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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jin Jun 12. 2023

[남미 여행] #24 나의 그리운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Day 24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스테이크와 빙하맛 아이스크림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떠나는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행 버스는 오전 8시 30분이었다. 버스로 국경을 넘는 건 두 번째였다. 한 시간 정도 달려 칠레 국경 사무소(Fronterizo cerro castillo)에서 출국 심사, 그리고 또다시 버스로 10분 정도 이동한 후 곧바로 아르헨티나 땅을 밟아 Santa Cruz(산타 크루즈) 지역의 국경사무소 (Paso Río Don Guillermo)에 내려서 입국심사를 받았다. 



간단한 출입국 심사를 끝내고 또 3시간 넘게 달려 아르헨티나에서의 첫 번째 도시 엘 칼라파테(El Calafate)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혼자 방을 쓰고 싶어 동행하는 친구들과 다른 숙소에서 지내기로 했다. 각자 짐을 풀고 다시 만나 환전하고, 엘 칼라파테에서 할 투어(모레노빙하 투어+카약, 미니 빙하트레킹)를 예약하고, 함께 식사를 했다. 척척 잘해 나가고 있었다. (뿌듯) 물론 여전히 일찍 일어나는 스케줄이긴 했지만, 새벽 3-4시에 일어나 해뜨기 전에 출발하는 투어가 없으니, 점차 컨디션이 회복되고 있었다. 게다가 스테이크도 맘껏 먹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TMI. 남미 여행하는 동안 몸무게를 확인할  없었지만 청바지로 대충 가늠해 본 바, 페루-볼리비아-칠레를 지나면서 허리가 헐렁해졌다가 아르헨티나로 들어오면서부터 점차 맞기 시작하더니, 집에 갈 때 되니 단추 잠그기가 힘들어졌었다. 앞선 나라에서는 투어 일정이 고되기도 했지만, 현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주로 스테이크-피자-파스타 위주의 식사라 음식 선택의 폭이 넓진 않았어도 원래 좋아하는 음식들이라 잘 먹었다.



스테이크의 나라에 왔으니 첫 끼부터 스테이크 먹어야지!

아르헨티나에서는 방목형 목축이라 고기 자체에 근육이 많아 기대하는 부드러운 스테이크는 아니지만, 충분히 맛있고 게다가 엄청나게 저렴하다. 


위 사진의 [스테이크 + 칵테일 한 잔]이 1,000페소였는데, 당시(19년 12월) 환율로 원화 약 18,000원이었다. 두 번째 체류했던 (22년 9월부터 23년 3월) 동안에도 물가가 나날이 올라서 딱 어느 한 시점을 두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잠시 아르헨티나 물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레스토랑마다 또 천자만별이긴 하지만, [스테이크 + 음료 한 잔]이 평균 4,000페소 정도로 (22년 9월 기준) 원화로 약 4만 원인데 블루환율을 적용하면 2만 원 정도다. 


다시 아르헨티나에 가기로 했을 때, 페소가치가 워낙 떨어져서 달러를 가진 외국인들이 여행하기 좋다는 말을 들었으나, 단순 내가 여행했던 두 시기에 원화 금액을 비교해 보면 그다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확실히 달러 소지자들의 체감 물가는 낮다. 달러-페소 기준 블루환율(암환율 혹은 여행자 환율)은 공식환율의 두 배 이상이고, 그 차이 역시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19년도에는 두 환율의 차이가 이 정도로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반면, 국민들은 임금상승률 대비 페소 가치가 심각하게 떨어지고, 소비자 물가가 매일 오르는 최악의 상황을 겪어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22년 물가상승률은 95%였다. 다각도로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19년도 여행에서는 이런 상황을 알 수 없었고 경제 사정에 관심도 없었다. 가능한 스테이크를 많이 먹어야지 하는 가뿐한 마음뿐이었다. 게다가 그 당시 여행이 끝날 때 까지도 내가 아르헨티나에 다시 가게 될 줄 몰랐다. 게다가 이렇게 애정하고 그리워하게 될 줄은 더더욱. 지난 여행을 톺아보면 다시 아르헨티나로 가게 된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까.


엘 칼라파테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빙하맛 아이스크림. 그렇다. 뽕따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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