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18 우유니~칠레 아타카마 2박 3일 투어
결국 잠 한숨 못 자고 2박 3일 투어를 시작했다. 해당 투어는 최소 인원이 모집이 되어야 출발하는데, 지난 두 번의 투어를 같이 한 한국인 친구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벤을 타고 볼리비아 우유니에서부터 칠레의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까지 종단하며 국경을 넘는다. 이 투어에 대한 기억도 많이 소실되었다.
비포장 도로 혹은 그냥 흙사막을 달리는 벤 안은 잠자기 안락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지난 우유니에서 충분하지 못했던 잠이 뒤늦게 몰려왔다. 또 차를 오래 타야 해서 평소에는 잠 자기 직전에만 먹었던 약을 낮 동안에도 먹었더니 졸음이 더 미친 듯이 쏟아졌다. 어떨 땐 정차했을 때 내리지도 않고 그냥 계속 자길 선택할 때도 있었다. 게다가 2박 3일 내내 데이터가 전혀 터지지(숙소에서도 전혀 인터넷이 없었다.)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 세계와도 완전히 단절되었다. 현재 정차한 곳이 어디고, 지금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그때마다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더 최악인 것은 두 번째 숙소였는데, 음식이 부실했던 것은 예삿일이고, 난방이 전혀 되지 않았다. 간밤에 너무 추워서 입을 수 있는 옷들은 다 껴입고 누웠지만, 정말이지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 없는 정도였다. 여기서 과연 아침에 무사히 깰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막의 밤은 추웠다. 아무리 난방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건물 안인데 어쩜 그렇게 추울 수가 있었을까. 아직도 그날밤의 고통이 생생하다.
[1] Train Cemetery, Uyuni - 기차 무덤
말 그대로 오래되고 버려진 기차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우유니 마을에서 차로 1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어, 우유니의 데이투어(Day Tour)에 포함되기도 하고, 우리처럼 2박 3일 투어를 시작하며 우유니를 떠나기 전에 들르기도 한다.
버려진 열차들은 과거 볼리비아 광산개발이 활발한 시기에 달리던 기차들이었으나, 광산의 쇠퇴와 함께 그 수명을 다하고 버려졌다고 한다.
기차 위에 올라가 사진 촬영을 하기도 하는데, 자칫 녹슬고 날카로운 부분에 살이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겁 많음) 여기서 대략 20분가량 사진을 찍도록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2] Plaza de las Banderas Uyuni, Colchani - 국기 광장
점심 식사를 위해 우유니 최초의 소금 호텔인 플라야 블랑카 호텔(Hotel de Sal Playa Blanca)에 들렀다. 현재는 숙박은 되지 않고, 기념품이나 간단한 음료를 팔고, 여행자들이 쉬어가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해를 피할 곳 없는 소금 사막 한가운데서 지붕 아래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라 이곳에 들러 많은 이들이 챙겨 온 식사를 한다. 우리도 가이드가 챙겨 온 점심 식사를 했다. 투어에 식사가 전부 포함이라 따로 사 먹지 않아도 된다. 아, 사 먹을 만한 데가 전혀 없다...
그 바로 앞에는 별 모양의 돌로 만들어진 단 위에 세계 각국의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기차무덤을 보고 와서 그런지 이번에는 국기 무덤처럼 보였다.
[3] Isla Incahuasi - 잉카와시섬 (잉카의 섬)
선인장으로 가득 덮인 소금 사막 한가운데의 이 작은 섬은 형태가 물고기를 닮아 물고기섬이라고도 불린다. 대부분의 선인장이 잉카시대에 심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그 키가 사람의 3-4배 정도 된다. 수명은 800년에서 1000년 정도로 일 년에 1mm 정도만 자란다고 한다.
백색의 광활한 소금사막 위에 선인장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꼭 외계 행성에 온 곳 같은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소금성분을 머금은 토양에 적응해 서식할 수 있는 식물은 선인장 이외에 찾아보기 힘든데도, 이 선인장들만은 매년 1mm씩 뻗어나가며 1000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섬에서 나오면 인형이나 소품을 활용해 아래와 같은 사진을 찍는다. 근데 더위 주위! 선크림 필수!
[4] Mirador Volcan Ollague 오야게 화산
다음 날 아침 7시 30분부터 투어를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소금 사막에서 벗어나 흙길이다. 처음 들른 곳은 오야게라는 활화산 전망대다. 마치 구름이 분화구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연기 같이 보인다. 전망대 휴게소에서 사 먹은 라마 고기를 넣은 햄버거가 정말 맛있었다.
[6] Arbol de piedra 돌의 나무
카냐파 호수에서 가이드가 챙겨 온 점심식사를 하고, 계속 남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다 황무지 같은 고원에서 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모래를 머금은 사막의 강한 바람이 부드러운 모래 암석을 풍화시켜 만든 나무 모양의 돌이다. 높이는 7m 정도 되는데, 멀리서 보면 특히 얇은 아래의 줄기가 곧 톡 하고 부러질 거 같이 위태롭지만 당당하게 서있다.
좀 더 다가가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투어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이젠 차에서 잘 내리지도 않는다.
[7] Laguna Colorada 콜로라다 호수
Eduardo Avaroa Andean Fauna National Reserve 국립 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얕은 소금 호수다. 붉은 호수라고도 불린다. 이 호수의 조류에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많아 붉게 보인다. 언뜻 보면 핏빛같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계속 달려온 볼리비아의 고원을 altiplano 알티플라노라고 부르는데, 줄곧 해발 4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를 달리며, 화산도 보고, 플라밍고도 보고, 붉은 호수도 본다. 늘 잠에 취해 있어 몽롱한 와중에 이러한 풍경들은 마주하면 실재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풍경의 감각이 몸에 새겨지지 않는다.
숙소는 너무 추웠다. 아무리 옷을 껴입고 몸을 웅크리고 이불을 둘러 싸매봐도 너무 춥다. 쉬이 잠이 올 거 같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같은 방에 있던 프랑스 친구가 별구경 하러 갈 건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해서 다 같이 별을 보러 나갔다. 별 투어를 따로 나갈 필요도 없이 숙소 앞 밤하늘은 말 그대로 별천지였다. 별자리 앱을 켜서 이리저리 훑으며 별자리를 찾아본다. 고단한 몸과 마음 조금이나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8] Termas de polques 폴케스 온천
투어의 마지막 날. Sol de Manana(Morning Sun)는 해발 5천 미터에 위치한 지열지대로 곳곳에 간헐천과 웅덩이들이 있다. 주로 아침에 최대 50m 높이까지 치솟는 증기를 볼 수 있다. 그중 수온이 30도 정도 되는 폴케스 노천온천이 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이미 몸을 담그며 고단함을 풀어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 나도 들어가고 싶지만 그저 발 장구 몇 번 쳐봤다.
2박 3일을 부지런히 달려 마침내 볼리비아와 칠레의 국경에 닿았다. 그동안 우리와 함께 해 온 볼리비아의 가이드는 갈아타야 하는 버스를 가르쳐 주며 거기서 인사하고 떠나간다. 말을 많이 나누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한 공간에 있어서 인지 정들었던 마음에 왔던 그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 그의 고단하고도 외로울 여정을 마음으로 위로하며 배웅했다.
볼리비아의 출입국 사무소를 앞에는 수십대의 벤이 국경을 넘을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우리도 가이드가 일러준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또 수십 여분 달린 후 칠레의 입국심사까지 다 마친 후, 2박 3일 투어의 최종 목적지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까지 쉬지 않고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