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5 우유니 투어지옥
21, Nov 2100 우유니 도착
21, Nov 2140 여행사 투어 예약
21, Nov 2230 저녁식사
22, Nov 0300 스타라이트+선라이즈 투어 (1)
22, Nov 0730 투어 종료
22, Nov 1500 점심식사
22, Nov 1600 선셋+스타라이트 투어 (2)
22, Nov 2130 투어 종료
22, Nov 2200 저녁식사
23, Nov 0300 스타라이트+선라이즈 투어 (3)
23, Nov 0730 투어 종료
23, Nov 1000 2박 3일 사막 투어 시작!
놀랍게도 우유니에 한식을 판다. 내 기억에 의하면, 한인이 운영하는 곳도 아니었다.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라 빨리 저녁을 먹고 자러 가고 싶은데, 제육볶음을 무려 40분 넘게 기다렸다. 그 맛은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숙소에 들어와 여장을 채 풀지 못하고, 눈을 붙였다. 두 시간 후 일어나 새벽 세 시에 출발하는 투어를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헤드라이트에만 의존한 한 채 40분가량 투어 차량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이어 새벽의 소금 사막에 이르렀다. 사위는 불빛 하나 없는 칠흑의 암흑이었고, 위치를 가늠할 만한 것도 없었다. 까만 도화지에 촘촘히 박힌 별들이 흐르는 듯 눈앞에 펼쳐졌다. 태어나 처음 보는 풍광이었다.
은하수에 마음을 뺏긴 것도 잠시 두서없이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다. 22살 겨울 파리의 에펠탑을 봤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는데, 왜 아름다운 것들은 경외감이 드는 동시에 슬프게도 만드는지 모르겠다. 우선 부모님 생각이 났다. 이 아름다움을 쫓아 부모님의 걱정 따위는 뒤로 한 채 혼자 떠나온 것과 역시나 혼자서만 이런 풍경을 담았다는 죄송스러움, 그리고 부모님이 이 소금 사막 위의 은하수를 보실 날이 과연 올까 싶은 안타움이 교차했다. 더불어, 이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고 훗날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가족, 친구, 연인)이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아마 덜 추웠더라면 눈물을 왈칵 쏟았을지도 모르겠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슬플까.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운 것을 담을수록 내 안의 슬픔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모나고 삐딱하던 마음들이 마주할 수 없는 존재와 맞닥뜨린 기분이랄까. 게다가 이 모나고 삐딱한 마음들은 내 몸에 각인되어 쫓으려고 해도 여간해서 떨치기가 어려운 반면, 아름답고 행복한 것들은 늘 끝내 잊히고 말았다. 그러니 괜한 심술이 나 슬퍼져 버린 것이다.
왜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바라볼 수 없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게 바로 여행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은하수를 보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눈물짓기 위해 나는 우유니에 갔구나. 그저 버킷리스트의 한 줄을 지우기 위한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못난 슬픔과 대책 없는 행복을 동시에 마주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물론 나는 아직도 혼자 여행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들으면 어김없이 슬퍼진다. 이제는 더 이상 내 안의 슬픔이 두드러지기보단 내가 애정하는 것들을 떠올리며 오히려 더 아름답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떠올리며 그리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애정하는 것들이 넘쳐서 늘 감사하다. 비로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안에 모든 감정들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해 가고 있는 거 같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원초적인 심연의 외로움과 원인 모를 불안 그리고 상실감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알프람정(불안장애 처방약)은 해결해주지 못했다.
그렇게 광활한 소금 사막에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떠오르고, 사위가 완전히 밝아진 후 투어는 끝이 났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그대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오후 4시에 두 번째 투어 시작이다. 두 번째 투어부터는 우리 일행뿐 아니라 남미여행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다른 한국인 여행자 그룹과 함께 했다. 11월의 볼리비아는 시기상 우기 전이라 물이 찬 곳이 많진 않았지만, 가이드는 소금 호수를 찾아내 우리를 데려가 줬다.
꿈에 그리던 파란 하늘과 호수가 이뤄내는 완벽한 데칼코마니 풍경이었다. 발 밑에 구름이 뜨니 두둥실 마치 구름 위를 타고 걷는 것 같았다. 주변에 지형지물이 없으니, 원근이 모두 지워진 광막한 사막에서 오직 나만이 유일한 흰 도화지 위의 피사체였다. 해거름 이후에는 핸드폰이나 헤드랜턴의 한 점 불빛과 카메라의 장노출 기능을 활용한 기발한 사진촬영을 진행한다. 가이드는 운전뿐 아니라 사진 촬영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수행해 주었다. 두 번째 투어도 무사히 마치고 시내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시각은 밤 10시였는데, 글쎄 두어 시간 눈을 붙인 후 또 은하수 투어를 나가야 한다네? 투어 지옥에 갇혔어요.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