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같은 호텔에서 일하는 친구와 싱가포르에서 친해졌지만, 만난 지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날이었다. 장소는 내가 좋아하는 바다였다.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오랜만에 만날 친구 생각을 했다. 내 감수성을 이해해 줄 수 있으면서 대화가 재밌던 친구였다. 하지만 친해지고 얼마 후부터 어쩐지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동안 나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일터에 적응하며 새로운 나의 삶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나는 이제야 내 일상이 익숙해져서 마음에 여유가 조금 생겼고, 이 친구가 궁금했다.
오늘은 오전 근무라 오후 3시면 일이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일이 많았다. 2시가 넘어가고, 나도 모르게 손목시계를 계속 확인하며 생각했다. 3시 전에 일을 끝내야 하는데... 점점 마음이 조급했다. 나의 손과 몸은 점점 빨라졌고, 다행히 금방 일을 끝낸 나는 기다리고 있던 친구와 만날 수 있었다. 친구가 고생했다며 바다 주변까지 택시를 태워주었다. 오늘따라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나는 그 마음이 참 위로가 되고 고마웠다.
택시의 에어컨과 푹신한 의자가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드디어 잠시나마 몸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오늘 일하며 있었던 힘들었던 일들을 곱씹던 나는 이내 친구들과 바다를 간다는 생각에 안 좋은 생각은 다 털어내 버리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셋이 만나서 음료를 마시고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마치 어제본 것처럼 익숙했다. 밥을 다 먹고 다른 친구가 크록스를 사러 간다는 말에 같이 따라가서 잃어버렸던 지비츠 자리에 새로운 지비츠도 나의 크록스 한편에 데리고 왔다.
본격적으로 바다를 가려는 우리는 맥주를 사서 바다로 향했다. 바다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푸르다고만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색이 오묘했고, 해수면에 반사된 일렁이는 빛들은 나를 환대했다. 우리는 준비해 온 돗자리를 펴고 자리에 앉아 맥주를 한 캔 씩 들고 건배했다. 나는 이미 바다를 본 순간부터 마음속에는 몽글몽글한 설렘이 가득했다. 여러 번 봐온 바다지만, 볼 때마다 잠시 잊어버렸던 감동을 불러왔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사진을 찍고, 얘기도 하고, 바닷물로 발을 적시며 시간을 보냈다.
노을이 진해지고 난 후, 나는 만난 지 오래된 친구와 얘기가 하고 싶었고, 우리는 맨발로 바다를 거닐었다. 우리는 파도와 모래를 맨발로 느끼며 걸어가면서 얘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각자의 마음을 공유했고, 앞으로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도 나누었다. 바다의 덕이었는지, 이 친구의 덕인지 기분이 좋았다. 잠깐의 대화 이후에도 우린 부드러운 모래가 아프게 느껴질 때까지 바닷물을 맞으며 걸었다. 오랜만에 느껴본 정의할 수 없는 이 행복감은 뭔가 그리웠고 정겨웠다. 나이를 먹으며 잊고 있었던 좋아하는 음식을 다시 맛본 느낌이었다.
오늘 하루가 지나고 나니 싱가포르에서 떠돌던 친구관계가 좀 자리를 잡은 느낌을 받았다. 편하게 가끔 보고, 바다도 종종 오면 좋겠다.
오늘 참 알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