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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습관처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포티파이를 누른다

by 정진우

나는 외출을 하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노래를 듣는다. 내가 정말 노래가 듣고 싶은지, 아니면 그냥 습관인지 헷갈리지만 그러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달까?


난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은 나의 취향을 한 땀 한 땀 다듬어 가는 재미에 빠져있다. 새로운 노래를 찾아 해메이다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한다. 그리고 분명 좋았던 노래지만 점점 소음으로 변해가는 노래들을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운다. 이렇게 노래를 듣다가 그 당시에 내 상황과 기분, 갈증에 딱 맞는 노래가 나오는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가슴에서 뭔가 터뜨리는 느낌이다. 나는 그저 눈을 감고 볼륨을 두 칸 높일 뿐이다. 원래 ‘인기순위 탑 100’을 재생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듣는 게 더 마음이 울리는 법이니 말이다. 나는 내 취향을 좋아하고, 그 취향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가꿔가는 중이다. 아마도 내가 평생을 듣게 될 노래들을 말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습관적으로만 노래를 듣는 것 같다. 나에게도 분명 노래에 집중할 준비가 되어야 노래가 온전히 들릴 텐데, 그냥 잠시 현실의 소리들을 막아주는 용도로만 노래를 듣는 것 같다. 지하철에서 흘러오는 내 잡생각과 주변의 소음을 잊기 위해서만 노래를 듣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이것 역시 하나의 중독 같기도 하며 좋은 노래들을 선택과 집중을 잘하지 못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노래를 듣는 전체 시간은 길지만, 그 효율이 좀 부족한 것 같달까.


내 귀와 뇌에게도 공백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좀 환기도 되는 것 같다. 향초도 좋지만, 주기적으로 창문 열고 환기도 해주어야 하니까 말이다.


내일 아침은 노래 대신 그동안 듣지 못했던 세상의 소리들을 귀에 흘려들어 보내야겠다. 대신 저녁에는 누구보다 노래를 음미하리라. 하루가 설레게 될 나의 작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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