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 볼리비아 우유니 갈 수 있을까?
내가 여행했던 2019년 11월 볼리비아에서는 당시 기존 대통령이 4선 연임에 승리하였으나, 부정선거라는 의혹을 품은 야권 지지자들이 결과에 반발하며 시위를 이어 나갔고, 결국 대통령이 선거 무효를 발표, 사임하고 멕시코로 망명했다. 망명에도 불구하고 혼란은 더욱 증폭되어 이후에는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복귀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군경들의 충돌까지는 이어졌다. 진압 과정에서 총격으로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볼리비아의 수도인 라파즈로 들어가는 비행기와 묵을 숙소를 미리 예약해 둔 상황이었지만, 당연히 들어갈 수 없어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급히 숙소를 취소했다. 규정상이라면 취소 수수료가 부과되어야 했지만, 상황이 그런지라 수수료 없이 취소되었다. 비행기도 마찬가지로 전액 환불되었다. 그렇다면 수도인 라파즈를 건너뛰고 우유니로 바로 이동하는 게 맞을까. 이제 막 대통령이 망명한 혼돈의 나라를 여행하는 게 맞는 걸까. 들리는 바에 의하면, 많은 여행자들이 발길을 돌린다던데. 상황을 주시하며 고민했는데, 우유니는 시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하여 바로 우유니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상황을 마주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 과연 진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남미여행이라곤 하지만, 대통령 망명 사태로 무장한 군경이 경계하는 나라를 지나게 될 줄이야.
쿠스코에서 출발하는 우유니행 비행기는 직항이 없어 수도인 라파즈를 경유해야 했다. 원래 비행 스케줄대로라면 라파즈공항에서 두 시간 대기였지만, 언제 출발이 승인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대기해야 했다. 다행히, 라운지(유료이용)가 있어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수시로 전광판을 확인하며, 비행스케줄이 확정되길 기다렸다. 사위가 어두워지자 창밖에 후드득 비도 떨어진다. 과연 오늘 안에 비행기가 출발하기는 하는 걸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7시간 대기 후, 드디어 우유니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2:2 좌석 배열의 작은 비행기에는 놀랍게도, 탑승객의 절반가량이 한국 사람이었다. 많은 여행자들이 발길을 돌린 거 같았지만, 의지의 대한민국 여행자들은 그럼에도 직전을 택한 사람이 많았나 보다.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소금 사막과 그 위에 뜬 호수가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을 만들어 내며, 하늘과 땅의 경계를 무너뜨린 그림 같은 풍경은 많은 여행자들의 버킷 리스트가 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그 문 턱까지 다가선 그때는 발길을 돌리기 쉽지 않았다.
밤 9시 우유니에 내렸다. 우유니의 공항은 얼마나 작고 열악한 지, 수하물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온 것이 아니라, 공항 직원들의 손에 끌려 나왔다. 가로등 불빛 이외에 번듯한 불빛이라곤 없는 이 소박한 도시가 거대한 소금사막을 품고, 버킷리스트를 이루고자 하는 전 세계의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할 정도였다.
여장을 채 풀지도 못하고, 곧바로 투어사로 향했다. 그 늦은 시각에도 운영 중인 투어사가 있다. 새벽에 은하수와 일출을 볼 수 있는 [스타라이트+선라이즈] 투어와 오후에 시작하는 [선셋+스타라이트] 투어를 예약했다. 첫날 은하수를 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이튿 날도 같은 투어를 한 번 더 예약했다. 낮과 밤의 경계가 없고, 두어 시간씩 쪽잠밖에 자지 못하는 일정을 소화하며 총 세 개의 투어를 할 예정이었다. 지금 그런 스케줄을 소화하라고 하면 절대 안(못) 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시간은 많지 않은데 우유니가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지옥의 우유니 투어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