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내가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다..

유방암 3기 치료종결.. 나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다..

by 노팅힐

진단받은 지 1년..

시간은 정말 잘도 흘러간다.


18번의 항암 중 17번째 항암을 받으러 입원을 했다.
이제 곧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항암 중엔 항암제라는 기댈 곳이라도 있었는데
끝나고 나면 이제 진짜 내 몸 내가 챙겨야 한다.

미뤘던 운동도 해야 하고 음식도 좀 가려 먹어야 하는데 그게 이렇게 힘든 거 보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걸까?
이런저런 생각에 1박 2일이 금방 지나갔다.


3주 뒤.. 18차 마지막 표적항암..

드디어 이날이 오긴 오는구나..!!

내 인생 마지막일.. 더 이상은 없을 마지막 입원..!!

아침에 눈떠서 입원할 짐을 챙기는데
이 짓도 이제 끝이다!!라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싱글거리며 병원에 도착해서 환자카드를 내밀었다.

"오셨어요? 오늘 입원 전에 호흡기내과 진료를 봤으면 좋겠는데.."

간호사선생님께서 미안한 듯 말씀하셨다.


"갑자기 왜요? 선생님.."

"12월에 찍었던 CT에서 뭐가 보여서요..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 그럼 그렇지..
이렇게 좋아하는 게 아니었는데..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지나갈 수없나 보다.. 나는..

또다시 내려앉은 심장을 겨우 부여잡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호흡기내과진료실로 들어갔다.

"선생님.. 혹시 폐에 전이가 됐나요?"

"음.. 전이는 아니에요.. 100퍼센트로 말씀드리진 않지만 저희는 방사 폐렴으로 보고 있습니다.."

" 그니까 전이는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거면 돼요.. 전이만 아니면 뭐든 괜찮아요.. "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해서 겨우 한 시간에 심장이 몇 번이나 떨어지는 건지..

눈물을 닦으며 방사폐렴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방사 폐렴..
보통은 기침이나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증상이 없어서 전혀 몰랐었다.

CT를 다시 보니 뿌옇게 폐에 가득 염증이 퍼져 있었다.
증상이 나타나면 기관지내시경을 다시 해서 약을 쓰겠지만 증상이 없으니 계속 추적관찰하자고 말씀하셨다.

기관지내시경이라니.. 수술하기 전에 겪었던 물에 빠져 죽기 직전의 그 느낌을 또다시 경험해야 한다고?

제발 제발.. 지금처럼 무증상이길..

그냥 지나가주길..


일단 한시름 놓고 유방외과로 다시 가서 간호사선생님께 결과를 전달했다.
선생님은 폐렴일 것 같았지만 본인은 그렇다고 말해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며 미안하다고 하셨다.

같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가 더 마음이 쓰인다며 작은 거 하나라도 짚고 넘어갔으면 해서 호흡기 내과로 가보라고 한 거라고..

감사해요.. 정말..

1년 전 처음 진단받았을 때도 위로를 많이 해주셨고 치료받는 14개월 동안에도 나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던 분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담당교수님께서 앞으로 먹는 거 공부 많이 해서 건강식으로 먹도록 하고 운동도 하라며..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미소를 지어주셨다.

교수님의 두 달 뒤에 보자는 말을 뒤로하고 감사 인사를 드리는데 왜 이리 울컥한 지..

겨우 눈물을 참으며 진료실을 나왔다.

어디 가서 이렇게 말은 못 했지만

나 너무 고생 많았다고..
너무 잘 버텼다고..

또 다른 내가 있다면 정말 꼭 안아주고 싶었다.

치료가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댈 곳도 없고 오로지
이제 내 몸 내가 챙겨야 해서 걱정도 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가득 찼다.

내일 퇴원하고 집에 가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생 많이 한 우리 엄마..
사랑하는 우리 엄마.. 힘껏 안아줘야지.. 생각했는데

사실 보자마자 품에 안겨 엉엉 울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고생한 신랑도

아픈 엄마옆에서 잘 커준 두 아이들도
너무너무 고맙다고 꼭 안아줘야지..

마지막 치료를 끝내고 퇴원하는 날은

내가 다시 태어난 날이자 두 번째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건강하게만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