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불안을 말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다.

그런 마음 또한 내가 이겨내야 한다.

by 노팅힐

또다시 돌아온 3주..

13번째 항암이다.


입원이 일상이 되어버린 듯 아무렇지 않게

척척 짐을 싸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다.

"엄마 병원 다녀올게~ 내일 보자!!"


이때가 가을이었던 것 같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활동하기 좋다는 핑계로

한 달 일정을 빼곡하게 짜놨다가 가족들에게 혼이 났다.

무리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암환자인걸 잊은 듯 바쁜 일정에 잔소리를 엄청 들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공룡을 좋아하는 큰아들을 위해 관련된 체험이나 공연만 4곳을 예약했고 가보고 싶었던 키즈풀장이 할인하는 걸 보고는 또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여름이 지나긴 했지만 방사선치료도 끝났고 아이들과 물놀이를 꼭 같이 하고 싶었다.


그냥 지금 할 수 있을 때 뭐든 함께하고 싶고

많을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찾아올 즈음..

두 아들들의 감기와 장염으로 정신없을 때였다.

아이들을 케어하다가 결국 면역이 약한 나도

감기와 장염이 동시에 옮아버렸다.

아무리 약을 먹고 수액을 맞아도 좀처럼 낫질 않는

가래 때문에 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혹시 폐에 이상이 생긴 걸까?

설마 폐로 전이가 된 건 아니겠지?


남들은 대수롭지 않을 가래에 나는 혼자 불안에 떨었다.

아마 어디가 아플 때마다 드는 이런 생각들은

내가 평생 가져가야 할 짐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일상에서 오는 통증들을

나는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두통이 생기면 뇌전이를..

기침이 나면 폐전이를..

몸이 욱신거리면 뼈전이를..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좋게 생각하라는 그런 말들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와 머리로는 상관없이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 후 진단받은 지 1년.. 수술한 지 6개월이 지나서
첫 검진 시기가 다가왔다.
CT, 유방초음파, 피검사, 심장초음파를 받았다.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암 환우들은 검진을 통과할 때마다 생명연장을 하는 기분이라고 한다던데 무슨 말인지 너무 알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불안할까?
이런 불안을 말할 곳이 없다.
그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왜 이렇게 싫을까?

나도 누구보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어느 누가 나보다 더 간절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을 다잡고 16차 항암을 받으러 입원하는 날이 되었다. 이날은 검사결과도 같이 듣기로 했다.

두 아들이 다시 감기를 시작해 친정엄마와 신랑은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고 나는 혼자 병원에 왔다.
손에 땀을 닦아내며 긴장한 채 내 이름이 불릴 때까지 대기실을 서성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교수님께서 검사결과를 한참을 보시더니

"음.. 다 좋네요.. 깨끗해요.."

교수님의 말씀에 마스크 밖으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 진짜 한시름 놨네..
이렇게 또 내 인생에 6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구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