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서, 다른 정치인들 앞에서 말고, 온전히 자신에게만 보일 수 있는 솔직한 마음말이다.
정신과 진료실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온전한 마음을 환자와 함께 차근히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오늘 표결을 앞둔 정치인이 내 진료실에 찾아온다면 어떤 상황일까 한번 상상해 보았다.
나 : 안녕하세요.
정치인 : 네 안녕하세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거 보안 되는거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립니다. 언론이나 다른 동료들 귀에 들어가면 매우 곤란해질 것 같아서요.
나 : 물론입니다. 지금 여기서 저와 애기 나누는 모든 말씀은 철저히 기밀이 유지 됩니다.
정치인 : 네. 그래도 따로 기록은 하지 말아주세요. 당연히 녹음도요.
나 : 네 그렇게 하죠.
정치인 : 휴....좀 있으면 표결인데 정말 미치겠습니다. 제 생각에도 대통령이 상식 밖의 일을 했다고 보는데.. 그렇다고 저희 당이 선출한 대통령을 무작정 탄핵시킬 수도 없고... 아시다 싶이 저희 당은 전과가 있지 않습니까. 탄핵 한번으로 당이 풍비박살 나버렸단 말이죠.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두렵고, 또 섣불리 당론에 받대하는 일을 했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혀서 다음 공천 못받으면 어떻합니까. 지금이야 당장 여론이 말 들끓고 그렇지, 몇년 뒤 공천 받을 때가 오면 또 잠잠해질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분명히 지금 했던 행동들이 공천 받는데 중요하게 작용할 거란 말이죠...
아 미치겠습니다 선생님... 지금 너무 불안하고, 짜증나고.. 약국에서 청심환도 먹어보고 했는데 소용이 없어서요. 좀더 쎈약 받아볼까 싶어서 왔습니다. 처방좀 해주세요.
나: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여러 상황상 많이 힘드실 것 같네요.
정치인 : 말도마세요.. 진짜 몇일떄 잠도 못자고..안그래도 없는 머리 다 빠지게 생겼습니다.
나 : 네. 그런데 보통 저희가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이유가 있거든요. 아마 선생님께서도 이렇게 강렬한 감정을 느끼시는 중이라면, 마음속에 분명히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어서...약을 드리는건 어렵지 않은데, 그 이유를 한번 같이 찾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서요.
정치인 : 너무 힘들어요 진짜..
나 : 네. 정말 중요한 결정을 앞두시고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이어서요.. 정말 제가 상상하기 어려운운 부담감이 있으실 것 같아요..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부담감을 느끼신 적이 있으실까요?
정치인 : 뭐 이정도 까진 아닌데요..문득 대학교 입시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도 아마 이떄쯤이 었겠죠. 저희 아버지는 굉장히 엄격한 분이셨습니다.......(후략)
아마 이러한 방식으로 정치인의 전반적인 삶의 궤적을 먼저 그려볼 것 같다. 그 뒤로 충분한 면담을 통해 그 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야 겠지만, 당장 몇시간 뒤 표결을 앞둔 정치인 이라면 다소 공격적일 수 있는 질문을 이어서 던질 것 같다.
"선생님께 정치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계실까요?"
저명한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은 저서 '죽음의 수용소' 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좌절되면 사람들은 권력욕으로 좌절을 대신 보상 받으려고 한다"
내가 저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아마 정치인께서 여러가지 이유로 '정치에 대한 의미'를 잊으신건 아닌지,
아니면 그동안 '정치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반복해서 좌절을 겪으신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