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내가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다..
유방암 3기 치료종결.. 나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다..
by
노팅힐
Jan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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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받은 지 1년..
시간은 정말 잘도 흘러간다.
18번의 항암 중 17번째 항암을 받으러 입원을 했다.
이제 곧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항암 중엔 항암제라는 기댈 곳이라도 있었는데
끝나고 나면 이제 진짜 내 몸 내가 챙겨야 한다.
미뤘던 운동도 해야 하고 음식도 좀 가려 먹어야 하는데 그게 이렇게 힘든 거 보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걸까?
이런저런 생각에 1박 2일이 금방 지나갔다.
3주 뒤.. 18차 마지막 표적항암..
드디어 이날이 오긴 오는구나..!!
내 인생 마지막일.. 더 이상은 없을 마지막 입원..!!
아침에 눈떠서 입원할 짐을 챙기는데
이 짓도 이제 끝이다!!라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싱글거리며 병원에 도착해서 환자카드를 내밀었다.
"오셨어요? 오늘 입원 전에 호흡기내과 진료를 봤으면 좋겠는데.."
간호사선생님께서 미안한 듯 말씀하셨다.
"갑자기 왜요? 선생님.."
"12월에 찍었던 CT에서 뭐가 보여서요..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 그럼 그렇지..
이렇게 좋아하는 게 아니었는데..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지나갈 수없나 보다.. 나는..
또다시 내려앉은 심장을 겨우 부여잡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호흡기내과진료실로 들어갔다.
"
선생님.. 혹시 폐에
전이가
됐나요?
"
"음.. 전이는 아니에요.. 100퍼센트로 말씀드리진 않지만 저희는 방사 폐렴으로 보고 있습니다.."
"
그니까
전이는
아니라는 거잖아요
..
그거면 돼요.. 전이만 아니면 뭐든 괜찮아요.. "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해서 겨우 한 시간에 심장이 몇 번이나 떨어지는 건지..
눈물을 닦으며 방사폐렴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방사 폐렴..
보통은
기침이나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증상이 없어서
전혀
몰랐었다
.
CT를 다시
보니 뿌옇게
폐에 가득 염증이 퍼져 있었다.
증상이
나타나면 기관지내시경을 다시 해서 약을 쓰겠지만 증상이 없으니 계속 추적관찰하자고 말씀하셨다.
기관지내시경이라니.. 수술하기 전에 겪었던 물에 빠져 죽기 직전의 그 느낌을 또다시 경험해야 한다고?
제발 제발.. 지금처럼 무증상이길..
그냥 지나가주길..
일단
한시름 놓고 유방외과로 다시 가서
간호사선생님께 결과를 전달했다.
선생님은 폐렴일 것 같았지만 본인은 그렇다고 말해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며 미안하다고 하셨다.
같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가 더 마음이 쓰인다며 작은 거 하나라도 짚고 넘어갔으면 해서 호흡기
내과로 가보라고 한 거라고..
감사해요..
정말..
1년 전 처음 진단받았을 때도 위로를 많이 해주셨고 치료받는 14개월 동안에도 나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던 분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담당교수님께서 앞으로 먹는 거 공부 많이 해서 건강식으로 먹도록 하고 운동도 하라며..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미소를 지어주셨다.
교수님의
두 달 뒤에 보자는 말을 뒤로하고 감사
인사를
드리는데
왜 이리 울컥한 지..
겨우 눈물을 참으며 진료실을 나왔다.
어디 가서
이렇게 말은 못 했지만
나 너무 고생 많았다고..
너무 잘 버텼다고..
또 다른 내가 있다면 정말 꼭 안아주고 싶었다.
치료가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댈 곳도 없고 오로지
이제 내 몸 내가 챙겨야 해서 걱정도 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가득 찼다.
내일 퇴원하고 집에 가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생 많이 한 우리 엄마..
사랑하는 우리 엄마.. 힘껏 안아줘야지.. 생각했는데
사실 보자마자
품에 안겨
엉엉 울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고생한 신랑도
아픈 엄마옆에서
잘 커준
두 아이들도
너무너무 고맙다고
꼭 안아줘야지..
마지막
치료를 끝내고 퇴원하는 날은
내가 다시 태어난 날이자 두 번째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건강하게만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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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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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게하는 엄마라는 이름의 나
16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17
마음속 불안을 말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다.
18
또 다른 내가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다..
19
엄마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 고마워..
20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그렇지 못한 내 몸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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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불안을 말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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