엔 옆둥지의 관심이 더 높아질거란다. 오늘은 눈이 많이 내릴것 같구나. 엄마 품으로 들어올래? 눈이 지나갈때까지 체온을 나누자꾸나.


블리자드가 끝날때까지 돌 뒤에서 바람을 피하는 새끼 도둑갈매기
연구자의 접근에 새끼를 품은 어미 도둑갈매기가 경계한다. 짝도 소리를 듣고 둥지로 돌아왔다.
부화한 새끼 도둑갈매기들은 돌틈에 숨어있다. 새끼의 색깔이 돌 색깔과 비슷하다. 도둑갈매기는 동종포식이 심하다. 성체가 될때까지는 다른 도둑갈매기를 피해 숨어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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