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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틈

by 정진우

네가 뭐라고 하는지 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너의 입모양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분명 보고 싶었어야 할 텐데.

오랜만에 너를 보는 나는 그저 상념에 빠져있다.

오늘따라 너의 눈이 아닌, 저 뜬금없는 천장의 조명에 눈길을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나는 너를 볼 수도, 너의 말을 들을 수도 없었다.

오히려 말과 말 사이의 공백은 나를 평안하고 밀도 있게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너는 그 변화를 바로 알아차린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오늘따라 정신이 다른 데에 가있는 것 같다고.

나는 괜찮다고 말할 뿐이다.

저 흔한 조명에 홀렸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너의 시선과 나의 시선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

그것은 서로 맞닿을 듯하면서도 끝끝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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