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낯설지만 어쩌면 그리워했던 세찬 바람이 불었다. 내 머리카락부터 귀와 손을 간질이는 바람은 상쾌함을 넘어 섬찟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연을 날리기도 하고, 돗자리를 깔고 바람을 쐬며 그저 웃었다. 주변에서는 누군가 틀어놓은 음악이 들렸다. 사실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큼 아름다운 석양이 빨강, 노랑, 보랏빛으로 하늘의 한 귀퉁이를 물들였다.
나는 여느 주변 사람들처럼 이 아름다운 한 장면의 등장인물이 되었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가방 안에 손수건을 깔고 앉아서 멍하니 사색을 즐길 수 있었고, 편안한 대화를 나누었다.
평범했지만 그렇기에 특별했던 그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노을처럼 금방 지나갔다. 정말 ‘매직아워’였다. 노을과 바람은 순식간에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이번주는 이 추억에서 단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곱씹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