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여행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온 곳은 집미학촌이었다. 내가 있었던 중산루의 쩐하이루에서 바로 지메이스쿨빌리지 집미학촌까지는 지하철 1호선으로 16.6km 거리의 29분 소요되는 장소였다. 가보고 싶었던 오래된 건축물들을 만나보고 싶었고, 여행 가기 전 알아보며 어떤 장소인지 궁금했던 터라. 체크인 후에 구랑위 가기도 애매한 시간에 집미학촌을 들르기로 했다.
이튿날 토루, 그리고 셋째 날 구랑위를 다녀오면서 느낀 건 집미학촌을 그날 본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는 것. 아마 첫날에 집미학촌을 보지 않고 (샤먼대학교와 다른 곳을 둘러보아도 좋았겠지만) 다른 여행지를 선택해 이번 여행에서 시간에 쫓겨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너무나 아쉬울 뻔했던 장소였다. 나에게 집미학촌은 샤먼 내에서 기대했던 중국 스러움과 또 이색적인 중국의 모습을 포함한 장소였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샤먼 여행지이기도 했다. 걷는 게 힘들 만큼 넓긴 하지만, 여유롭게 집미학촌의 색다른 건축물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지메이지구는 정말 산책로가 잘 되어 있고, 이색적인 건축물들이 가득한 곳이라, 중국 샤먼 내에서도 이런 곳을 접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중국여행을 하며 만나는 대부분의 여행지가 요즘건물의 모던한 느낌이 강하다면, 이곳은 중국의 근대화와 유럽풍의 컬러감이 조합된 이색적인 중국 학교 건축물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였다.
집미학촌에 도착해 처음 만나는 곳은 지하철역인데, 집미학촌 지하철역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 즐거운 여행지였다. 지하철에서 내려 1층 출구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많다는 점 역시 이 장소의 사람들 관심을 느낄 수도 있지만, 지하철 역사 내 곳곳에 기념사진을 담을 수 있는 예쁜 벽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는 점도 집미학촌을 맞는 사람들을 더욱 흥분하게 만든다.
벽에 그려진 그림들 하나하나 함께 하며 사진으로 담아보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 다른 지역에서 온 아이인지 연신 카메라에 웃으며 포즈를 취하는 게 어느 나라 아이들이건 다들 귀엽다.
역사를 빠져나와 노을이 이쁜 장소로 손꼽히는 십리장제를 돌아보고, 이제는 가경공원 방향으로 가기 위해 용주지로 향했다.
1. 집미학촌
집미학촌은 화교이자 교육가, 사업가 등이었던 진가경선생이 1913년부터 세운 많은 학교들이 모여 이룬 학촌을 말하는 곳으로, 샤먼대학교 역시 진가경선생이 설립한 대학이라고 한다. 이날 내가 처음으로 들른 곳은 용주지라는 인공바다호수 주변의 학교들과 가경공원 그리고 오원까지 둘러보았던 루트였다.
2. 샤먼 지하철 집미학촌역
20분이 넘게 걸린 집미학촌역에 도착했다. 나 말고도 집미학촌역에서 내리는 이들이 많았다. 이는 여기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는 의미였기에 더욱 볼거리가 많은 곳인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지하철에서 내려 아래 출구로 내려온 다음에 만나는 바로 앞에 다양한 벽면의 글자와 이미지들 역시 집미학촌에 온 사람들을 맞이하는 듯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우선 내가 집미학촌에 온 건 이곳에도 볼거리가 많다는 인터넷 카페 정보를 보고 온 것이었다. 하지만, 걷다 보니, 굳이 유명하다는 길과 장소를 찾으려 하지 않아도, 지메이구는 나에게 참 특별했다. 나 홀로 용주지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고, 바닷길 따라 십리장제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을 뿐, 샤먼 지메이구만의 조용한 분위기와 이색적인 풍경 때문인지 나에게는 첫날 만나는 집미학촌은 그냥 존재 만으로도 특별했다.
그렇다 보니 소개했던 장소를 찾지 못한 부분도 있고, 그저 길만 한 바퀴 돌며 주변의 풍경만 바라본 시간이었을지언정, 나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샤먼의 여행지였다.
샤먼에서 유명한 여행지로, 대사라는 핫한 골목길투어를 많이 추천하는데, 나는 골목길을 다녀오진 않았다. 요즘 핫플이라고 하는 곳들을 보면, 대부분 예쁜 인증샷을 담을 수 있는 카페나 유명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고골목을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아마도 그런 곳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아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3일 차에 다녀온 구랑위 골목길 투어 만으로도 이번 샤먼여행의 골목길 투어는 아쉬움이 없었다. 기회가 닿아 샤먼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때는 대사길을 다녀오는 계획을 꼭 세워 보겠지만, 이날은 내가 갈 수 있는 최선의 여행 루트였다.
샤먼 지하철역 2번 출구를 빠져나와 사람들이 모두 몰리는 방향으로 다리를 건넜다.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보이는데 그곳에서 다리를 건너 한번 더 횡단보도를 건너면 정말 시원하고 탁 트인 용주지를 만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나의 샤먼여행지의 첫 시원한 탁 트임이었던 용주지. 주변으로는 중국스러움과 유럽의 뉘앙스를 가진 건축물들이 용주지를 감싸고 곳곳에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집미학촌 스쿨빌리지의 학교 건물이었다.
3. 하늘과 주변이 보이는 넓은 인공호수, 용주지.
용주지는 인공으로 만든 호수라고 한다. 샤먼은 섬이라 모든 곳에서 물을 만나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리 수공간이 있는 모습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용주지는 규모가 정말 크고, 주변 정돈이 잘 되어 있어 탁 트인 뷰가 매력적인 곳이다. 전통적인 중국식 건물이 아닌, 근대화와 유럽적인 모습이 섞여있는 건축물들과의 조화가 참 색다른 중국의 뷰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래서, 샤먼에서 쉽게 만나는 주변의 바다의 모습과 샤먼 속 인공호수 용주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역사 앞은 매우 북적였다.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 한 블록만 내려오면, 고가도로 아래 일렬로 가득 길을 메운 자전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지메이구를 걷다 보면 왜 그리 자전거가 많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용주지가 꽤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 안에 닻을 내려놓고 멈춰 선 작은 배, 그리고 좌우로, 학교와 야자수 길을 따라 이색적인 뷰를 만나볼 수 있는 용주지는 잠시 서서,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매력이 넘치는 호수였다.
나도 여기에서 사진을 한 장 찍기로 했다. 걸어 내려온 계단에 나의 휴대폰을 접어서 올리고, 포즈도 취하며 용주지를 담아본다. 흐린 날씨에는 조금 더 매서운 호수를, 그리고 밝은 날에는 하늘을 담은 구름 속의 호수를 담아볼 수 있다.
집미학촌은 교육을 대표하는 지역인 만큼, 유명한 학교건물과 주변 산책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근대건축물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장소였다. 지역의 역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꼭 뭔가 배우려 하지 않아도 걷는 것만으로도 뭔가 여유를 느껴볼 수 있는 용주지였다. 주변에 복잡함이 전혀 없는 여유로운 호수뷰, 뜨거운 햇살에 쉬어갈 수 있는 장소, 복잡하지 않은 넓은 거리. 그리고 따뜻한 지역인 샤먼에서 만나는 여유로운 야자수 뷰, 호수와 마주하는 바다의 여유로움까지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용주지에서 쉬기
샤먼은 여름에 정말 더운 지역이다. 땀이 나는 무더위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장소, 중국의 건축미를 만나볼 수 있기도 하며, 용주지를 바라보며 시원한 그날 아래 바람맞으며 앉아 있기에도 좋다. 중국은 곳곳에 벤치가 많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곳곳에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 공유자전거
용주지를 처음 걸으며 처음에는 '걸을 만하다.'였다. 원래 여행하며 하루에 3만 보 이상은 꾸준히 걷게 되는터라, 걷는 게 그리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샤먼 집미학촌은 굉장히 무덥고 땡볕을 걸어야 하는 수준이라, 어플을 이용해 공유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다. 가파른 길이 잘 없어서, 집미학촌 내에서는 부담 없이 자전거로 이동하기 수월할 수 있다.
▶ 학교건축물
집미학촌 내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학교건축물이 용주지 옆쪽으로 자리하고 있다. 건축물들은 모두 입장이 불가하며, 대부분 이색적인 형태로 지어진 모습이었다. 근대건축물의 특징과, 중국의 지붕양식 등이 혼재된 모습으로 용주지를 따라 걸으며 다양한 볼거리이자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현재 시에서 관리하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오래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 용주지를 담아서..
내가 다녀온 샤먼의 날씨는 매우 무더운 여름이었다. 우리나라의 무더위만큼이나 더 무더웠던 날씨였지만, 산책하기에 너무나 좋았던 용주지. 샤먼여행 하며 모든 곳이 기억에 남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장 손꼽히는 장소는 바로 집미학촌이었다. 이색적이고,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깔끔한 샤먼을 만나볼 수 있다.